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펜타멀스 Sep 16. 2022

주인 없는 의자

할매바위에 누워

의자를 올려다본다. 일곱 난쟁이가

별이 되고 다시 의자가 되어

하늘에 떠 있지만, 주인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할머니의 귓속말이

한여름 밤바람 타고 와 

입꼬리를 간지럽힌


저 의자에 누가 앉은 것을  사람은

없다. 어느 잠꾸러기 공주가

의자에 누워 낮잠을 자다, 밤이 되면

왕자를 만나러 간다는 풍문은 있다

할머니 말고는 저 의자를 의자라고

부르는 사람도 없다. 은하수를 

고독한 영혼을 씻겨줄 때, 그분이

사용한다는 말씀은 있다

자정이 되면 외로운 여행자가 저 의자에

앉아 잠시 쉬어 갈 수도 있으니

가끔 지켜보라는 할머니의 말은, 꼭

잠결에만 들려왔다


할매바위가 흔들렸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어둠을 붙잡고

바람에 기대어 겨우 버텨냈지만

은하수 한 움큼이 없어졌고

하늘이 옆으로 비켜나 있었다

자정은 훨씬 지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2년 6월 6일, 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