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신박사TV를 즐겨 본다. 신영준 박사님은 내 페친이기도 하지만 평소 좋은 책 소개를 자주 해 주셔서 신영준 박사님이 추천해 주는 책은 거의 다 읽어 보는 편이다. 최근에 신박사TV에서 책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를 소개해 주시길래 어떤 책인지 좀 살펴봤다. 책 부제가 ‘나를 살린 달리기’다. 달리기 소재의 에세이라니.
처음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몇 개월 전 오른발 뼈가 부러져 달리기를 계속 못 하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달리기를 다시 시작해 잘 못 달리는데 이 타이밍에 괜히 이런 책 읽으면 오히려 답답할 것 같았다. 그래도 신영준 박사님 책 추천은 늘 믿고 보는 편이라 일단 주문부터 했다. 어제 이 책이 도착했는데 오늘은 대충 살펴보고 다음에 한가할 때 제대로 읽어 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웬걸.
몇 장만 보고 내려놓으려던 책이 한 번 읽기 시작하더니 가속도가 붙어 순식간에 다 읽게 됐다. 진짜 오래간만에 몰입도 높은 독서 경험을 했다. 웬만해선 책을 한 번에 다 읽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흡입력이 대단하다. 책 주요 내용은 저널리스트 벨라 마키가 인생의 큰 고통과 시련을 달리기를 통해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최근에 개봉한 영화 ‘아워 바디’가 생각났다.
영화 속 주인공 자영이 8년 고시 공부하다가 포기하고 인생의 깊은 어둠의 터널을 달리기를 통해 빠져나오는 과정이 이 책과 묘하게 일맥상통한다. 왜 벨라 마키나 자영 모두 인생 최악의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달리기를 선택했을까? 달리기는 심장을 강화하는 거의 유일한 운동이다. 달리기를 통해 심장이 빠르게 뛰다 보면 건강이 좋아지는 걸 넘어 정말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올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반년 가까이 달리기를 못 하는 상황을 경험해 봤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달리기 예찬이 더 와 닿는다. 달리기를 못 하는 동안 느꼈던 내 몸과 마음의 변화가 최근에 달리기를 다시 시작한 후 더 대비돼서 그런 것 같다. 이 책은 운동 동기부여에도 최고지만, 무엇보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주는 책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메시지는 묵직한 매력 넘치는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