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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blimer Nov 27. 2022

02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낯선 H



한은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아니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낯선 사람이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오랜 시간 함께 있어도 낯설었다. 그런데 그래서 한은 특별하다. 사람은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 두려움을 잊어버리기 위해 알 수 없는 것을 사랑한다. 그러면 두려움을 잊어버릴 수 있다.           




어느 날인가 한은 나에게 인도로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을 했다. 어떤 시인이 쓴 인도에 대한 책이 유행하던 때 즈음이었다. 


“한. 그 시인이 쓴 책 읽었어요?”

“아뇨. 나는 그 시인 싫어하는데……. 사실 그 시인이 싫다기보다는 시가 싫은 거지만.”

“그럼 한의 책상 위 책장에 있는 시집들은 뭐야?”

“싫어하니까 시를 안 읽게 되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읽으려고 가까이 둔 거지.”

“여행은 가겠다는 거지? 그런데 왜 나랑 가려고 해요?”

“그럼. 누구랑 가요?”


나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 책을 한 권 샀다. 그 시인이 썼다는 인도에 관한 책이었다. 사실 한이 인도 여행을 제안하기 전까지 나는 한 번도 인도에 가보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나에게 있어서 인도라는 나라는 그저 세계 지도 속에나 존재하는 나라였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좋은 것일까 아니면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쁜 것일까? 만료 기간이 다가오는 여권도 발급받아야 했고, 비자도 필요했다.           




약속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공항에 가면 혹은 비행기에 탑승하면 한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약속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을 만날 수 없었다. 나는 혼자 인도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다. 




한은 먼저 떠났다. 언제 떠났는지 무엇 때문에 혼자 떠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연락이 닿지 않아 한의 친구인 김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한이 인도로 떠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도 한이 떠났다는 사실만 알 뿐, 인도로 간 것인지 혹은 다른 나라로 떠난 것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한이 떠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별다르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하던 여행 준비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 준비를 하다가 도대체 무슨 다른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던 준비를 다 마치고 나서 나는 혼자 인도로 향하는 여행길에 올랐다. 


탑승 수속을 마치고 커피를 마시면서도 어디선가 한이 웃으면서 말을 걸어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한은 오지 않는다. 사실 한은 언제나 약속 시간에 늦는 사람이었다.

           

한은 뭄바이로 향했을 수도, 혹은 캘커타로 향했을 수도 있었다. 물론 전혀 다른 나라로 향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인도 여행을 준비했기 때문에 인도로 향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델리에 도착했다. 어차피 낯선 나라였기 때문에 어디로 가든 마찬가지였고, 한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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