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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 Aug 24. 2024

디자인, 재즈, 커뮤니티를 사랑하는 이들의 오아시스

뉴포트 부산 Newport Busan

©Kunhee Lee

부산 전포동의 로컬 포스터 숍이자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다양한 아트워크를 선보이는 스튜디오 ‘카멜앤오아시스(camelandoasis)’는 다양한 매체에서 부산의 디자인 스팟을 소개할 때 언제나 등장하는 브랜드였다. 그리고 지난 2022년 3월, 카멜앤오아시스는 전포동에서의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고 부산 남천동으로 둥지를 옮겨 새롭게 활동을 펼칠 무대를 공개했다. 스튜디오의 새로운 디자인 쇼룸이자 카페, ‘뉴포트 부산’이다. 높은 층고, 좋은 채광, 공간을 둘러싼 푸른 숲이 매력적인 뉴포트 부산은 디자인, 재즈(그리고 음악), 커뮤니티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No.1 일러스트레이션 스튜디오가 되고자 카멜앤오아시스의 디자인 활동을 멈추지 않고 이어 가는 것은 물론, 음악과 커뮤니티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오아시스를 꿈꾸는 뉴포트 부산. 


뉴포트 부산 오픈까지 한 시간이 채 남지 않은 시간, 공간을 운영하는 강태영 아트디렉터와 햇살 가득 쏟아지는 바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뉴포트 부산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전하자는 생각으로 인터뷰를 준비했다. 예를 들면, 운영진 소개나 브랜드 콘셉트 같은 으레 다루는 것들. 그런데 대화를 나눌수록 내 질문에는 ‘왜 하필?’이 더해졌다. 내 얄팍한 경험에 비추었을 때 이들의 활동은 너무 비효율적으로 보였던 것일까? “많고 많은 장르 중에 왜 하필 재즈만 고집하는 거예요?” “편한 의자, 테이블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이 불편한 스탠딩 테이블을 들여놓았죠?” “디자인 스튜디오로서 디자인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왜 이렇게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에 공들여요?” “지금 부산의 가장 핫한 동네는 전포동이죠. 그 좋은 상권을 떠나서 왜 하필 조용한 남천동에 오셨어요?” 아니, 도대체, 왜 하필? 인터뷰 중간중간 카페에는 택배들이 도착했다. 강태영 아트디렉터는 수령한 택배 박스들을 차곡차곡 쌓으며, 내가 묻는 왜 하필에 그가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과 생각들을 덧붙였다. 재즈에, 스탠딩 테이블에, 커뮤니티에, 남천동에는 모두 이유가 있었다. 단순히 수치와 통계로 환산할 수 없는 이유들. 


오후 12시. 카페 오픈과 함께 손님들이 들어온다. 동시에 인터뷰를 마친 강태영 아트디렉터는 자연스레 손님에게 원두를 추천하고 공간을 설명한다. 인터뷰를 위해 줄여 두었던 재즈의 볼륨을 크게 높인다. 정확한 물의 온도와 원두의 양을 맞추며 신중하게 커피를 내린다. 정성이다. 그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들이 행동으로써 다시 한번 드러나는 순간. 그의 언어와 몸짓에서 진심으로 이 일을 대하는 정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강태영

뉴포트 부산 & 카멜앤오아시스 아트디렉터 

2022년 4월 16일 토요일 


반갑습니다 디렉터님. 자기소개를 부탁할게요. 

뉴포트 부산에서 홀과 바의 운영을 맡은 강태영입니다. 주로 손님 응대와 음료 제조를 하죠. 공간에서 제일 중요한 음악 선곡도 맡고 있어요. 하효정 작가는 주로 저희의 일러스트레이션 스튜디오 카멜앤오아시스에서 작업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요. 카페 운영에 일손이 부족할 때는 하효정 작가가 함께하는 형태로 공간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카멜앤오아시스에서 저는 아트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작가의 아트워크를 디렉팅 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죠. 

