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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 사는 동안 내가 먹은 것 (학식 편)

음식에 욕심이 꽤 있는 사람

by 감은 홍시가 된다




코로나로 막혔던 유럽으로의 방문이 막 풀렸을 무렵, 핀란드의 어느 지방으로 교환학생을 반년 다녀왔다.

북유럽은 물가가 몹시 비쌀 것이라는 인식이 있고 나 역시 그랬다. 핀란드에 가보기 전까지는.


사실 외식은 비싸다. 대부분 한 끼 15,000원 이상 생각하면 된다.

당시는 3년 전이었으니 지금은 더 비쌀지도 모른다.

(애초에 식당 자체가 많이 없다…)



하지만 좋은 소식. 장 봐서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한국보다 저렴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장바구니 물가가 착하다.

또한 학생 복지가 매우 탄탄히 되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학식이 아주 만족스러우면서도 저렴했다. 한국 돈으로 4,500원 정도.






정리해 보자면 핀란드에서 내가 끼니를 해결한 방식은 크게 3가지다.


1. 교내 학생 식당(35%)


2. 장 봐서 요리해 먹기(55%)


3. 외식, 기타(10%)



이번 글에서는 숱하게 먹은 학식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 한다.








기본적인 모양새는 이렇다.

뷔페 식이고 원하는 만큼 한 접시에 담아 오면 약 5천 원 정도 한다. 학생증을 보여줘야 했던 것 같다.

옆에 딸린 디저트는 매일 다른데, 저건 추가 요금 붙는다. 2천 원 정도?





첫 번째로 특이하다고 느꼈던 점은 조그만 유리컵을 꼭 두 잔씩 가져오던 거다.

처음에는 당연히 한 컵만 마시면 땡 아닌가 생각했는데 핀란드 학생들이 약속한 듯이 다 두 잔씩 집어오더라.

물, 탄산수, 포도주스, 오렌지주스, 우유, 저지방/무지방 우유 등 그 수도 참 다양했다.

그래서 그런가?





그게 어색했던 나는 그냥 이렇게 두 잔에 전부 물을 떠 온 적도 있다.





두 번째로 신기했던 점은 무한 리필 빵 존이다.

당시 빵에 반쯤 미쳐있던 나로서는 천국이 따로 없었다.

커다란 통밀 바게트도 몇 덩이씩 있고 도마와 빵칼이 있었다. 원하는 만큼 무한정 먹을 수 있고, 고소한 버터도 한가득 채워져 있었다.

난 매번 접시에 가득 밥과 야채를 눌러 담아 다 먹고도 빵을 몇 번씩 리필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냅다 보이는 거 담아 만든 샐러드와 카레.


특히 핀란드는 특유의 국민 빵이 몇 개 있는데 사진에 보이는 직사각형 모양의 비스킷도 그중 하나다.

핀란드 식당에 가면 무조건 있는 간식. 이유는 모르겠다...

맛은 달지도 짜지도 않은 구수한 통밀의 맛이다. 엄청 바삭하다.





서양권이 다 그렇듯 채식주의에 민감하다.

내가 다닌 학교도 메뉴마다 손글씨로 여기 들어간 재료들을 하나하나 써놓은 걸 보았다.





핀란드는 내내 이런 풍경이다.

1월부터 4월까지도 눈이 펑펑 내려서 집 앞에 갈 때도 튼튼한 털부츠를 신고 나가야 안심이다.





빵과 덕지덕지 묻은 버터...

양이 많아 보이지만 밑에 야채를 무진장 깔아놓은 접시다.

큰 이질감은 없지만 묘하게 한국에서는 그다지 먹지 않는 요리들이 나온다.





핀란드에서는 알알이 흩어지는 쌀이나 으깬 감자가 주된 탄수화물 급원이다.

급식에서도 꼭 쌀과 으깬 감자는 고정으로 나왔다.

친구들에 비해서도 음식을 욕심 있게 많이 떠왔다.

오렌지가 4조각이나 있네.





핀란드에는 큰 호수가 참 많은데, 긴 겨울 동안에는 광활한 스케이트장 역할을 한다.





핀란드는 무지방 우유도 꽤 메이저한데,

그래서 낭패(?)를 본 적이 있다.

나는 우유를 웬만한 사람들보다 훨씬 좋아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핀란드어로 우유(maito)만 알고 마트에 가서 사 왔다가 한 모금 머금자마자 뱉어버린 사건이 있었다.

그 생선 비린내 같은 향을 잊을 수가 없다.

그 후로 maito 앞에 뭐가 붙어있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다음에는 장보기 편으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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