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집을 유지하고 또 불리려 수많은 이들을 그 제물로 삼는다.
그러지 않아도 되건만, 이미 차고도 넘쳐 부족함이 없건만 도무지 그 제물의 수에는 끝이 없다. 이 블랙홀과 같은 초거대 도시는, 욕망의 화신이라도 된다는 듯 자신의 양분으로 쓸 이들을 찾고자 끊임없이 제 찬란한 면모를 뽐낸다. 그렇게 서울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 살과 피를 연료로 삼음으로써 제 몸값을 무한히 높여 간다.
이와는 달리, 그 도시의 유혹에 이끌린 이들은 그곳에 살아가는 대가로 그 도시에 기력을 빼앗기고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사람에게 착취당하는 것도 모자라 매일을 도시에게 착취당한다. 부담스런 월세금, 값비싼 전세금, 이를 위해 은행에 지급하는 고리(高利)까지⋯그들은 이렇게 자신을 갈아넣고 제 돈을 주르륵 흘려가면서 이 도시에서의 삶을 이어간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이들.
이런 삶에 마음의 여유, 비물질적 가치에의 추구, 행복, 다른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 따위는 사치다. 그저 피로만이, 무기력만이, 무감각만이, 체념만이, 좌절만이, 분노만이, 쾌락만이, 욕망만이, 소비만이, 생존만이, 그리고 '나'만이 있을 뿐이다.
모두가, 이 사회와 나라가 죽어 간다. 내란이 일어나서도 그런 것도 외적이 침입해서도 그런 것도 아니다. 바로 이 서울 때문이다. 전쟁의 참화도 이겨내고 '눈부신 성장'을 이뤄 낸 이 나라가, 다름아닌 그 '상징'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
이렇게 잔인할 수가,
이렇게 참혹할 수가,
이렇게 암담할 수가,
이렇게 통탄스럴 수가,
이렇게 부질없을 수가,
이렇게 허무할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