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제처럼 님을 맞으러
빗장 없는 대문을 열고 섬돌 위에 올랐다
길모퉁이 돌아 금방이라도 올 것 같은 님은
게으른 낮달이 하늘을 한 바퀴 돌았어도
어제처럼 오늘도 보이지 않았다
속절없는 냉가슴을 한숨으로 쓰다듬고
또 한숨을 불어넣고 달래면서
틈틈이 고개 들어 길게 목을 빼 보았지만
길모퉁이 언저리는 찬바람만 드나들었다
님은 끝내 오지 않았다
오지 않은 님을 고이 보내려고
해 저물녘 홀로 문간에서 서성이는데
지지난밤 한길에서 짝을 잃은 고라니가
멀뚱하게 먼산 보며 목 놓아 흐느낀다
돌아올 수 없는 님의 이름을 통째로
허공에 채운다. 그 이름이 어둠에 묻힐까
메마른 눈물 걷어내고 혼불을 밝힌다
다시 섬돌 위에 올랐다
그와 함께 허공을 보며, 언제 올지 몰라도
나는 기다리는 님이라도 있다는 것이
미안했다. 기껏 냉가슴쯤으로 님을
그리워했다는 것이, 그까짓 한숨 따위로
사치스럽게 마음을 위안했다는 것이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