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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타멀스 Jun 07. 2022

2022년 6월 6일, 비

어쩌다 재수 없게

지뢰 파편에 맞아 죽었으나

운 좋게도 동작동 국립묘지에 묻혀있는

형을 보러 갔다. 조국을 위해 몸 바친

영혼들을 달래려 가슴에 꽃 달고 그분도

건들건들 오고 있었(허접한 이유로

군대를 기피한 대단한 분이란다)

공갈포 갈긴 후 자욱한 포연 사이로

검은양복들이 나타나 유령처럼 그분

주위를 맴돈다(희한한 사유로 입대를

명 받지 못한 위대한 분들이란다)


어머니 몰래 야반도주하듯

머리 깎고 입대하던 날도 이렇게 비가

왔다. 다행히 죽지 않고 만기 제대하여

개구리복 입고 귀가한 다 큰 막내아들

끌어안고, 어머니는 춤을 추며 울었다


저벅저벅 넓은 우산 하나 다가와 발을

맞춘다. 이곳에 잠들어 있는 누군가의

전우, 비 맞으며 걷고 있는 나의 동무가

되고, 나는 더 이상 빗물에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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