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주사 놓아본 이야기
“저 사실 방금 주사 처음 놓은 거예요오오~!!”
상담 업무만 한다고 들어왔는데, 어쩌다 접종 업무도 하게 되었다.
아스트라제네카로..
보건소로 내소 접종 오신 어르신, 요양/보호시설 관련 근무자, 소방관, 시청, 보건소 직원들이 대상이었다.
당시엔 아스트라제네카가 처음으로 접종을 시작한 백신이기도 했고 영국에서 혈전 위험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로 언론에 논란이 많은 백신이었다.
민원인 분들이 아스트라제네카는 ‘위험한 백신’이라며 ‘안전한 백신’인 화이자를 맞게 해달라고 할 정도였다.
심지어 ‘부작용 백신’ 맞기 싫다고 하신 분도 계셨다.
나도 겉으로는 “언론에서 혈전 부작용이 굉장히 부각되었지만 실제로 혈전 사례는 몇 건 있지 않습니다.”, “화이자도 부작용 호소하시는 분들 많으십니다.”, “어느 백신이 더 위험하고 안전한 지는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저도 어떻게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라고 말을 했지만,
누가 나한테 “아스트라제네카 접종받으실래요?”라고 물어본다면,
속으로는 “글쎄…”일 것이다. 나도 처음 개발된 백신들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에 두려웠다.
그런 백신을 내 손으로 접종하며 “괜찮아요.”라고 말하고 있는 게 모순 같았달까?
물론 여러 자료들이나 전문가들의 견해를 찾아보며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오해가 많다는 것은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으로는 겁먹었었다.
백신 접종 후, 예진표에 접종자 성명란에 내 이름 석자를 적는데 많은 부담이 느껴졌다.
“이제는 나 정말 의료인인가? 내 이름 세 글자를 대고 내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구나. 무섭다.”
딱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병원에서는 더하겠지. 고작 접종 주사 하나로 저러나 싶을 수도 있지만!
그러던 와중에 처음 접종한 나의 대상자분께서 “하나도 안 아프다. 주사 정말 잘 놓으신다.” 해주신 게 선물 같았다.
첫 기억이 행복한 추억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분 덕분이다. 바보같이 처음이란 걸 고백해버렸지만!
아픔을 느끼는 한 사람에게 침습적인 행위를 한다는 게 얼마나 떨리던지.
하지만 간호사가 떨리는 게 보이면 접종받는 상대방은 얼마나 불안할까? 절대 티 내기 싫어서 긴장한 마음을 꾹꾹 눌러버렸다.
열심히 접종 시뮬레이션을 연습했고 다행히 바늘이 아주 얇은 덕분에 무난하게 첫 접종을 잘 해낼 수 있었다.
주사한 첫 순간을 기억하며…
내 의료행위에 당당할 수 있을 것!
그러려면 기본을 지킬 것! 정확하고 안전하게! 대상자의 입장에서 공감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