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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타멀스 Oct 15. 2023

거북목 증후군

또다시 벽을 느꼈다. 강을 사이에 두고

팽팽하게 맞섰던 두 세력의 기세가

다시 성벽처럼 강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 벽이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가늠할 수

없다는 듯 강물은 자꾸 뒤돌아보며 고개를 젓는데

언덕 위에서 홀로 볕바라기를 하고 있는

목 잘린 거북바위는 잘린 목을 몰래 숨긴 채

천 년 묵은 등껍질을 움츠리며 꼬리를 여민다

무명의 바위에 이름을 주고, 꼬리가 낳아 줄

풍요와 번영을 독차지하려 힘겨루기를 벌이더니

힘이 달린 강 건너 무리들이 어둠을 제치고 

오기와 심술로 목을 자르던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싸움에서 진 것은

거북이 모가지가 늘어진 탓이었다. 이다시 또,

꼬리를 추종하는 힘들이 한데 모였다

강을 경계로 더 높은 욕망의 성벽을 쌓고

떼 지어 몰려올지도 모른다. 서둘러 숨긴 목을

끄집어내어 붙여 놓아야 한다. 을 만들고

스스로 벽에 갇힌 그들에게 늘어진 목이라도

치게 해야 한 뼘 꼬리를 살릴 수 있다

익숙한 발자국 소리들이 뒤섞여 오고 있다

잘린 목은 또다시 등껍질 밑에 숨겨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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