©Kunhee Lee

개인적으로 카멜앤오아시스의 브랜드 네이밍을 참 좋아해요. ‘저마다 도시라는 사막을 건너고 있을 낙타들에게 오아시스가 되고 싶다’는 뜻이 담겼죠. 두 분의 새로운 브랜드 뉴포트 부산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뉴포트 부산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오아시스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특히 저희가 재즈를 애정 하는 만큼 그것과 관련된 네이밍을 하고 싶었죠. 그러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의 뉴포트가 떠올랐어요. 지역에서 매년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은 역사가 50~60년 된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죠. 게다가 뉴포트는 부산처럼 바다를 접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해요. 해변도 있고요. 결국 재즈 페스티벌의 역사와 전통, 부산과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뉴포트를 브랜드명으로 정하게 된 거죠. 재미있는 것은 뉴포트를 검색하면 부산 서쪽의 항만 ‘부산 신항’과 관련된 것들이 많이 나와요. 부산 신항도 영어로 뉴포트거든요. (웃음) 


맞아요. 저도 뉴포트 부산을 찾아오려고 지도 앱에 검색하니 부산 신항이 제일 먼저 뜨더라고요. 뉴포트 부산이 얼른 부산 신항보다 유명해지길 바랄게요. 참,이번에 뉴포트 부산 로고는 하효정 작가님이 그리지 않고 해외 작가에게 의뢰하셨다고 들었어요. 

카멜앤오아시스도 로고 작업을 많이 하지만, 이번에는 저희가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클레오푸스(CLEOFUS)에게 의뢰했어요. 카멜앤오아시스가 전개하는 작업과 결이 비슷하죠. 브랜드 콘셉트를 작가에게 설명했고, 그는 커피를 마시는 바이닐 캐릭터를 그려줬어요. 뉴포트 부산이 가진 음악과 커피라는 상징성을 담아냈죠. 


음악, 특히 재즈라는 키워드가 뉴포트 부산에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장르도 많은데 왜 하필 재즈인가요? 

재즈는 제가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이에요. 그리고 한국에서 비주류 음악이 가지고 있는 유대감이라고 할까요? 물론 미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사람들과 소통할 때 누군가 재즈를 좋아한다고 하면 거기서 오는 유대감이 있어요. 아무래도 팝 같은 주류 음악을 좋아하는 것보다는 한 번 더 음악적인 스킨십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죠. 비주류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유대감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기분 좋은 순간들. 이런 게 저희가 추구하고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이렇다 보니 어느새 10년 가까이 재즈를 찾아 듣고 있네요. 


저는 재즈에 대해 아는 게 정말 없어요. 재즈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초보 리스너들을 위한 선곡이 있다면요? 

편안하게 듣고 싶다면 ‘빌 에번스(Bill Evans)’의 피아노 재즈를 추천해요. 그리고 카멜앤오아시스의 <16 Great Songs> 포스터에 있는 16곡을 권해드려요. 아주 대표적이면서도 스탠다드한 작품들이거든요. 포스터에 소개한 곡들은 누구나 편하게 즐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선정한 거라 재즈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거부감 없이 접할 수 있을 거예요. 

©Kunhee Lee

다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뉴포트 부산은 결국 어떤 공간이길 지향하는지 알고 싶어요. 

“We serve good music with coffee.” 

“We support our local community.” 

뉴포트 부산을 소개할 때 쓰는 두 문장이에요. 첫 번째 문장에는 좋은 음악을 커피와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공간, 두 번째는 실제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면서 이를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지 실험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그래서 음악을 좋아하거나, 커뮤니티에 항상 갈증이 있었던 사람들이 뉴포트 부산을 좋아해 주길 바라죠. 사실 커뮤니티라는 것이 되게 막연해요. 단순한 일회성의 프로그램, 공연 같은 것을 함께 했다고 커뮤니티라고 부르기는 쉽지 않죠. 지속됨과 동시에 내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진정한 커뮤니티라고 생각하거든요. 커뮤니티가 ‘Say hello’부터 시작해서 희로애락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면 좋겠죠. 살아가다 보면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힘든 큰일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결국 커뮤니티가 하는 일이란, 기쁨은 더욱 증폭시키고,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은 십시일반 나누고 기댈 수 있는 관계가 되어주는 것 아닐까요? 


