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사
“이름을 짓는다는 건” - 시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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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짓는다고 표현한다. 짓는다는 건 재료를 들여 밥, 옷, 집 따위를 만든다는 의미이니 이름을 짓는 것 또한 엄청난 노력과 정성을 담는다. 좋은 뜻을 가진 단어를 찾아 조합해 보고 해석해 보기도 하며, 음을 읽으며 발음은 괜찮은지 확인해 본다. 그런 정성 깃든 이름을 가진 사람은 남과 차별된 고유성을 얻는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집의 이름인 ‘당호’를 지어 현판에 새겨 걸었다. 당호는 주인장의 삶이 집의 이름처럼 되길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짓는 것이다. 오늘날 건물을 보고 ‘A동’, ‘B동’ 혹은 ‘101동’, ‘102호’라 하는 것보다 정성 들여 지은 이름을 가진 공간이 훨씬 정겹고 품격 있다.
그래서 어디를 가던 공간에 붙여진 이름에 대해 해석해보는 버릇이 있다.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며 주인장의 정성을 확인해본다. 정성 깃든 공간은 이름을 닮아가기 때문에 공간 탐색의 이정표가 되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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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사를 처음 들었을 때, 당연히 한국어는 아닐 거로 생각했다. 찾아보니 사슴과 우산을 뜻하는 ‘시카’와 ‘카사’를 합성한 단어였다. 흥미로운 건 두 단어를 표기하는 한자에 있다.
‘鹿傘’
상형문자인 한자는 그림에서 발전했기 때문에 대상의 형태를 어느 정도 담고 있다. 사슴 록(鹿)을 보면 사람의 머리, 몸, 다리를 상형했다. 우산 산(傘)을 보면 거대한 가림막이 사람들을 보호하는 모습인데, 실제로 옛 우산은 왕이 행차할 때 햇볕과 비를 가리는 거대한 의장용 도구였음을 감안한다면 이것 역시 형태를 현실감 있게 상형했다고 볼 수 있다. 거대한 보호막의 이미지 때문에 우산 산(傘)은 건물의 지붕을 뜻하는 한자로도 쓰이곤 한다.
통나무가 몸통을 감싸고 기와로 덮인 지붕으로 구성된 본건물은 회색 담장이 몸통을 가려 지붕이 유독 눈에 띈다. 공간 경험 또한 지붕에 의해 크게 달라지니, 시카사를 사슴과 우산이 아닌 사슴과 지붕으로, 의역하면 사슴이 머물다가는 집,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한 산장이라 해석해 볼 수 있겠다.
건물을 지붕 형태로 분류해 보면 두 건물로 나뉜다. 박공지붕이 교차하는 교차박공지붕의 본동과 합각지붕의 별동이다. 전자를 본동이라 말하는 건, 크기와 함께 본동 지붕에 쓰인 상량문 때문이다. 상량문은 종도리에 쓰이는데, 종도리는 좌우 지붕면이 만나는 지점에 놓는 수평 부재로 구조를 잡아주는 중요한 부재 중 하나다. 종도리를 올린다는 건 전체적인 집의 골격이 완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두 동 모두 지붕의 형태를 살렸는데, 합각지붕은 전체를 나무로 감싸 일본 가옥 느낌을, 교차박공지붕은 교차하는 지붕 선을 강조하면서 어두운 나무를 사용해 서양 별장 느낌을 살렸다. 곳곳에 주인장이 그간 모아온 빈티지 가구를 배치하여 공간 분위기를 섬세하게 살려주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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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짓는다는 건 대상을 부르기 위함이고 대상을 부른다는 건 그것을 알기 위함이며, 알기 위해서는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정성과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 지어진 이름에 관심을 갖고 공간을 세심히 둘러본다. 공간의 특징을 살려 고심히 지은 이름과 그 속에 담긴 주인장의 정성과 진심이 통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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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 디노바 ( @denova_official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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