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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현 Oct 06. 2023

영화제 후기이긴 한데 영화 얘기가 가장 적은 글

2023 부산국제영화제(BIFF) 1일 차

https://youtu.be/S14IHuVC0uE?si=rSMATjtRcRjl4GLt

1일 차에 들었던 노래들 중에 제일 좋았던 것




여행은 거지 같다.

눈을 뜨자마자 그렇게 생각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여행 1일 차 아침은 후회와 고통과 함께 시작했다.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평소보다 고작 30분 일어났을 뿐이다. 하지만, 하루 평균 6시간만 자도 잠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받아야 하는 이 빌어먹을 몸뚱이는 당장 다시 자라고 비명을 질렀다.


억지로 몸을 일으킨지 채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벌써부터 여러 가지 계획이 틀어졌음을 알게 됐다. 우선 생각보다 훨씬 더 추웠다. 반팔에 가디건만 입고 돌아다니려 했던 계획은 얼어 죽기 싫다면 전면 철회해야 했다. 짐을 다시 싸다 보니 속옷, 면도기, 충전기, 아이패드까지 하나도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짐을 이따위로 싸놓고는 다했다고 잠들었던 어제의 내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두꺼운 옷들을 넣다 보니 가방이 너무 무거워졌다. '브런치는 그냥 폰으로 쓰자'라는 생각으로 아이패드와 키보드는 다시 빼버렸다.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대단히 후회 중이다. 글 쓸 맛이 도저히 나질 않는다.


그래도 아침 일찍 나온 덕분에 기차역까지는 택시 대신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만원 가까이 돈을 아꼈다는 기쁨도 잠시,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를 보자마자 또다시 예상이 어긋났음을 알았다. 출근 시간대의 버스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다. 지난 1년간 자가용으로만 출퇴근하던 직장인에게 있어 2박 3일의 짐과 함께 타는 만원 버스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서울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다닐 때만 해도 1시간 30분가량의 만원 버스와 지하철을 매일매일 탔었는데, 지방 취직 3년 차만에 대중교통이 어색한 사람이 되었다. 다행히도 대부분은 대학교와 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덕분에 중간부터 편하게 앉아서 갔던 나는 쏟아지는 졸음과 사투를 벌이다 대전역에서 하차했다.



대전역을 볼 때마다 받는 느낌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부조리'하다. 물론 나는 부조리함을 좋아한다. 부조리야 말로 인간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조리 있는 단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영화 <스토커>의 평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본래 이 세계가 특별히 긴장하지 않으면 짓고 마는 표정이 조리가 아니라 부조리인데, 부조리를 다루지 않는 예술가가 얼마나 되겠는가


그래서 대전역의 풍경이 마음에 든다는 뜻이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대체 공사를 하긴 하는지조차 모르겠는 공사장, 노동자 인권, 부정선거, 멸공이 공존하는 현수막, 회개를 부르짖거나 염불을 외는 종교인, 자거나 술을 마시고 있는 노숙자, 낡은 지하철 입구와 그 위로 고고히 서있는 기차역과 코레일 본사 건물까지. 이 모든 것들과 수많은 열차 승객들과 뒤섞인 광경은 정말 부조리하게 느껴진다. 내가 앞서 좋아한다고 말한 부조리함이 아닌 시스템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부조리함이다. '인위적인'이라는 말 자체가 사람이 만들어냈다는 뜻이니 둘 다 같은 부조리함이나, 그걸 인식하고 다시 봐도 대전역의 광경은 여전히 거부감만 느껴질 뿐이다.


보면 볼수록 기괴하다고까지 느껴지는 대전역 광장을 애써 뒤로한 채 역 안으로 들어왔다. 아침부터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더니 기차 역시 지연되었다. 다만 대전 직장 생활 1년 차 때 매주 ktx를 타면서 단련된 덕분인지 이 정도 지연은 그냥 웃으면서 넘길 수 있게 되었다.


5분 늦게 도착한 기차에서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건 누군가 남기고 간 쓰레기였다. 다행히 냄새가 나진 않아 가방으로 대충 가려놓았다. 자세가 불편해 계속 1시간 30분을 뒤척거리며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나는 이때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푹 잤어야 했다.


