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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경 Sep 22. 2021

통합월간홍보물 제작과 콘텐츠 기획, 브랜딩


@ 2007~2008 공연 및 기관 통합홍보물 제작


공연이나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해 본 경험이 거의 전무했던 내가 문화예술계에 발을 들인 첫 회사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운명과 같은 만남이고,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나를 왜 뽑았을까? 싶을 만큼 경험도 능력도 아무 것도 없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건 면접 볼 때 그 회사의 장이신 관장님의 질문이었는데, 여러 질문 끝에 ‘소울메이트’가 뭔지 아느냐? 고 물어봤다. 정말 뜬금없는 질문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당시 류시화 작가에게 빠져있던 나는 그의 책에서 소울메이트에 대한 글을 읽었던 것을 기억해내 무리 없이 답변을 할 수 있었다. 합격의 비결은, 그것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나는 그 회사에 입사해 5년간 일을 하며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생각해보건대 관장님은 어떤 열망을 가지고 꿈을 꾸는 나를 발견하신 게 아니었을까 싶다. 새롭게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틀에 갇히고 싶어 하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엿보신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에 대해 추측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가장 큰 것은 무언가 바꾸고 새롭게 시도해 봤으면 하는 일들의 대부분을 나에게 과제로 던져주셨다는 거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던 때였지만 나는 무서워하지 않고 일단 덤벼들어 그 일들을 해내려고 애썼고, 그 와중에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야근을 밥 먹듯이 했으며, 매일 고뇌의 나날들을 보냈다. 덕분에 지금은 웬만한 일들은 무서워하지 않는다. “하면 돼지 뭐”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잘 해결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는 게 습관이 됐다. 이건 내가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긍정적이고 확실한 경험이다.


@ 2007~2008 공연 및 기관 통합홍보물 제작


처음 통합월간홍보물 제작 경험을 갖게 된 것도 당시 관장님이 내주신 과제 덕분이었다. 첫 회사는 공연장을 보유하고 있는 문화예술기관이었는데, 전통문화 발전과 보급을 위해 전통공연, 전통체험, 전통혼례, 전통음식, 전통차 이렇게 다섯 가지 주요 사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사업들을 펼치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사업들을 하다 보니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이용하는 콘텐츠만 알고 이 기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정확히 잘 모른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예를 들면,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은 이곳이 공연만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고, 혼례 이용자들은 전통혼례를 하는 곳이라 생각했으며, 체험을 하러 온 사람들은 체험을 하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여기가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물어보면 정확하게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기관에 대한 통합적 브랜딩의 필요성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관장님은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의 인식 개선을 위한홍보채널로서 통합월간홍보물을 생각하셨고, 홍보담당자인 나에게 제작을 해보라고 던지셨던 것이다. 제작 이유를 따로 설명해 주지는 않으셨지만 홍보담당자로서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가진 고민들과도 맞닿아 있는 지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치적인 부분들을 생각하니 비록 적은 지면이었지만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공연정보뿐만 아니라 더 많은 내용들을 효과적으로 담아낼 필요가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통합월간홍보물의 제작 방향성은 점차 명확해져 갔는데, 그 중 한 가지는 이 기관이 어떤 일들을 하는 곳이며, 어떻게 통합적으로 알릴 것인가? 였다. 또 다른 하나는 홍보성의 단순한 정보뿐만 아니라 읽고 싶게 만드는 유익한 정보콘텐츠들을 선별하여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였고, 마지막 한 가지는 다양한 정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어떤 구성과 형태로 만들어 낼 것인가? 였다. 


@ 2007~2008 공연 및 기관 통합홍보물 제작


일을 시작한지 1년 즈음이나 되었을 때였나? 엄두가 안 나서 미루고 미루다 제작하기 시작한 통합월간홍보물, 역시나 제대로 됐을 리가 만무하다. 디자인 업체의 실력이 그렇게 뛰어난 곳이 아니어서 첫 발간 표지 디자인부터 그렇게 촌스러울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기억이다. 물론 업체도 바꾸고 시간이 갈수록 좋아지긴 했지만 말이다. 월간홍보물 제작은 지면 구성부터가 일의 시작이었는데, 이십 페이지 정도 되는 적은 분량이라 공연내용과 일정표만 넣어도 지면이 가득 찼다. 그래서 처음에는 공연정보 중심으로 콘텐츠를 일자별로 나열하는 형태로 구성을 하고, 이 외 4가지 사업 분야는 광고 형식으로 담아냈다. 


이후 홍보물 제작의 방향성을 구체화함으로써 점차 콘텐츠를 기획해 나가기 시작했는데 예를 들면, 기관의 주요소식(공연 및 행사), 공연정보, 특별행사 내용 등으로 구성을 하기도 했고, 이 구성을 발전시켜 전통문화와 전통예술과 관련된 콘텐츠들을 발굴하여 기고 형태, 또는 다양한 글의 형태로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지역의 문화이슈나 흐름에 관한 콘텐츠들도 다루려고 노력하는 등 콘텐츠를 점차 확장시켜 나갔다. 


당시 나의 화두는 ‘전통의 현대화, 즉 살아있는 전통이란 무엇인가?’ 였는데 월간홍보물 제작에도 이 부분을 중심점으로 두고 싶었다. 그래서 홍보물 이름도 앞으로 좋게 발전할 가능성이라는 의미를 담은 순우리말인 ‘늘픔’으로 지었고, 월별 표기도 해오름달, 시샘달, 물오름달 등의 순우리말로, 세부 카테고리명도 우리네 정이라는 의미에서 가져온 ‘리네’를 붙여 ‘리네소식’으로 짓는 등 전통과 관련이 있거나 연상시키는 것을 연결시킴으로써 기관 브랜딩과도 관련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다행히 몇 개월이 지나니 ‘늘픔’을 찾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통합월간홍보물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통합월간홍보물 제작 경험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은 ‘아~ 콘텐츠 기획과 브랜딩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라는 거였다. 많은 고민들을 했고, 다양한 시도들을 했으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몸소 체감하며 거쳐 온 과정들이었다. 콘텐츠를 기획할 때는 기획하고자 하는 콘텐츠의 기준점을 명확히 하고 이것을 점차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 브랜딩은 통일성과 지속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된 시간들이었다. 아쉽게도 홍보물은 예산 부족으로 인하여 1년 반 정도 밖에 제작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일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었고, 공연홍보기획자로서 지금까지 밥벌이를 할 수 있도록 해준 값진 기회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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