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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환 Nov 09. 2023

어머니는 모두 위대하다

                       당신 집에 오늘 밤 강도가 침입했다고 가정해보자. 잠자는 당신과 당신 자녀를 깨워 “둘 중 누가 죽겠느냐?” 고 협박하면 당신은 당신이 죽겠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부모라면 당연히 자기가 죽겠다고 나서겠지만 당신이 남성이라면 대답하는데 0.1초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당신이 여성이라면 협박과 동시에 자기가 죽겠다고 애원한다. 0.1초도 망설이지 않는다. 강의할 때 가끔 여성 수강생과 남성 수강생에게 같은 질문을 해본다. 진짜 0.1초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런데 0.1초가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아버지나 어머니나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다. 박성우 시인의 시 <보름달>을 보자.     

      

  엄마, 사다리를 내려 줘

  내가 빠진 우물은 너무 깊은 우물이야     

  차고 캄캄한 이 우물 밖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

                                 - <보름달>, 박성우        

   

  왜 하필 ‘엄마’일까? 사다리를 내려 주려면 더 힘이 좋은 아버지에게 부탁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런데 왜 우리는 위기의 순간에 엄마를 찾을까? 엄마는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사다리를 내려 주실 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는 왜 우물에 빠졌냐고 혼을 내지만 어머니는 걱정하며 구해줄 뿐이다. 자식이라면 당연히 어머니가 더 편하다. 그러나 이제 소개할 어머니상은 다르다. 어머니라고 해서 모든 것을 눈감아 주지는 않았다. 자식을 위하여 따끔하게 야단치는 어머니도 많다. 유향이 쓴 [열녀전]에는 다양한 여성의 모습이 나온다. 포악한 여인도 나오고 음란한 여인도 나오고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여인도 나온다. [열녀전]에서 어머니 두 분을 모셨다. 

     

  조나라 군인 40만 명 이상이 죽은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여기에는 조괄의 리더십 부재가 한몫했다. 이 사건에서 조괄의 어머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진나라 이간질에 속아 조나라 왕이 염파 대신 조괄을 대장군으로 임명했을 때 조괄의 어머니는 조괄을 장군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글을 왕에게 올렸다. 왕이 말을 듣지 않자, 조괄의 어머니는 이렇게 물었다. 


  “대왕께서 굳이 그 아이를 보내신다면, 그 애가 소임을 다하지 못하더라도 저를 자식의 죄에 연좌하여 벌을 받지 않도록 하시겠습니까?” 


  우리가 아는 어머니들은 자식이 죄를 지었을 때 잘못 가르친 자신이 대신 벌을 받겠다고 요청한다. 그런데 자신에게 연좌하지 말라니. 조괄의 어머니는 어떻게 자식을 가르쳤을까?     


  조괄의 어머니와 대비되는 사람으로 초나라 장수 자발의 어머니가 있다. 자발이 진나라를 공격하던 중에 군량이 떨어졌다. 자발이 사람을 보내 왕에게 구원을 요청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에게 들러 안부를 묻게 했다. 어머니가 사자(使者)에게 물었다. 


  “사졸은 무탈한가?”

   사자가 대답했다.

  “사졸들은 콩밥을 함께 나누어 먹고 있습니다.”

  자발의 어머니가 또 물었다.

  “장군은 무탈하신가?”

  사자가 대답했다.

  “장군께서는 아침저녁으로 고기반찬에 좋은 곡식으로 지은 밥을 드십니다.”

  나중에 자발이 진나라를 무찌르고 돌아오자 어머니는 문을 닫고 집안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했다. 사람을 시켜 아들을 꾸짖었다.


  “너는 월왕 구천이 오나라를 쳤던 일을 들어보지 못했느냐? 어떤 객이 도수 높고 맛 좋은 술 한 사발을 왕에게 올렸다. 그러자 왕은 사람을 시켜 강의 상류에서 술을 붓게 하고 사졸들에게 하류에서 마시게 했다. 술맛이 더 나지는 않았겠지만, 사졸들은 다섯 배의 힘을 내 싸웠다. 다음 날 어떤 사람이 말린 밥 한 자루를 바치자, 왕은 또 군사에게 하사해 나누어 먹게 했다. 목구멍으로 넘어갈 단맛도 없었지만 군사들은 열 배의 힘을 내어 싸웠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하더냐? 사졸들은 콩밥을 나누어 먹는데, 너는 장군 된 몸으로 혼자 아침저녁으로 고기반찬에 기름진 밥을 먹었으니 어찌 된단 말이냐? [시경]에 ‘행락을 좋아하지만 지나치지 않도록, 훌륭한 선비는 절도를 지켜야지’라고 하지 않았느냐! 이는 사람과 화합을 잃지 말아야 함을 가리키느니라. 너는 사람들을 사지에 몰아넣으면서, 자신은 윗자리에 풍족하고 안락하게 지냈다. 비록 전쟁에서 이겼어도 그것은 사람을 다스리는 방법이 아니다. 너는 내 자식도 아니니 내 집에 들어오지 마라!”


  자발은 결국 어머니께 사죄한 후에 집에 들어갔다.     

  제나라 전직자의 어머니도 훌륭하다. 전직자가 제나라에서 재상으로 지내면서 아랫사람으로부터 금 백 일을 뇌물로 받아 어머니께 드렸다. 

  어머니가 물었다.

  “네가 재상을 지낸 지 3년이 되었는데 일찍이 봉록을 이렇게 많이 받은 적이 없었다. 사대부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어디서 난 것이냐?”

  전직자가 대답했다. 

  “사실은 아랫사람에게 받았습니다.”


  “내가 듣기로 선비는 몸을 닦고 품행을 바르게 해 구차하게 얻지 않고 진심과 성실함을 다해 속이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의로운 일이 아니면 마음에 품지 않고, 도리에 어긋난 이득은 집에 들이지 않으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속마음과 겉모습 서로 맞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 임금께서 높은 관직으로 너를 대우하고 후한 봉록을 내리셨다. 너는 마땅히 말과 행동으로 임금께 보답해드려야 한다. 무릇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은, 자식이 아버지를 섬기는 것과 같다. 역량을 다하고 능력을 발휘하며, 충성과 믿음에 거짓이 없어야 하고, 반드시 온 힘을 다해 충절을 지켜야 한다. 죽을 각오로 명령을 받들고, 청렴결백하고 공정해야 임무를 다하고도 해를 당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너는 충성과는 멀어져 있구나. 무릇 신하가 충성하지 않는다면 자식이 불효하는 것과 같다. 의롭지 않은 재물은 내가 가질 수 없고 불효하는 자식은 내 자식이 아니다. 썩 나가거라!”


  전직자가 부끄러워하며 뇌물을 돌려주고 스스로 선왕에게 죄를 고하고 벌 받기를 청하였다. 선왕이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의 의로움을 크게 칭찬하였다. 또한 전직자의 죄를 사하고 다시 재상의 자리에 앉혔으며, 전직자 어머니에게는 나라의 재물을 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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