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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 살아보자.

눈 많다. 눈 쌓였다. 눈 미끄럽다.

by 감은 홍시가 된다



2022년 1월, 핀란드의 어느 지방으로 교환학생을 떠났다.






한국에서 직항으로 빠르게 가는 핀란드 항공사(핀에어) 비행기가 있긴 하다. 하지만 나는 이스탄불을 경유하는 터키 항공사 비행기를 탔다. 시간은 두 배 걸리지만 티켓값이 절반이었으니까!



태어나 직접 본 풍경 중 가장 아름다웠던 터키 상공



터키 상공은 정말 말로 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해가 떠있는 낮에는 울룩불룩한 에메랄드빛 호수들을 볼 수 있었고, 밤에는 별이 우수수 박혀있는 은하수를 스쳐가는 행인이 된 것 같았다(사진을 찍을래도 창에 실내가 반사되는 바람에 카메라에 담기지 않아 아직까지 혼자 땅을 치고 있다).


의자에 설치된 태블릿으로 영화 인터스텔라를 감상하고 있었는데, 우주 여행하는 주인공 쿠퍼가 는 창밖과 내가 보는 창밖의 풍경이 일치했을 정도였다(!).



Turkish Airline 기내식


빵, 샌드위치, 샐러드, 푸딩.

기내식은 뭐든 맛있어하는 사람으로서 거의 흡입하듯 먹었던 기억이 난다. 비행기 안에서 먹는 버터 바른 빵이라니, 이보다 최고인 게 없다.


거의 15시간 이상을 비행기 안에 있었다.

가만히 앉아 먹고 자고 영화 보기의 반복.



쿨쿨 자다가 눈 떠보니 겨울왕국



언젠가부터 점점 설원이 펼쳐지기 시작하더니 착륙한 곳은 북극의 어느 활주로라 해도 믿어질 만큼, 눈밖에 없었다.



내가 자란 고향은 눈이 거의 오지 않는 남부 지방이다. 아주 가끔 흩날리는 눈이라도 잠깐 내렸다 하면 전교생이 수업 중에 와와 함성을 지르며 너 나 할 것 없이 창가로 달려가곤 했으니까.



내게 낯선 나라인 핀란드를 선택한 이유도 이와 비슷했다.

당시 내 교환학생 선택지에는 북유럽 나라를 포함해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도 있었는데, 이왕 학교 돈으로 가는 거,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아 잘 모르는 곳에 가보 싶었다.






코로나19 관련 승객 유의사항



코로나로 인해 제한된 해외여행이 막! 조금씩 재개된 시점에 갔더랬다.

아무도 안 갈 때 갔다. 그래서 교환학생 경쟁률이 낮았다. 땡잡은 셈.


원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지 않던가(?).


게다가 절차도 복잡하니 선뜻 해외에 가려는 사람이 없다.


백신은 의무적으로 3차까지 맞았어야 했고, 공항에서 당일 음성 확인서까지 받아야 출입국이 가능했다.

저 확인서 잃어버리면 정말 골치가 아파진다. ^-^

여권보다 소중히 했던 종이 한 장.






골치 아픈 공항 내 절차들을 무사히 통과하고

헬싱키 공항 입성!



선불 유심



해외에 가면 생명줄과 권위가 동등해지는 개인 전화번호다.

도착하자마자 유심을 샀다.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살 수 있다.

한 달마다 얼마씩 충전하고 쓰는 방식이다.

2만 원 정도였나.



헬싱키 공항에서 처음 마주한 핀란드 편의점



핀란드의 대표 편의점 R-kioski.






핀란드 특유의 빵들이 판매되고 있다.

어딜 가나 편의점은 정말 비싸다.

그래서 여기 편의점 음식은 나도 사 먹은 적 없다.


대신 마트를 애용하면 좋다.

핀란드의 마트에 대한 내용은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할 예정이다만,


북유럽 물가가 너무 비싸다 알려져 있어 사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는 특히 교환학생 국가로 그다지 인기가 없다.

인기 많은 곳은 아마 영미권을 제외하면 독일일 것이다. 물가도 비교적 저렴하고 타국 여행도 간편하고.


하지만?

핀란드의 마트 식재료, 굉장히 저렴하다.


하지만?

다이소 같은 개념의 매장이 없어서(애초에 그냥 가게 자체가 많지 않다...)

제조된 '물건'을 사려면 다소 비싸게 느껴진다.

'다이소에서 5천 원도 안 할 청소 밀대를 만 오천 원에 팔다니...'


하지만?

그만큼, 저렴하게 내놓는 중고매장이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다.

많이 득템했다. 후후.


결론은

전체적으로 보면 비싸지 않다. 같은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서. 대책은 어디에나 있고 살 만하다!



헬싱키 공항과 핀란드 곳곳을 이어주는 승강장



무거운 캐리어 두 개를 눈밭에 질질 끌고 다니는 경험 해본 적 있는가...

그냥 바퀴가 제 역할을 버렸다고 생각하면 된다.


체력적으로 이미 너무 지쳤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갈 곳은 헬싱키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위쪽에 있는 중부 지방에 가야 했다.





1월 초였으므로 더더욱 눈밖에 보이지 않는 풍경.

핀란드는 9월부터 4월까지도 눈이 온다(...).



탐페레를 지나...



한국 떠난 지 약 24시간 만에

기숙사에 도착했다. 현지 시각 밤 10시였다.


24시간 동안 기내식 제외하고 아무것도 못 먹었다.

오는 데 모든 신경을 쏟느라 먹을 생각도 못 했다.

아니, 기숙사 주변에 편의점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이런. 나는 정말 핀란드가 어떤 나라인지 몰랐 것이다.


편의점은커녕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음료 자판기차도.

걸어서 약 15분 걸리는 곳에 위치한 마트는 이미 영업 종료.


게다가 세 명이 같이 살 플랫하우스에

내가 가장 먼저 입실해 버려서

냉장고 전기를 내가 처음 꽂았다.

즉 먹을 게 단 한 톨도 없었다 말씀.






극도의 피로함과 굶주림을 안고

옷을 갈아입거나 캐리어를 펼칠 여지도 없이

시트도 없는 날것의 매트리스에 기절해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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