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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망 May 10. 2023

아빠가 쓴 100일의 육아일기

2023년 5월 10일의 기록

2023.5.6일 / 홈 스냅 / sony a7r2 / tamron2875


시완이의 100일을 맞았다. 벌써,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3.94kg 나름 우량아로 태어났다지만 갓난아기를 처음 보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작디작았던 시완이. 엄마 배속에서는 깡순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조리원 퇴소 시점에는 시완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불리게 된 완이.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는 깡시, 우리 완이, 넙덕이, 호동이 등등 여러 개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알람을 맞춰 놓은 듯이 2시간 반마다 깨며 밤이고 새벽이고 분유를 달라며 떼쓰던 시완이는 지난주부터 8시간씩 나름의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물론 새벽녘에 뒤척거리는 소리를 내며 엄마아빠의 관심을 갈구하지만 살짝 안아 들고 쪽쪽이만 물려도 언제 그랬냐는 듯 딥슬립으로 빠져든다. 엄마아빠의 밤잠을 보장해 주니 '육아할만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특히 우리 엄마는 '시완이 정도면 거저 키우는 거다'라며 우리의 고군분투를 몰라주기는 하지만 '정말 그런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하디 순한 것만큼은 인정이다.

 

시완이를 100일간 키우며 걱정과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집에 오자마자 뺑 울어대는 시완이가 무슨 이유로 우는지도 모른 채 그저 안아 달래다 배앓이라는 것을 알고 급하게 당근마켓에서 구한 배앓이방지 젖병을 찾으러 갔던 기억. 잘 자던 낮잠을 어느 순간 거부하고 엄마에게 짜증만 냈던 어느 날. 먹을 때마다 심하게 게워내는 통에 분유 먹이는 것 마저 두려워졌던 며칠. 엄지발톱이 발갛게 부어올라 내성발톱으로 알고 병원을 방문했더니 발차기를 하다 염증이 난 것이라는 진단과 함께 항생제를 처방받은 날. 모든 게 처음이었기에 서툴렀고 두렵고 막연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육아의 서툼을 시완이에게 숨기고자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50일이 지날 무렵, 눈을 마주치고 웃기 시작하는 시완이를 처음 보며 '천사가 시완이 얼굴을 하고 태어났구나'하는 생각이 들 만큼 행복했다. 요즘은 꿀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이면 엄마를 보며 방글방글 웃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8시 반 경에 시완이와 엄마의 웃음, 옹알이로 가득 찬 안방을 바라보다 '아빠도 끼워줘'하며 급하게 달려간다. 시완이 침대에 누워 서로 좋아 어쩔 줄 모르는 두 사람을 마주하면 이런 게 행복이란 거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영혼의 단짝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것이었다.

 

요즘에는 밥을 먹다가도 엄마가 지나가는 게 보이면 생글생글 웃고, 트림을 하다가도 엄마가 지나가면 생글생글 웃는다. 엄마의 웃 시완이의 웃음으로 잘 전염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100일을 넘긴 시완이는 이제 목을 가누려 노력하고 분유도 한 번에 200ml 이상씩 먹고 있다. 분유를 먹다가도 몸을 세워주면 알아서 트림도 한다. 엎드린 자세를 하고 고개를 들고 있어도 힘들어하지 않고 방글방글이다. 시완이가 지금처럼, 평생, 항상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날을 이렇게 행복과 사랑으로 지냈으면 한다.


슈퍼 J인 엄마아빠덕에 100일이 지나자마자 시완이 돌잔치 장소를 알아보는 중이다. 돌을 맞이할 시완이가 그즈음에는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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