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수경 Sep 21. 2021

공연홍보 보도자료와 브랜딩 저널리즘

2018 전주마당창극 '변사또 생일잔치'_공연제작 홍보마케팅


공연문화예술계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주요 업무 중의 하나는 보도자료를 쓰는 거였다. 당시 공연과 문화사업을 하는데 있어 홍보 예산비율이 워낙 적게 잡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예산을 거의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홍보방법들을 생각해야만 했다. 보도자료를 써서 각 언론사들에게 배포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홍보방법 중의 하나였는데, 예산을 거의 들이지 않고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효과를 가져다줬다.(지금도 그렇다.)


내가 언제 보도자료 라는 것을 써봤나? 당연히 첫 보도자료는 엉망진창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첫 사수인 팀장님께 빨간펜 지도를 받아야만 했는데 그럼에도 다행이었던 건 내가 글쓰기를 전혀 싫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어릴 적부터 무척이나 관심이 많았던 분야다. 홍보업무를 할 때 글 쓰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일을 할 때 훨씬 유리하다. 그만큼 글을 써야 하는 업무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보도자료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많이 헤맸었는데 이게 주 업무가 되다보니 거의 훈련 수준으로, 매주 두 건씩 정도의 글을 썼던 것 같다. 그런 훈련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글에 대한 감각과 능력이 나에게 있는지는 지금도 확신할 수 없지만, 그때는 더더욱 그랬다. 그럼에도 그 업무를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보도자료와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었고, 글쓰기 강의도 곧잘 들으러 다녔다. 방법을 안다고 해서 글을 잘 쓸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잘 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어떤 목마름 같은 것들이 배움을 통해 조금은 해소되는 것 같았다.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글을 잘 쓰기 위해 강의를 듣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남의 글을 많이 읽는 거였다. 보도자료를 잘 쓰기 위해 그때 나는 기자들이 쓴 문화면 기사를 많이 읽었다. 물론, 보도스크랩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기도 했었지만.


처음에는 육하원칙에 충실한 팩트 중심의 보도자료, 스트레이트 기사를 주로 썼다. 당연히 공연이나 문화사업에 대한 큰 그림을 보지 못했던 때이기도 했고, 기본에 충실한 보도자료 밖에 쓰지 못했던 때이기도 했다. 모든 일의 경험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편인 나에게 보도자료 쓰는 업무 역시 그랬는데,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보도자료를 계속 쓰다 보니 보도자료를 써서 언론사에 보내는 것, 즉 프레스 릴리스를 하고 이것이 기사화 되는 것, 퍼블리시티가 이 업무의 전부가 아니라 어떤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감으로 느꼈다는 이야기다.


당시 일했던 곳에서는 매일 상설공연이 진행되고 있었고, 요일별로 테마를 정해 그 테마에 맞게 공연이 기획되었기 때문에 보도자료를 쓸 때도 테마별 타이틀을 먼저 쓰고 다음에 공연명을 썼다. 그런데 그때 들었던 의문 한 가지, 기자들 또는 관객들이 과연 우리가 기획하는 공연이 요일별 테마별로 컨셉이 정해져 있고, 상설공연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라는 거였다. 그때는 브랜딩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전혀 없었던 때였지만 어렴풋이 공연 브랜딩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는 테마별 프로그램을 기획해 선보이고 있는데 그것을 관객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다른 공연장에서 하는 프로그램과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결국, 나열식 공연에 그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그렇게 되면 공연도 공연장도 고유의 색깔과 개성이 없어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2019 한옥마을 마당놀이 '별주부가 떴다!'_제작공연 홍보마케팅


나는 보도자료에도 팩트 중심의 공연 정보뿐만 아니라 공연의 브랜딩을 위한 목적이나 가치를 정의해 함께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어떤 누군가는 기자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내용으로 공연이 펼쳐지는지 그걸 가장 궁금해 하니 그런 내용 중심으로 보도자료를 써야 한다고 나에게 충고 아닌 충고를 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기획기사나 인터뷰 기사에서는 팩트 정보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내용들이 더 심도 있게 다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거다. 하지만 스트레이트 기사에서도 과장되거나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공연 브랜딩을 위해 필요한 정제된 내용들이 들어가야 한다. 우리는 보도자료를 써서 기자들에게 기사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지 직접 기사를 쓰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브랜딩 저널리즘, 브랜드 스토리텔링(Brand Storytelling)과 저널리즘(Journalism)이 합성된 말로 맥도날드의 CMO인 래리 라이트가 처음 쓴 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긴 세월 동안 브랜딩, 마케팅, 홍보라는 명목 하에 낡은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활동을 전개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고정관념을 부수면서 특정 브랜드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널리즘은 팩트로만 이야기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나, 고정관념을 만들어야 하는 브랜드 저널리즘은 조금 다르다. 대부분의 고정관념은 사실성보다는 모호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가진 사실만 모아서 전달하는 순간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


(출처 : The PR(http://www.the-pr.co.kr) / 2021. 08. 03.(화) 변유진 기자)


나는 이 기고기사에 매우 공감을 했는데, 특히 공연과 문화예술 분야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홍보마케팅을 할 때에도 공연이나 작품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어떤 관념을 만들어 주는 작업은 더더욱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연홍보기획자는 단순히 공연을 알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 파악해 더욱 폭넓은 범위 안에서 공연 그리고 공연과 관련된 모든 것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좀 더 다차원적이고 다각적인 접근 방식으로 창의성을 발휘해 일을 해야만 한다. 그런 측면에서 공연홍보기획자로 일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늘 새로우면서도 재미있다.

작가의 이전글 공연기획과 공연홍보기획의 전문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