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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경 Sep 21. 2021

공연기획과 공연홍보기획의 전문성

공연기획과 공연홍보기획은 다른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 2015 뮤지컬 '춘향'_제작공연 홍보마케팅


처음 공연계에 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싶어 했던 건 순전히 공연이 즐겁고 좋아서였다. 또 아티스트들에 대한 애정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연이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공연기획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아쉽게도 이름을 날리는 공연기획자가 되지는 못했고, 지역에서 공연홍보기획자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난 오히려 홍보기획자로서 한 길을 걸어온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공연기획자는 홍보기획을 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공연홍보기획자는 공연홍보뿐만 아니라 공연기획도 같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무슨 이게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건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겠지만 내가 오래 일을 해 본 결과로는 그렇다. 공연기획서를 작성할 때 기획서 한 부분에 홍보방안이 들어간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공연기획이 주축이 되고 홍보는 이 큰 틀 안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또 공연기획자가 홍보까지 다 총괄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공연기획자는 홍보를 잘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공연기획자와 공연홍보기획자는 고민의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공연제작비 및 예산을 확보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사람들은 홍보가 홍보물을 제작하고 보도자료를 쓰고, 온라인에 콘텐츠를 게재하는 정도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홍보물 제작만을 생각할 수도 있겠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일이 너무 많아 매일 수첩에 업무일지 형태로 메모를 했다. 티는 안 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이 홍보업무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작은 조직일수록 그랬다. 그러다보니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하기도 어려웠다. 그때는 기획업무도 같이 했으니까 더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그런 일들을 나의 테두리 안으로 가지고 와 기획과 홍보업무를 특정 형태로 구체화 하는 데에는 꼬박 1년이 걸렸다.


이것은 나만의 홍보기획업무 매뉴얼로 만들어져, 이후에 다른 조직에 가서도 손쉽게 적용시킬 수 있었다. 지금은 공연이나 문화예술 홍보마케팅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어 교육도 이루어지고 관련 정보도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공연기획에 대한 중요성이 컸었고, 더 큰 조직에 가도 홍보업무의 매뉴얼 같은 건 없었다. 뭔가 체계화된 건 없는 것 같은데도 신기하게도 홍보기획팀은 잘 돌아갔다. 체계화가 아니라 그 생태계에서 체화된 것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홍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명료하게 설명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 2015 뮤지컬 '춘향'_제작공연 홍보마케팅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뮤지컬 제작을 예로 들어 이야기를 해보자.

뮤지컬을 제작할 때 공연기획자는 어떻게 재원을 만들어 어떤 작품을 어떤 제작진과 출연진, 무대 팀 등으로 꾸려 뮤지컬을 만들고 공연을 올릴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뮤지컬이 무대에 올려 지기까지 공연과 관계된 모든 사람들과의 협업과정에서 원만하게 문제해결을 해나가며 진행시키는 일을 한다. 반면, 공연홍보기획자는 제작된 뮤지컬에 가치와 이미지라는 새 옷을 입혀 공연관계자, 언론사, 관객 혹은 대중 등과 만나는 온, 오프라인의 모든 지점에서 주최 측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하고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맺음을 할 수 있도록 확산시켜 나가는 일을 한다.


이렇듯 공연기획자와 공연홍보기획자는 좋은 공연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업무도, 생각하고 고민하는 지점도 확연히 다르다. 홍보기획이 필요로 하는 역량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보겠지만, 일단은 더 세심하고 감성적인 것들을 필요로 한다. 또한 다르게, 새롭게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연기획자만큼이나 공연기획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다양한 작품들을 보며 작품을 분석하는 능력이나 문화 예술적 소양을 동시에 길러야 한다. 홍보기획 뿐만 아니라 공연기획에 대한 기본기를 갖출 수 있게 되는 이유다.


사실 홍보기획 업무의 방법론적인 것은 공통적이다. 방법론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체계가 갖추어진 상태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큰 틀에서 보면 다양한 홍보채널들을 잘 운영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고, 어떻게 창의적으로 콘텐츠를 담아낼 것이냐가 차별성을 가져다주는 포인트다. 단순한 정보 전달로서의 홍보채널 운영이 홍보기획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생각이다. 그리고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간혹, 잘 모르면서 홍보에 대해 단순하고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무지함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다. 공연기획자와 공연홍보기획자는 다른 자질 및 능력 그리고 다른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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