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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마표류기 Jun 21. 2022

말과 말

월요병

많은 사람이 그렇지만 5일간 열심히 불태우다가 주 말에 푹 쉬면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하지만 일요일 오후가 되면 내일 미뤄둔 작업이나 해야 할 일들이 생각 나면서 슬슬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주말에  드라마를 몰아보다가도 이런 생각이 간혹 들면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참 쉬 다가 갑자기 나오면 월요병이 시작됩니다. 5일간 열심 히 운동하고 한 며칠 편히 쉬었는데 갑자기 밖에서 운동하려니 찌뿌둥한 몸이 더욱 신경 쓰이고 힘도 꽉 차  있습니다. 기승자에게 신경질도 냅니다. 이런 상황이 라 저의 경우 쉬었다가 처음 타는 날에는 항상 마음을  졸입니다. 저 또한 휴식한 후 말을 타서 긴장도 하고  제 자신도 몸이 확실히 풀어지지 않았음을 느끼기 때 문입니다. 작은 마방에 한동안 갇혀 있다 나온 말이 찌 뿌둥한 몸을 풀기 위해 발악 아닌 발악을 할 수도 있 고, 기승자는 쉬는 동안 감각이 떨어져 잘못된 부조를  줄 수도 있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오늘도 한참 동안 푹 쉬었던 ‘쿠커’가 튑니다. 원래 안 그러는 녀석인데 오늘 잘 가는가 싶더 니 갑자기 깜짝 놀라며 점프를 하는 것입니다. 평상시  보던 물건을 생소하게 봤을 수도 있고 뭉쳐있던 근육 을 풀고 싶어서 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긴장한 주인 한테 부리는 신경질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좋은  방법은 괜히 점프 같은 거 하지 말고 말에게 추진을 줘  앞으로 보내면서 동시에 중심을 잘 잡아야만 낙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선 ‘쿠커’의 반가운 인사(?)를 해결하기 위해 평보 와 경속보 위주로 다시 시작해 봅니다. 평보를 할 때 는 고삐를 길게 잡다가 속보로 바꾸면 더 짧게 잡아 봅 니다. 구보를 할 때는 더더욱 짧게 잡아 고삐의 장력 (Tension)을 유지해 줍니다. 단, 말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앞으로 5 일간의 기승 계획을 세워봅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몸 이 더 풀릴 것 같으니까 좀 더 역동적인 운동을 하고,  구보하는 시간도 길게 늘릴 것입니다. 3일째엔 좀 더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5일째엔 말의 몸이 거의 풀려  멋진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말은  기승자에게 집중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려는 경 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방치하면 튀는 행동도  하는 것입니다. 기승자와 말은 서로에게 집중해야 합 니다. 기승자는 지속해서 운동의 종류와 방향, 속도 등 에 변화를 줘서 말이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 다. 이렇게 운동하다 보면 간혹 무아지경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들리는 것은 오직 말과 저의 숨소리뿐인 황 홀한 순간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월요병’이 없는 그날 까지 열심히 서로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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