도착해 보니 점심 먹고 갈 시간이 애매했다. 12시 영화인데 부산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10시 30분이 넘었기 때문이다. 눈앞에 센텀행 급행 버스가 도착해 사진만 대충 찍고 허겁지겁 버스에 올라탔다. 찍을 땐 몰랐는데 하늘이 참 예뻤었다. 계획만 지키려고 살다 보면 참 많은 걸 놓치는 것 같다.


오디너리레시피 센텀점


센텀에 도착하니 11시 20분이었다. 점심을 먹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급하게 버스에서 검색해서 찾은 빵집에서 샌드위치 하나만 사서 대충 노상을 하기로 결정했다.


부산 첫 끼 식당: APEC 나루공원 테이블, 이미 손님들이 많다.


아아, 베이글 샌드위치, 쑥 모찌 단팥빵

영화의 전당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맞은편에 있는 공원으로 엉겁결에 도망쳤다. 다행히 도망친 장소가 생각보다 좋았다. 사람도 없고 테이블도 있고 앞에는 수영강이 흐르고 있었다. 베이글 샌드위치는 단짠의 조화가 좋아 맛있었고 영화 시작 전까지 시간 여유도 좀 있었다. 원래 이 시간이면 컴퓨터 앞에서 내 대가리를 쥐어박으면서 난 쓰레기야를 외치고 있었을 텐데. 내가 진짜 여행을 오긴 왔구나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이 사진을 찍은 이유는 이 사진을 찍은 폰을 든 반대 손에 아메리카노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커피도 안될 줄이야. 무조건 잠들겠다는 좌절과 함께 커피를 버리고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에 입장했다.

전에 부국제에 왔을 때는 한 번도 들어와 본 적이 없는 관이었다. 이런 구조에서 영화를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꽤 좋았다. 곧이어 익숙한 부국제 인트로와 함께 영화가 시작되었다 (얘네는 인트로 안 바꾸나 보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잠들기 시작했다. 영화의 재미와는 무관하게 최악의 컨디션에서 2시간 44분의 상영 시간을 버티는 것은 불가능했다. 앞에 30분은 거의 못 봤다. 이렇게 영화를 잔뜩 못 봐놓고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죄책감이 들긴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쓰기로 다짐을 했으니 써야지.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너무 큰 기대는 말라

주인공 안젤라는 다국적 기업이 제작하는 산업 안전 홍보 영상에 출연할 인물을 물색하느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시내를 밤낮으로 누빈다. 리고 또 다른 이야기가 영화 속 영화 병치된다. 또 다른 안젤라가 택시 기사로 일하면서 겪는 이야기이다. 제작 보조 일을 하는 안젤라는 흑백으로 택시 기사 안젤라는 컬러로 표현되는데, 사실 이 부분의 의를 이해하기 어렵다. 노동하는, 운전하는 동명이인의 두 여성 안젤라들이 비슷한 장소에서 겪는 일들이 마치 운명처럼 병치된다는 것은 알겠느냐 왜 그렇게 했는지는 쉽게 감이 오질 않는다. 제작 보조 안젤라는 운전 중에 잠들고, 택시 기사 안젤라는 영화를 보다 잠들고, 영화제에 놀러 온 나는 이들을 보다 잠들었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초중반부에 비해 중간중간 등장하는 안젤라의 틱톡 촬영 장면과 후반부의 광고 촬영씬은 몰입을 확 끌어올렸다. 특히 광고 촬영 씬은 자본이 어떻게 노동 인권을 박살 내는지를 긴 호흡을 가지고 보여준다. 보는 관객이 다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매우 적나라하다.

졸아서 많이 놓치기도 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많았으나, 그럼에도 흥미로운 연출이 곳곳에서 반짝였던 영화였다. 안녕 보비처 형님들!


두 번째 영화가 끝나고 체크인 시간이 되어 숙소에 도착했다. 광안리 인근 숙소였는데 깔끔하고 바다도 살짝 보여서 마음에 들었다.

