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펜타멀스 Oct 17. 2023

무인도 견문록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잡아먹어야 했다

최소한 어디엔가 숨어 있어야 했다

잡아먹고, 잡아먹히고, 숨어 있고 하면서

잡아먹는자와 잘숨는자만 살아남았다


잡아먹는자들은 보이는 모든 것을

잡아먹었지만 잘숨는자들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잘숨는자들은 잡아먹는자들의

모든 것을 숨어 살피었고 그들의 약점도

알게 되어 더 잘 숨을 수 있었다

잡아먹는자들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서로를 잡아먹은 일이 벌어졌고, 어느 날

그들 모두가 보이지 않았다

잡아먹는자들이 사라졌어도

잘숨는자들은 서로를 잡아먹지 않으려고

숨어 사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내가 나타나자 그들은 나를 살피더니

잡아먹는자들도 잡아먹지 못하고

포기한자라며 더 깊은 곳으로 숨었다

2323년 겨울, 나는 그 섬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작가의 이전글 망부석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