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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멘달 Aug 29. 2023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싶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11살 여자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한미 약품이 후원하고 세계 시민 포럼이 주최하는 세계 시민 교육 강사로 일한 지 어느덧 2년째다. 이 프로그램은 일상 속에서 예술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다문화 가족이나 이주민 여성들이 예술 시민 교육을  통해 자주적인 자아를 찾고 그로 인해 그들의 삶이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되었다.

그동안 다양한 다문화 가족센터와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해 왔지만 작년 가을에 함께했던 재한 몽골 외국인 학교 3, 4학년 아이들과의 만남은 아직도 내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1999년 광진구에 세워진 재한 몽골 외국인 학교는 몽골근로자들이 일터로 나간 후 하루 종일 방치 되다시피 한 그들의 자녀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의 도움으로 설립되었다. 처음에는 지하 작은 공간에서 8명의 학생으로 시작하였지만 현재는 초, 중, 고교 총 300여 명의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의 수혜를 누릴 정도로 성장했다.


  첫 수업 시간, 설레는 마음을 안고 올림픽대로를 한 시간 달려 도착한 학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수업 전 만나 뵌 교장 선생님께서는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많이 누리지 못했던 아이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전하셨다.

준비한 꽃 재료를 들고 음악 교실을 찾아 복도를 걸어가는데 마주치는 모든 아이들이 누군지도 모를 내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아이들을 만나기도 전에 나는 벌써 이곳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음악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10명의 아이들이 모두 나를 보고 웃었다. 그 얼굴들이 하나같이 선하고 예뻐서 가슴이 벅찼다.

인사를 나누고 내가 가져간 꽃 재료들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때는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 꽃들을 정말 집에 가져가도 돼요?” 라며 몇 번이고 되물었다. “물론이지~”라고 답한 나를 보며 함박웃음을 짓던 아이들의 얼굴은 선했다.


  동물을 사랑했던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는 사자, 코끼리, 거북이 등 다양한 동물의 특징을 음악으로 재미있고 익살스럽게 표현한 곡이다. 동물을 주제로 한 이 곡은 클래식 음악을 어렵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주기에 충분했다. 특별히 출렁이는 물결과 물속을 헤엄치는 여러 물고기들의 모습을 표현한 ‘아쿠아리움’을 감상한 뒤 아이들은 투명한 어항에 색모래로 물결을 표현하고  다육 식물과 클레이로 만든 물고기들을 넣어 나만의 수족관을 완성해 보았다.

가을이 깊어져 갈 무렵에는 사계절을 음악으로 표현한 비발디 <사계> 중 ‘가을’을 감상하고 산에서 직접 주어온 도토리, 솔방울등으로 ‘ 가을 숲‘을 상상하며 가을꽃 센터피스 작품을 완성해 보았고, 미래의 내 결혼식을 상상하며 청첩장과 부케를 만들 때는 멘델스존의 <결혼 행진곡>과 함께했다.

또 피터 하이드리히의 <생일 축하 변주곡>과 함께 할 때는 직접 디자인한 플라워 케이크를 만들어 보았는데 정말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등장해 나를 감동시키기도 하였다.


  아이들은 다양한 주제 앞에서 늘 하고 싶은 말과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저마다 다른 아이디어로 표현한 아이들의 작품은 모두 개성이 넘쳤다. 나는 이런 멋진 작품들을 기억하고 싶어 매 수업마다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느라 바빴다.


  10주라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마지막 시간이 되었다. 클래식 음악은 아니지만 ‘푸르른 나무와 빨간 장미,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 하나하나에도 무지개와 같은 아름다움이 있으니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라고 루이 암스트롱이 노래한 곡 ‘What a wonderful world ’를 아름다운 삽화가 담긴 그림책과 함께 감상하고 난 뒤 나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름다운 세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역시나 재미있는 대답이 여기저기서 마구 튀어나왔다. 강아지, 구름, 꽃, 엄마, 아기 등등. 장난기 가득한 한 아이의 “밥이요!”라고 답해  모두가 한바탕 웃고 말았다. 그때였다.

”선생님~아름다운 눈으로 보려고 하면 다 아름다워요. “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한 11살 여자아이의 대답은 ‘무지개와 같은 아름다움’이 되어 오랫동안 내 가슴속에 남았다.


   마지막 작품은 지구를 의미하는 동그란 스티로폼 위에 각자 생각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그리고 꽃으로 장식된 링 오아시스 위에 올려 ‘아름다운 세상’을 완성해 보았다. 모든 아이들이 만든 작품은 일주일간 교내에 전시되었다. 우리는 작품 앞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또 만날 수 있어요?”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아쉬운 마음을 담아 꽃 인형을 하나씩 선물로 주었다. 그동안 즐겁게 참여해 준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길, 내내 그 아이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아름다운 눈으로 보면 다 아름다워요. “


   부디 우리가 함께 보고, 듣고, 느꼈던 음악과 꽃들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것들로 남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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