피크닉
마르코(좌) 잭(우)

짐을 풀고 잠깐 눕자마자 바로 우울감이 밀려와 허겁지겁 가까운 카페로 도망쳐 나왔다.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피크닉이라는 카페였는데, 문 앞에서부터 귀여운 시바 두 마리가 날 반겼다. 숙소에서 억지로 나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카페에 앉아 다시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나가하마만게츠

오후 8시 영화까지는 시간이 꽤 많이 남아 그전에 저녁을 먹기 위해 해운대로 향했다. 웨이팅이 있을까 걱정돼서 카페에서 일찍 나왔는데 운이 좋게도 웨이팅 없이 바로 입장 수 있었다.

나가하마라멘 차슈추가, 크림치즈

후기 중에 너무 짜다는 의견이 종종 보였는데 확실히 짜긴 짰다. 하지만 입이 심심하면 김봉지부터 뜯을 정도로 짠맛에 환장하는 나에게는 훌륭한 짠맛이었다. 나름 만족하며 먹고 후식으로 나온 크림치즈를 아무 생각 없이 집어먹었다가 급하게 남은 한 조각을 찍었다. 진짜 맛있었는데 이 정도면 따로 가게를 차리던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해운대 바다를 보며 멍 때리다가 시간이 되어 cgv로 발걸음을 돌렸다. 제목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시놉시스조차 읽지도 않고 '<윤희에게> 감독님과 <소공녀> 감독님 공동 연출'  정보를 확인하자마자 아묻따 바로 예매했다. 근데 cgv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이상했다. 티켓 확인 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뭐 두 감독님 팬이 많나 보다는 생각으로 기다리다 영화관에 입장했다.


LTNS

우진(이솜)과 사무엘(안재홍)은 육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다소 시들해진 부부 사이가 되었다. 바로 이 부부가 우연한 동기 끝에 ‘불륜 커플 전문 협박단’으로 거듭나 인생 역전의 기회를 노린다.

우선 안재홍 이솜 배우가 나오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이들이 등장해서 1차 당황, 첫 장면부터 짜고짜 두 배우의 키갈 시작돼서 2차 당황, 티빙 드라마 1, 2화 선공개라는 사실에 3차 당황, 성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과 제목Long Time No Sex의 약자라는 것을 알고 4차 당황했다.

뭐 수차례 당황하긴 했으나 그럼에도 재밌게 보긴 했다. 내가 영화제에서 본 어떠한 영화들 보다도 관객들 반응도 더 좋았다.  배우의 연기야 이미 수차례 검증되었으니 말할 것도 없고, 수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찍은 두 감독의 각본과 연출 역시 훌륭했다.

다만, 미혼 독신 남성이라는 개인적인 조건으로 인해 섹스리스 부부, 불륜등의 키워드에 깊은 공감을 하진 못했고, 이는 원론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다. 불륜은 왜 하는 걸까? 독점연애는 반드시 옳은가? 아니면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구성요소 중 하나일까? 다자연애를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가? 다자연애와 불륜은 어떻게 다른가? 등등. 물론 내 나름대로 여기저기 주워듣고 세운 기준은 있다. 개인이 줄 수 있는 사랑을 정량화하여 최대 100까지라고 할 때, 두 사람에게 50 50 나눠주는 것은 바람, 두 사람 모두에게 100 100을 주는 것은 다자연애이다. 하지만, 50이던 100이던 반드시 모두가 합의를 이루어야 하며 단 한 사람이라도 이를 거부할 경우 다자연애 관계는 성립할 수 없다. 만약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두 사람을 모두 사랑한다는 개인의 감정은 어찌해야 하는가?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 마음이 얼마나 크중하든 간에 타인의 마음을 상처 입힐 권한을 부여받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1, 2화만 공개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고찰은 나오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 불륜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나갈까? 고민을 이어가며 상영관을 나가려던 찰나, 일어난 것은 나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뭐지?? 왜지?? 그리고 곧 5차 당황이 시작되었다.

