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든 여행 가면 마트 구경이 필수인 것
마트 편으로 돌아왔다. 외식이 비싸기는 해도 나는 요리해 먹는 걸 좋아하는데 -
내가 살던 플랫하우스는 3인 3실로, 화장실과 부엌 정도를 공유하는 지역 기숙사였다.
핀란드에서 내가 집 앞 슈퍼 드나들 듯 다녔던 곳은 '프리즈마(PRISMA)'라는 대형마트다.
그 규모가 우리나라로 치면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정도일까?
프리즈마 외에도 K-CITYMARKET, 독일 출신 리들(LiDL) 등이 메인 슈퍼마켓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생필품이나 식재료를 주로 이런 곳에서 구매했다. 적어도 내가 살던 동네는 그랬다.
(K-CITYMARKET은 비싸고 리들은 싸다….)
내가 원한 건 무슨무슨 할인 마트라든지, 편의점이라든지, 동네 슈퍼 정도의 크기였는데, 이곳에는 그런 규모란 존재하지 않았다. 거의 대형 마트만 있었다.
내가 살던 기숙사에서 도보 15분 거리였는데, 오르막 내리막이 꽤 있었다. 두꺼운 방한 부츠를 신어도 종종 엉덩방아를 찧었다.
사실상 어떠한 분류도 순서 기준도 없는 랜덤 일기지만, 추억을 되새겨 볼 겸 몇 문장 써 본다.
여기는 내가 살던 곳 근처에 있던 프리즈마. 입구만 봐도 압도적인 대형마트인 게 체감된다.
핀란드는 땅이 몹시 커서(대한민국의 3.4배!) 건물도 웬만하면 다 낮다. 그래서 짙게 깔린 하늘이 더 커 보인다.
프리즈마는 무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한다.
심지어 지역에 따라 24시간 영업을 하기도 하는 듯하다.
음, 프리즈마에 얽힌 나의 핀란드 입국 스토리를 간략하게 말해보자면 이렇다.
혹독한 겨울 1월 초에 터키를 경유하는 비행기를 타고, 안전주의자인 나는 무사히 도착하는 데만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다가 정신력도 고갈되었는데 거기다 22시간 공복이라는 신기록을 달성했었다. 진짜로 이대로 죽는 줄 알았다. 빨리 도착해야 했기에 뭘 사 먹을 정신이 없었다.
겨우 현지 시각 밤 10시 넘어 도착했는데, 편의점도 식당도 하다 못해 자판기도 없어 당장 필요한 식량을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룸메이트가 당연히 방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도 오산이었다. 아무도 없었고 냉장고는 켜져있지도 않았다.
피로감에 공항 패션 그대로 쓰러져 두세 시간 자고, 새벽 6시 반에 나와 어두컴컴한 눈밭의 초행길을 이리저리 헤매며 첫날부터 혼자 마트 오픈런을 했던 기억이 난다. 마트마저 늦게 열었다면 정말 나 기절했을지도….
그만큼 애정 가득한 단골 마트 프리즈마.
마트 내부는 이런 느낌이다.
쇼케이스 색깔이며 바닥재까지 어딘가 굉장히 익숙하지 않은가!
사진으로 언뜻 보면 홈플러스나 하나로마트와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테일에 조금씩 차이가 있는 점이 재미있다.
외국에 나갈 때 꼭 추천하는 것은
그 나라의 마트 전용 장바구니를 꼭 구입해 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트마다 이러한 재질의 장바구니를 팔지 않는가.
프리즈마는 딸기, 오렌지, 라임 등이 페인팅된 장바구니를 판다.
처음에 왔을 때는 나 빼고 다들 저런 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있길래 트루먼쇼인 줄 알았다.
어느덧 나도 하나 겟-해서, 장 볼 때나 짐가방으로나 만능 가방으로 쓰고 있었다.
몇 개 더 구입해 올 걸 싶은 아쉬움이 살짝.
음, 참고로 이 술이 가득한 공간은 프리즈마가 아니다.
핀란드는 특이하게도 술을 살 수 있는 가게가 따로 있었다. 지금은 어떨지 잘 모르겠다만.
그만큼 엄격하기도 하고, 비싸기도 하다.
그래서 핀란드 친구들은 종종(아니 자주) 배를 타고 옆 나라 에스토니아에 가서
캐리어에 잔뜩 술을 넣어왔다.
그 편이 훨씬 저렴하다고.
다시 프리즈마로 돌아와서,
빵을 정말 좋아했던 나는 냉장고에 과일잼이 꼭 하나쯤 있어야 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유리병 잼도 있었지만 눈길을 끈 건 사진 왼쪽에 보이는 플라스틱형 패키지였다.
스프레드 느낌의 잼이었지만 맛은 준수했고 가격이 저렴했다.
마트마다 있는 빵 코너.
하나당 천원도 하지 않는다.
달달하고 저렴해서 많이 사 먹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왠지 맛볼 수 없었던 맛이었다.
특히 사진에서도 보이는 'Korvapuusti'라는 빵은 시나몬롤 종류로, 우리나라의 약과(?) 같은
핀란드의 국민 빵이다.
핀란드에 있으면서 무얼 제일 많이 보았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이 빵을 1등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일본 과자 포키가 보여서 찍었다. 역시 먼 나라에서 수입해 온 때문인지 가격이 2배는 껑충 뛴 듯하다.
그 밑에는 핀란드 초코파이 같은 과자인데,
저 'RAINBOW'라고 써진 브랜드를 기억하자.
'RAINBOW'와 'Xtra'이 두 브랜드가 핀란드 체류 시절 나의 지갑을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매우 저렴하고 양 많고 괜찮은 브랜드다.
저 브랜드를 기억하면 이렇게나 합리적으로! 살 수 있다.
1유로도 안 하는 0.79유로라니! 저 올리브병 하나에 천 원인 셈이었다. 세상에.
윗 선반에 있는 다른 브랜드보다도 월등히 저렴하지 않은가.
과일과 야채를 진열해 놓은 코너다. 여긴 프리즈마가 아니고 다른 곳이다.
프리즈마는 우리나라 마트처럼, 과일을 골라 봉지에 담고 저울에 달아서 무게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 시스템이었다.
아마도 나중에 사 먹고 싶어서 찍어둔 것 같다. 은근히 이런 젤리, 한국에서 보기 힘들다!
진열이 귀여워서 한 컷 찍었다.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채소와 과일 씨앗을 팔고 있는 모습이다.
나도 저런 걸 한번 심어봐야지 싶지만 늘 사지 못하고 멀찍이 지켜만 보는 내 모습도 보인다.
아, 사실 연어라면 환장하는 나로서 북유럽은 천국이었다.
그렇다고 연어가 막 한 덩이에 달랑 5천 원하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한국보다는 확실히 저렴하고 굉장히 신선했다!
여기서 주문하면 연어 덩어리를 갈색 종이에 싸서 건네준다.
얼마나 연어에 진심이었냐면, 실제로 연어를 손질했다.
연어초밥을 제대로 먹겠다고 생양파도 잘랐다.
일식 요리사에 빙의하여 비늘도 다 벗겨내고, 날카로운 가시를 하나하나 발라냈다.
소금물에 푹 적셔 냉장고에 잠시 보관. 비린내를 없애준다.
완벽한 연어초밥 완성!
눈이 펑펑 쏟아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연어를 해치웠다.
마트 편 ②로 돌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