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나
예술적으로 똬리를 틀고 있는 구렁이쯤
그려야 그림이라 할 수 있다 해서
잠자는 용궐산 용을 깨워 앉혀 놓고
대작을 꿈꾸며 붓을 들었다
그림이라 할 만한 그림을 그리고자
용의 역린을 건드려 불을 뿜게 하고
여의주 대신 도깨비방망이를 쥐여 주었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림을 본 사람들은
그림이라 할 만한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은
했으나, 비틀림은 넘치고 어울림은 모자라
혹시 에이아이가 그린 그림이냐고 물었다
그림을 들고 에이아이에게 보여주니
왜 도깨비가 불을 뿜느냐고 물으면서
에이아이도 이해하고 느낄 만한 그림은 없냐고,
인간들의 그림은 늘 그러하냐고 투덜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