오른쪽부터 안재홍 배우, 이솜 배우, 임대형 감독, 전고운 감독

알고 보니 내가 예매한 티켓은 GV가 포함된 티켓이었고, 줄 서있던 수많은 인파는 다름 아닌 감독님과 배우님들을 보러 온 팬 분들이었다. 뜻하지 않게 좋아하는 분들을 만나게 되어 매우 기뻤으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하나도 안보였다... 갤럭시 s21의 줌으로도 보이지 않는 분들을 내 육안에 담을 수 있을 리는 만무했고, 결국 먼발치에서나마 좋아하는 분들을 뵙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기억에 남는 Q&A 를 뽑아보자면, 감독/각본: 프리티 빅 브라더는 두 감독의 이름(프리티=고운, 빅 브라더=대형)에서 따왔다고 한 것. 찰진 대본의 영감은 어디서 구하냐는 질문에 전고운 감독님이 '마감'이라고 답한 것. 이솜 배우님은 안재홍 배우님과 세 번째로 작품을 같이하게 되었는데 이번에야말로 안재홍 배우의 진짜 모습을 만나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힌 것. 안재홍 배우님은 질문 답변을 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내용 스포를 하고 싶어 했던 것 등이 기억에 남았다.


사실 영화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가기 전에 들르고 싶었던 수제맥주집이 하나 있었다. 문제는 영화관을 빠져나오니 11시가 다가오고 있었고 내가 가려던 펍의 마감은 12시였다는 거다. 잠시동안 치열하게 고민한 후 택시를 타기로 결정했다.

주든

민락동에 있는 크래프트  주든이다. 자체적으로 부산에 툼브로이라는 양조장을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맥주에 완전히 문외한인데 우연히 이곳의 존재를 알게 되어 호기심에 택시까지 타고 가게 되었다. 11시가 넘어서 도착하는 바람에 주방은 이미 마감되었으나 천만다행으로 맥주는 마실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주문한 메뉴는 바이스이다. 평소에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사는 맥주가 독일 밀맥주인 파울라너였기 때문에 같은 밀맥주 계열로 주문해 봤다. 메뉴판에는 '은은한 바나나향이 나는 독일식 밀맥주'라고 쓰여있는데, 내 기준에서 이 표현은 조금 틀렸다. 절대로 '은은한' 바나나향이 아니었다. 맥주를 코에 댄 순간부터 진한 바나나향이 올라오면서 입과 코 전체를 감싼다. 그런데 그 향이 절대 인위적이지 않고 기분 좋게 밀맥주와 잘 어울렸다. 맛있었다. 집에서 마시는 캔 파울라너보다 훨씬 더 많은 기쁨을 주었다.

https://youtu.be/OUvmPuZNWoI?si=pHbVbt6pMW6Ps54R


사실 내가 주든을 알게 된 계기는 내가 보는 유튜버들 중 한 분인 명품맥덕 님의 영상이었다. 첫 번째로 시킨 바이스는 아주 훌륭했으니 두 번째로는 영상의 주인공인 포이어베르크를 주문했다.

처음에 코만 댔을 때는 바이스와는 다르게 특별한 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맥주를 입에 넣는 순간 입 안에서 형용하기 어려운 온갖 과일향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마시고 난 후에는 혀에 감칠맛 같은 것이 남아 긴 여운을 남겼다. 6.7도라는 맥주치고 높은 도수를 가졌음에도 알코올 부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부드러운 맛과 목 넘김까지 가졌다. 너무 맛있다. 바이스도 훌륭했는데 포이어베르크는 진짜 미쳤다. 내가 저 유튜버분 구독자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너무 맛있었다. 세상에 이걸 이천이랑 부산에서만 판다니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할 수가 없다. 원래 내일 저녁에는 칵테일바를 한 번 가보려 했는데, 진지하게 여길 재방문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맛있는 맥주를 파는 곳이 있는데 굳이 다른 곳을 가야 할까? 이제 부산 올 일 더 없는데? 네덜란드 하이네켄 익스피리언스에서 마셨던 것보다 더 감동적인데? 진짜 굳이 다른 곳을 가야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우선 자고 일어나서 다시 고민해 보기로 했다.


이렇게 1일 차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중간중간 비는 시간마다 글을 써서 우울할 시간을 때우는 전략은 생각보다 꽤나 효과적이었다. 어쩌다 보니 영화보다 맥주를 더 찬양하는 하루가 되었지만 아무튼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내일 9시 30분 영화인데 벌써 새벽 1시가 넘었다. 광안리 해변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생각보다 꽤 큰데 잠들 수 있을까 걱정된다. 글 검수하고 발행하는 건 내일 아침에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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