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arton 대표 박제연 Nov 09. 2024

할머니와 몽실이

강아지를 싫어하는 할머니

울 엄마는 강아지를 무척 싫어하신다.

털 빠지는 거 싫고 귀찮다고.

우리 어린 시절에 강아지를 키울 때면 항상 미워하고

어떻게 하면 내쫓을지를 궁리하셨다.

그런 엄마가 야속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시부모에 쌀쌀맞은 남편에 4남매의 자식과

수시로 드나드는 시누네 식구들과 친척들 뒷바라지... 수십 명의 가족들 챙기느라 강아지까지 마음 주기엔 너무 힘들고 버거운 나날이었을 거 같다.

암튼 우린 엄마가 너무나 강아지를 싫어하는걸

알기에 어린 시절 이후로 단 한 번도 키워본 적

없고 얘기조차 꺼내질 않았다.


엄마와 가까이 사는 나는 거의 매일 엄마를 만나야

하기에 강아지 키우는 것을 언제까지나 숨길순

없는 노릇이었다.

몽실이가 우리 집에 온 지 일주일쯤 되었나...

가족끼리 식사자리가 있어서 기분 좋으신 틈을

타 강아지 얘길 꺼냈다.

근데, 의외다.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강아지를 한번 보고 싶다고 하신다. 우리 가족모두 엄마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놀라면서도 반가웠다.


엄마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우울증을 겪으시던 중 알츠하이머 초기 진단을 받으셨다.

평소 건망증이 심하신 것이 나이 탓이라 했는데

그게 아니라 병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워낙에 지병이 많았던 아버지 챙기느라 엄마는

늘 뒷전이었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보니 엄마가

이 상태가 된 것이다.

이래저래 엄마한테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었는데 엄마가 강아지를 예뻐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다. 늘 혼자 계시는 엄마한테

강아지가 도움이 될 거 같았다. 실제로 반려동물이

사람의 감정에  미치는 긍정적인 연구결과도

많으니 이참에 엄마랑 몽실이가 친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드디어 몽실이와 울 엄마가 만나는 날,

워낙 만지는 것도 싫어하시는 지라 가까이 못 가게 하고 멀리서 보시게 했다.

그런데 웬걸...


강아지 이리 줘봐라

닷없이 강아지를 달라는 엄마에게 몽실이를 안겨드렸더니

어색한 듯 안으시면서 별말씀 안 하신다.

별말씀 안 하신 건, 엄마로선 굉장한 긍정의 표시였다.

이렇게 몽실이와 할머니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유난히 속눈썹이 긴 우리 몽실이







작가의 이전글 몽실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