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가 여느 운동과 다른 점은 살아 있는 생물과 함께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필요
한 것이 바로 말에 대한 배려심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배려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예민한 말인 ‘스위프트’를 처음 만난 겨울이었습니다. 그 당시엔, 정말
이 녀석 하고 함께 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했었습니다. 왜냐고요? 저를 무시하고 한 번은 제대로 떨어뜨렸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때는 하루에 몇 번씩 날뛰는 통에 매 순간 공포에 떨어야만 했습니다. 그때마다 교관님들이 용기를 줬지만, 타는 사람 입장에선 여간 겁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래 이 녀석 하고 내가 뭐가 안 맞는 건지 알아보자.” 사람 간의 관계도 그렇잖아요! 뭔가 오해가 있어 틀어지면 술을 한잔해서 오해를 풀던가? 아니면 수다를 떨며 뭐가 잘못되었는지 되짚어가잖아요? 그런데 말(馬)은... 말(言)이 안 통해서 저 혼자 끙끙 않는 겁니다. 그래서 이 녀석이 대체 왜 날뛰는지 그 원인을 하나하나씩 찾기 시작했습니다. 손질되지 않은 굴레*의 가죽이 얼굴을 찌르는가 싶어 가죽에 비누칠을 해 부드럽게도 해보고요. 고삐를 무의식적으로 당기는가 싶어 손에 신경을 집중해 보고요, 녀석의 몸이 덜 풀린 것 같아 경속보**로 마장을 수십 번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서로 맞추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말이 안 통하니 제 입장에서만 접근하는 게 단점입니다. 하지만 동물도 인간처럼 시간이 다 해결해 주더라고요.
봄이 와 날이 풀리면서 드디어 녀석의 몸과 마음도 풀렸습니다. 그리고 나는 스위프트
가 고삐를 세게 잡으면 싫어한다는 점, 확실한 부조를 주지 않았을 때 짜증을 낸다
는 점, 부드러운 가죽을 좋아해 손질이 안 된 굴레가 씌워지면 가차 없이 날뛰며 의
사 표현을 한다는 점을 겨우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말이 안 통하고 제가 초보자이기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오해와 시간이 걸렸지만 이젠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되돌아보니 말과 교감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승마의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집니다. 또 나의 실력을 키울 수 있던 계기가 되기도 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러한 고민들이 해결되지 않을 때 슬럼프가 올 수도 있지만, 이를 해결할 경우에는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가 됩니다. 그때의 성취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말들도 습성과 스타일이 다 달라 기승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르고 , 경험과 입장도 서로 다릅니다. 이런 관계에서 오해가 생기는 건 당연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인정해 주고 저부터 다가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오해할 때는 서로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해가 이해로 변하면 더더욱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말과 교감하는 것, 교감을 잘하는 것은 승마의 필수 조건입니다. 단 오해가 생겨 서로 간의 사이가 소원해지면 그 시간을 견디며 서로 이해해 가야 합니다. 그럼 더더욱 말과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겁니다.
* 굴레: 말머리에 씌워 말을 컨트롤할 수 있게 하는 장비로, 고삐와 재갈 등 다양한 부분으로 나뉜다.
** 경속보: 속보의 한 종류로, 엉덩이를 들어주면서 탄다. 말에게 부담을 덜 줘 몸을 풀어줄 때 많이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