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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멘달 Oct 28. 2024

에이지리스 Ageless

늙지 않는, 나이를 안 먹는

  며칠 전부터 잠 못 드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낮잠을 자거나 커피를 마신 날 단순히 잠이 오지 않는 불면이 아닌 뭐랄까..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내’가 잠이 들려는 또 다른 ‘나’를 자꾸만 깨우는 식의 조금은 낯선 불면이었다.

당황스러웠다. 나이 들면 수면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아침형 혹은 새벽형으로 많이들 바뀐다지만 나는 아직 아니었다. 밤에도 12시를 넘기지 못하고 늘 중학생 아이보다 먼저 잠들고 아침에도 아이와 함께 일어나는 나를 보며 친구들은 '신생아만큼 자는 중년'이라며 놀려대곤 했다.


 어제는 한 시간 동안 하이킹을 했고 맑은 날이라 햇빛도 충분히 받았으며 무엇보다 제법 긴장하며 준비했던 강의를 무사히 마친 날이라 후련하면서도 몹시 피곤했다.

하지만.. ‘오늘은 드디어 푹 자겠군~'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잠은 또 쉬이 들지 못하고 설핏 들다 깨다를 세 시간 동안 반복했다.


 식구들이 모두 잠든 조용한 밤, 어두운 부엌에서 멜라토닌 3mg을 삼키며 나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호르몬 때문이라는 것을. 40대 중반이면 준갱년기를 겪는 나이 아닌가. 당연한 건데 뭘.. 하며 애써 위로해 보지만 캄캄한 밤만큼이나 내 마음도 어둡게 가라앉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 나는 감정이 널을 뛴다. 살다 보면 주변 사람들(특히 가족)과의 부딪힘은 어쩔 수 없는 것인데 남편과 아이들 때문에 어쩌다 한 번 흐트러진 마음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그 어떤 것도 그다지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설렘이 없는 삶은 무언가에 욕구불만인 것처럼 나를 시들 거리게 만들었다.


 정말 이 모든 것들이 줄어드는 호르몬 때문이라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인데..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요즘 나보다 앞 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자꾸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잘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매끈한 피부와 군살 없는 몸매를 변함없이 유지하며 외모를 잘 가꾸는 사람들도 물론 동경의 대상이지만 나는 그보다는 꾸준한 운동과 절제된 식습관등으로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며 나이와 크게 상관없이 흔들림 없는 일상을 잘 유지하는 사람들이 더 부럽다. 아직은 육아와 살림에 치이고 열심히 버는 것 같지만 돈은 모이지 않는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지금의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지만 변함없이 내가 하는 일에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고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찾아내어 여가를 즐길 줄 안다면 바쁜 일상과 노화에 상관없이 에너지가 넘치고 여유가 있지 않을까.


아, 너무 먼 얘기 같다. 지금은 그저 나의 이 불면이 그냥 이러다 말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에이지리스하게 나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꾸준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과 인생을 사는 농도가, 나이가 주는 고정관념을 희석시킬 정도로 충분히 진한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전형적인 그 나이의 여자나 남자에 대해 우리가 지닌 선입견으로 그 사람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이나 매력으로 설명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 부분이 나이가 먼저 명징하게 드러나야 하는 것이다. “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_임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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