디렉터님은 언제나 브랜드 활동의 중심에 커뮤니티를 주요한 화두로 생각하시네요. 브랜드를 통해 디자인은 물론, 항상 커뮤니티를 함께 품으려는 활동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런데 사실 더 궁금한 건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에 왜 이토록 많은 힘과 시간을 쏟느냐는 거예요. 디자인 스튜디오, 카페 운영만으로도 정말 바쁘시잖아요. 누가 강제로 시키는 것도 아니고, 내려놓으면 조금 더 편하게 살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커뮤니티는 필요한 동시에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커뮤니티가 변해갈 때 오는 기쁨의 강도라고 할까요?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일들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을 때 경험하는 기쁨은 분명 달라요.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근사한 인테리어를 봤을 때 느껴지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행복을 선사하죠. 우리가 행복해지고 커뮤니티라는 울타리 안에서 다른 사람들도 함께 행복해지는 건 장기적으로 굉장히 플러스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아주 거창한 인생의 기쁨을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부모와 아이 한 가족이 계속해서 뉴포트 부산을 찾는다고 상상해 볼까요? 그들은 늘 함께 공간을 찾아 음악을 감상하고 전시 중인 작품들을 보며 작은 행복을 느껴요. 아무것도 모르던 아이는 어느덧 성장해 혼자 이곳에 오죠. 그러고선 음료를 주문하고 스탠딩 테이블에서 음악을 들으며 발을 까딱까딱해요. 자신만의 취향을 탐험하는 거죠. 이런 작은 변화와 행복을 다음 세대가 지속적으로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저희가 생각하는 선진화된 문화예요. 

©Kunhee Lee

얼마 전 호주의 커피 신(Scene)에서 10년간 헤드 로스터(Head roaster)로 계셨던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대화를 하며 호주의 카페 문화를 엿볼 수 있었죠.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노키즈존, 노펫존은 호주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카페는 모든 세대가 함께 와서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고, 한국에서 브런치라고 불리는 음식도 그 나라에서는 항상 커피와 같이 판매한다고 해요. 그리고 어디를 가든 항상 어린아이를 위한 메뉴로 우유 스팀에 초코 가루를 살짝 뿌린 베이비치노(Babyccino)라는 게 있대요. 더 나아가서 도그치노(Dogccino)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고 해요. 반려견을 위한 메뉴도 준비되어 있는 거죠.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카페에서는 아이나 반려동물을 얌전히 안고 있어야만 하는 차원이 아닌 거예요. 깜짝 놀랐죠. 물론 우리의 커피 문화도 상당히 높아졌어요. 스페셜티가 등장했고, 많은 바리스타가 대회에 나가 상을 받고, 카페 인테리어의 수준도 상당히 세련됐고요. 어디서든 근사한 공간에서 맛 좋은 커피를 즐길 수 있죠. 그런데 호주의 카페 문화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거예요. 그렇다고 우리의 카페 문화를 다 바꿔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요. 저희 공간에서 어떻게 하면 그런 문화를 실현할 수 있을지 실험을 하고 있는 거죠. 


어떻게 하면 이상적인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을까요? 

제 경험을 살펴보면 혼자서는 만들 수 없어요. 커뮤니티를 이끌 수 있는 나이스한 키맨들이 2~3명은 있어야 해요. 그럴 때 커뮤니티의 확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져요. 우선 특정한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이 모인 그룹이 만들어져야 하고 그 후엔 그들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죠. 최근에는 이를 세련된 단어로 ‘크루(Crew)’라고 부르더군요. 기본적으로 커뮤니티 내에 음악, 커피, 인테리어처럼 관심사와 취향을 공유하는 그룹들이 존재해야 새로운 구성원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각 그룹의 키맨들은 새로운 구성원을 환대하며 유대감과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마중물이 되어주는 거죠. 그들을 중심으로 그룹의 활동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라는데 사실 쉽지는 않아요. 한두 번의 거창한 활동과 기획보다는 작고 캐주얼한 활동이라도 그것을 지속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정답이 없는 이야기이지만요. 

©Kunhee Lee

최근에 뉴포트 부산 SNS를 보니 공간에서 요가를 하던데요. 카페에서 요가를 하는 풍경이 신선했어요. 

얼마 전 일요일에 함께 요가를 즐기는 ‘선데이 요가 클럽’을 시작했어요. 앞으로 클럽 형태의 다양한 팀을 만들 계획이에요. 목요일 밤에 호스트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책 읽는 클럽도 있을 수 있겠네요. 최종적으로는 언젠가 다양한 클럽들을 한데 모아 바자회를 열고자 해요. 바자회의 사전적 의미에는 기부가 포함되는데요. 저희 이벤트 역시 성금을 모아 지역에 기부도 하는 활동으로 꾸리려고 해요. 그룹과 그룹이 모여 더 큰 시너지를 만드는 거죠. 

©Newport Busan

두말할 필요 없이 전포동은 지금 부산의 젊은 세대가 가장 많이 모이는 핫플레이스예요. 그곳을 떠나 광안리 근처, 황령산 아랫자락 남천동에 새롭게 둥지를 튼 이유가 궁금해요. 

