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날 며칠 인터넷으로 강아지 사진만 찾아 헤매던 중, 유기견을 입양한다는 애견샵의 광고를 보고 그날로 중학생 딸을 데리고 강남의 샵으로 향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쁜 강아지 사진을 유기견이라고 홍보하고(아무리 생각해 봐도 사기인듯하다.) 호객행위를 했던 거 같다. 우리가 사진으로 봤던 강아지는 있지도 않았고, 큰 불도그 한 마리와 뇌에 문제가 있다는 새끼 강아지가 있었는데, 도저히 키울 자신이 없어 마음을 접었다. 아직도 그 아이들이 눈에 선하다.
강아지보다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던 딸내미는 막상 강아지들을 보고 나니 마음이 달라졌나 보다.
한 군데만 더 가보자고 조른다.
마침 사춘기를 겪고 있던 외동딸에게 반려견이 도움이 되겠다 싶어, 아직 영업을 하고 있는 애견샵을 검색했다. 9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라 대부분 문을 닫았는데, 이대 앞의 한 애견샵에서 기다리겠다며 오라고 한다.
이 한통의 전화가 우리 몽실이와 인연의 시작이었다.
작은 샵에는 온통 하얀 강아지들만 있었다.
말티푸(말티푸의 인기가 최고였다), 몰티즈, 포메 등 한눈에 봐도 희고 이쁜 강아지들만 눈에 띄었다.
울 딸도 흰 강아지들만 눈에 담고 있었는데, 난 왠지 예전에 키우던 시고르자브종 느낌의 갈색 강아지가 눈에 들어왔다.
언뜻 보면 흰색 이쁜 강아지들 틈에 눈에 잘 안 띄는 아이였는데 난 한눈에 반해 버렸으니 이것이 운명이 아닐까. 딸내미도 설명을 듣더니만 고민도 안 해보고 바로 데려가자고 한다. 사실 우리 형편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부담이 되더라도 꼭 데리고 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마음이 참 희한하다.
그날로 바로 강아지를 데려오고 여러 이름을 두고 고민하던 중 몽실이로 결정하였다.
몽실몽실 귀엽게 뛰어다니는 모습만 봐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사랑스러운 우리 강아지.
나와 단둘이 살던 딸내미에게 동생이 생겼으니 한참 사춘기로 예민한 시기에 울 몽실이가 언니에게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강아지를 한 번도 안아본 적 없는 딸내미는 몽실이를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 무척 당황스러워했지만 이내
능숙하게 돌봐주었고, 무엇보다 웃음이 많아진 아이를 보니 잘 데려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나도 몽실이를 보며 아버지를 향한 그리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수 있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강아지 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