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 이런 불안한 감정 때문에 많은 관계에서 서먹해지거나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이런 조급함은 짧은 기간에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버릇에서 비롯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학창 시절부터 미션을 품고 달려왔기에 어떤 목표를 가지게 될 때마다 조급함이 생겼고 이러한 감정들과 습관은 자연히 몸에 배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조급함에 운이 따르는 경우로 시험에 벼락치기로 성공을 한 적도 있었고 일을 할 때 순간의 집중력을 발휘해 짧은 시간에 목표를 달성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압박감이나 조급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은 반드시 있었습니다.
여름날이었습니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하려고 하는 기술도 안되고 말도 지치고 슬럼프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의욕도 없고 재미도 없었고 진전이 없으니 이젠 만사가 귀찮아지고 있었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아침에 같이 말을 타는 선배를 찾았습니다. 역시 선배다운 조언을 해 주더 군요. 새벽에 나를 봤을 때 너무 조급해 보였다는 것입니다. 말을 탈 때 특정 기술을 배웠다면 무리하게 시도하려 하지 말고 시간을 갖고 느긋하게 연습해야 하는데 빨리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해 주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구보를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한 날에는 꼭 구보를 해야 하는 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말도 동물이기에 컨디션에 따라 구보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맘속으로는 이해하면서도, 안 되는 날에는 꼭 저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받아 왔던 것이었습니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하고 싶은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하고야 말았던 집요한 성격에 기인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 스스로 안 되는 것을 되도록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동시에 온갖 짜증을 낸다는 사실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승마가 나를 변화시켰습니다. 승마는 공유의 스포츠입니다. 호흡 소리를 공유하고, 한 동작을 위해 둘만의 순서와 규칙을 만들어 지키고, 상대의 컨디션에 영향을 받는 그런 스포츠입니다. 수많은 변수들을 내 욕심대로, 내 마음대로 조정하려고 하면 탈이 나기 쉽습니다. 승마에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절대로 나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변수들이 모두 조건에 맞았을 때 이루어지며 특히 말과의 팀웤이 맞아야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리 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장애물을 비월*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중심을 잘 잡고 장애물을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말에게 맡기면 됩니다. 절대 조급하면 안 됩니다. 밥알이 서두른다고 밥이 되지 않습니다. 나는 자세를 잡고, 목표 너머로 시선을 두고, 고삐를 짧게 해 도약하기 전 말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뿐입니다. 또한 종아리로 추진하고 안정된 호흡으로 무게중심을 아래쪽으로 유도합니다. 뛰어 주는 것은 말입니다. 장애물은 나의 의지만으로는 절대 넘을 수 없습니다. 서두르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당신만 괴롭히는 일이고, 말
이 방향을 잡는 데 혼란만 가져올 뿐입니다. 승마는 언제나 심오한 가르침을 줍니다.
* 비월: 몸을 날려 위를 넘음. 특히 육상 경기나 마장마술 따위에서 일정한 장애물을 뛰어넘는 것을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