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벽을 느꼈다. 강을 사이에 두고
팽팽하게 맞섰던 두 세력의 기세가
다시 성벽처럼 강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 벽이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가늠할 수
없다는 듯 강물은 자꾸 뒤돌아보며 고개를 젓는데
언덕 위에서 홀로 볕바라기를 하고 있는
목 잘린 거북바위는 잘린 목을 몰래 숨긴 채
천 년 묵은 등껍질을 움츠리며 꼬리를 여민다
무명의 바위에 이름을 주고, 꼬리가 낳아 줄
풍요와 번영을 독차지하려 힘겨루기를 벌이더니
힘이 달린 강 건너 무리들이 어둠을 제치고 와
오기와 심술로 목을 자르던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싸움에서 진 것은
거북이 모가지가 늘어진 탓이었다. 이제 다시 또,
꼬리를 추종하는 힘들이 한데 모였다
강을 경계로 더 높은 욕망의 성벽을 쌓고
떼 지어 몰려올지도 모른다. 서둘러 숨긴 목을
끄집어내어 붙여 놓아야 한다. 벽을 만들고
스스로 벽에 갇힌 그들에게 늘어진 목이라도
치게 해야 한 뼘 꼬리를 살릴 수 있다
익숙한 발자국 소리들이 뒤섞여 오고 있다
잘린 목은 또다시 등껍질 밑에 숨겨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