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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국수귀신 Jan 29. 2023

바보의 쓸모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고, part. 1

태어나 처음으로 책을 읽다가 펑펑 울었다.

이러한 경험을 곱씹으며 우리의 삶에 대한 나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글을 쓴다.

(이렇게 방대하고 좋은 내용을 지닌 책을 짧은 글로 요약할 수는 없기에, 인상 깊었던 챕터를 읽고 든 나의 생각들을 다룸)


이어령 선생은 묻는다. '너의 모습으로, 너의 이야기로 세상에 존재했니?' 아래 에피소드를 통하여 우리가 나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자.


에피소드1) 성경의 '탕자' 이야기

성경 속 탕자의 이야기에서는 자기에게 효도한 큰아들을 두고, 집을 떠났다 빈털터리가 되어 온 작은아들을 반가워 한다고 한다. 선생은 작은아들을 떼로 몰려다니며 제자리에서 풀이나 뜯어 먹는 양이 아닌, 저 홀로 낯선 세상과 대면한 탁월한 양으로 비유했다. 남의 뒤통수만을 쫒으며 길을 잃지 않은 사람보다 혼자 길을 찾다 헤매본 사람이 진짜 자기 인생을 살았을 거라고.


[인상 깊은 구절: 길 잃은 양은 자기 자신을 보았고 구름을 보았고 지평선을 보았네. 목자의 엉덩이만 쫒아다닌 게 아니라, 멀리 떨어져 목자를 바라본 거지. 그러다 길을 잃어버린 거야.]


에피소드2) 무문석과 화문석

화문석이 비쌀까? 무문석이 비쌀까? 놀랍게도 무늬가 없는 무문석이 더 비싸다고 한다. (팩트 체크는 안함) 그 이유는 무늬가 없는 무문석을 짤 때, 작업자가 지루하여 제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인생 역시, 세상을 생존하기 위해서 살면 고역이라고 한다. 고된 일도 자기만의 무늬를 만든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해내면 가난해도 행복한 거라고. 의식주가 아닌 진선미(자신만의 무늬)를 위한 삶을 살라고.


에피소드3) 성실한 노예의 딜레마

착실한 노예가 있었다. 시키는 대로 해도 되니 노예는 행복했다. 어느 날 주인이 '큰 감자는 오른쪽 구덩이에 넣고, 작은 감자는 왼쪽 구덩이에 넣어라.'고 시키자, 노예가 펑펑 울었다. 큰 감자와 작은 감자를 판단하는 기준을 세우지 못해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앞으로는 이런 일을 시키지 말라고. 그렇다면, 노예가 그 동안 느껴왔던 행복은 가짜 행복일까?


내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현재 나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대학원에 온 이유는 첫 째,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고, 둘 째, 학부 졸업 후 일반적인 직장을 잡으면 반드시 퇴사할 나라는 것을 알았다.


돌이켜보면, 반은 나 자신의 모습으로, 반은 성실한 노예로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크게 흔들렸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첫 째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았으며 행동보다 생각이 많았다. 둘 째 융합 학문을 하면서 나의 정체성이 흔들렸고, 셋 째 수년간 주어진 내용을 공부하고 시험을 보다가 주체적으로 공부와 연구를 하는 것이 참 두려웠다.


이렇게 믿음을 잃고, 길을 잃고 방황을 하다가 이제서야 길을 찾은 느낌이다. 최근에는 생각을 줄이고 행동하기 위해서 다이어리를 작성하며 시간을 타이트하게 사용하고, 남는 시간은 휴식에 집중하고 있다. 두 가지 학문을 모두 하는 것이 내 커리어적 정체성임을 인정하기로 했다. 늦은 나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주체적으로 공부하는 연습을 하면,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성장하면, 언젠가는 나도 쓸모가 있지 않겠냐 생각한다. 이렇게 모든 일에 시행착오를 거치고 힘들어봐야 그제서야 배우고 깨우치는 둔한 나의 모습은 때로 슬프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무늬이니 사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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