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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경 Oct 08. 2021

공연홍보기획, 완벽하지 않아도 정답이 없어도 괜찮아!

@ 2017 전주마당창극 '천하맹인이 눈을 뜬다'_제작공연 홍보마케팅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던가? 공연홍보기획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내 일을 즐기지 못했다. 그땐 그럴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의욕은 있었으나 능숙하지 못했고, 어떻게 해야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가이드가 너무도 없었다. 하나하나 몸소 경험하며 내 것으로 만들어야 했고, 공연홍보기획에 대한 나름의 업무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했다. 공연홍보기획이란 무엇이고, 어떤 업무를 하는가? 일이 어떻게 진행이 되고,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이런 것들이 너무 궁금했는데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그것들을 찾고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내 몫이었다. 이건 어느 조직에 가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는 오랜 시간에 걸쳐 공연을 하는 다양한 조직을 경험하며 공연홍보기획의 각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을 키워나갔다. 처음에는 언론홍보와 홍보물 제작 중심으로, 다음에는 언론을 포함해 뉴스레터, 홍보물 제작 등을 통한 온, 오프라인 콘텐츠 기획 중심으로, 다음에는 언론, 온라인, 오프라인 홍보물 제작, 광고, 마케팅 등의 영역을 총괄적으로 운영해 나갔으며, 몇 년에 걸쳐 홍보기획에 대한 총체적인 업무들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견고히 해나갔다.


이 업무능력들을 키우는 동안 조직에 대한 경험치도 다양하게 쌓아갔는데, 먼저 공연장을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사업을 하는 복합문화공간에서 일을 했고, 다음은 공연예술축제 조직에서, 이어 상설공연을 제작 및 운영하는 조직에서 일을 했다. 현재는 공연장을 갖추고 있으며 예술단이 있는 조직에서 일을 하고 있다. 조직의 형태에 따라 홍보기획 업무도 달라지고 주어지는 역할도 달라지는데 현재는 그 총체적인 업무들 중에서 일부를 맡고 있다. 조직의 형태와 규모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시간들을 거쳐 오는 동안 내 안에서는 완벽하게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었는데, 이건 개인적인 성격 때문일 수도 있겠고 홍보기획이란 일의 특성 때문에 점차 형성된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단 공연홍보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심이 되고,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및 메시지 전달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완벽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얼마나 많은 실수를 했는지, 그런 내가 용납이 안 되서 또 얼마나 많은 자책을 했었는지, 지금은 어떻게 수습을 하는 게 현명하고 빠를까? 를 생각하지만 그때는 그럴 여유가 없었고 방법도 몰랐다.


@ 2017 한옥마을 마당놀이 '놀부가 떴다! 시즌1'_제작공연 홍보마케팅


하지만 생각해보면 완벽함의 기준이란 무엇인가? 홍보기획 업무를 하다보면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답도 없다. 홍보기획자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기획자의 역량에 따라 일의 범위와 질이 달라지는 게 보이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고도 무난하게 진행이 되며, 그래도 문제될 게 하나도 없다. 그리고 최종 결정권자에 의해 좌우되는 일도 너무나 많다. 일례로 홍보물을 제작할 때 디자인이 그렇다. 정답도 없고 완벽함의 기준도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이 맞다 고 생각한다. 그런 순간에 홍보기획자들은 그 의견을 종합적으로 취합해 최선의 방향을 찾고 결과물을 만들어 나간다.


근데 이렇게 만든 결과물이 완벽하고 딱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것 또한 아니다. 기준은 변하기 마련이고, 흐름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홍보매체도 사회적 흐름에 따라 새롭게 개발되기도 하고, 유행이 바뀌기도 하며, 중요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홍보기획자는 이런 흐름을 주시하고 있어야 하며, 이에 발맞춰 홍보기획의 방향과 방법들에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 과거에 그렇게 전전긍긍하며 정답을 찾고 완벽을 추구하려고 했던 일들이 결국은 계속 변화될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그렇게도 치열했던 것들이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렇게 일을 했기 때문에 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치열함, 그 과정들이 나에게 준 건 홍보기획 업무에 대한 고민과 최선의 방법을 찾아갈 수 있는 노하우, 업무를 대하는 자세와 그에 대한 나만의 기준, 완벽함과 정답이 아니라 일에 대한 완성도를 높여나갈 수 있는 섬세함과 꾸준함을 지속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완벽함을 추구하거나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게 홍보기획 일을 하는데 있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대신 유연하고 열린 마음으로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업무에 대한 나만의 기준은 필요하지만, 모든 것은 변화할 수 있고, 그 변화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면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공연홍보기획자로서 일을 하는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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