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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Y Mar 27. 2024

잎처럼 살리

일 년 중 한철,

그 예쁜 자태를 한껏 뽐내 이목을 끌지만

얼마 안 가 금방 져 잊히는 꽃.

반면,

그 움틀 때를 기다리다가

이윽고 파릇파릇 돋아나 한참 동안을 붙어 있는,

흔하디 흔해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끈질기게 제 자리에 있으면서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주고

시간이 흘러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알록달록 수놓인 듯 제 모습을 바꾸어

온 세상을 빨간 물감, 노란 물감으로 칠하고 가는 잎.


나는

그런 잎처럼 살련다.

푸르른 잎처럼

초록빛 잎처럼.

꾸준하게

끈질기게

제 자리에 꼭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잎이

나는 좋다.


꽃이 분홍 물결 일으킬 때 마음이 들뜨고

바람에 날려 우수수 꽃비 내리면 감탄하지만

마음 한편에서 피어나는 씁쓸함과

쉬이 감출 수 없는 아쉬움.

그것이 사람의 젊음이라면

잎은 인간의 '삶'과도 같기에

나는

꽃을 사랑하지만

잎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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