가게를 이전할 때 우선순위가 있었어요. 첫 번째는 스튜디오와 카페가 분리될 수 있는 구조이길 바랐고, 두 번째는 푸릇푸릇한 나무들이 눈앞에 있길 원했죠. 마지막으로 채광이 좋은 공간을 찾았어요. 제가 인근의 황령산으로 종종 드라이브를 가곤 했는데요. 가는 길에 건축 중인 이 건물이 보였어요. 조건만 맞으면 저기에 꼭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죠. 지리적으로 보면 전포동과 남천동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요. 바다를 끼고 있는 남천동의 바이브를 따라왔다고 보면 좋을 것 같네요. 전포동은 주로 20세에서 25세 이하 젊은 친구들이 찾는 지역이에요. 우리의 템포에 비하면 그들은 변화가 너무 빨랐어요. 무언가를 천천히 알아가기보다는 즉각 즉각 소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느꼈죠. 그 세대가 가지고 있는 속도에 우리의 물성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까요? 우리가 소개하는 콘텐츠는 시간을 가지고 즐겨야 하는 것들인데 공간에 들어와서 너무 빨리 스캔하고 떠나면 운영자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죠. 그런 현상을 피하고 싶었고, 좀 더 다양한 소비자를 만나고자 이동했어요. 


복층으로 된 공간 구조가 독특해요. 부산의 공간에서 보기 드문 스탠딩 테이블도 있고요. 손님들이 불편해하지는 않으세요? 

일단, 인테리어는 셀프로 했어요. 전체적으로 공간은 1층의 뉴포트 부산 카페와 2층의 팝업 전시 공간, 카멜앤오아시스 작업실로 나뉩니다. 카페 마감을 하면 2층의 작업실에서 창작 활동을 하죠. 카페를 살펴보면, 우선 스탠딩 테이블 존, 바 테이블 존, 그리고 벤치 존까지 세 구역으로 나눌 수 있어요. 스탠딩 테이블 존은 꼭 만들고 싶었는데, 과연 부산분들이 이걸 좋아할까 하는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일본에 가면 스탠딩 커피 문화를 쉽게 만날 수 있는데요. 여행 중에 가볍게 들러 커피를 마시거나, 별 이유 없이 잠시 서서 큐레이션 된 음악을 

듣고 나오는 거죠.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경험이지만, 카페에 들어가기 전과 나온 후의 기분이 확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Kunhee Lee

저희도 스탠딩 테이블을 배치해서 이와 유사한 경험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부모가 아이를 통원시키는 길에 아이와 잠시 손잡고 들어와 5, 10분 음악 듣다가 나가고, 소개팅 가는 길에 내 기분을 북돋고자 잠깐 들러 음악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시고 가는 시간. 스탠딩 테이블은 단순히 서 있는 시간을 의미하지 않아요. 앉아 있을 때보다 공간과 음악을 더욱 동적으로 즐기게 만들죠. 공간 운영자로서 이 의자 없는 테이블이 가져다주는 심리적 무장 해제가 굉장히 특별하단 걸 느끼곤 해요. 때문에 뉴포트 부산의 상징적인 가구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저희도 이런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다행히도 조금씩 이렇게 공간을 사용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한편 바 테이블은 저희와 손님 간의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죠. 아무래도 뉴포트 부산은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공간이고, 단골은 손님과 운영자 사이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기도 하거든요. 아무래도 이런 문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속해서 이곳을 찾아주실 것 같고요. 


계속 이야기 나누고 있듯이 디자인 스튜디오 카멜앤오아시스 운영부터 뉴포트 부산 카페 운영까지 업무의 범위가 넓어졌죠. 무엇보다 스튜디오와 카페 업무의 균형이 중요하겠네요.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이 저희의 본 캐릭터임을 놓고 보면, 지금은 거의 본캐를 내려놓았어요. (웃음) 아직 공간 운영의 루틴이 잡혀 있지 않아 대략 9대 1의 비율로 카페에 시간과 체력을 쏟고 있어요. 직원이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우선은 저희끼리 건강하게 두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고자 크게 고심하고 있죠. 이건 저희보다 앞서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상공간을 운영한 선배들의 고민이자 앞으로 이 길을 걸어갈 후배들의 고민이기도 하고요. 스튜디오만 운영할 때는 기술적으로 어떤 일에 집중하는 데 큰 부담이 없었어요. 낮 1시에 영감이 떠오르지 않으면 새벽 1시에 다시 해보자 했죠. 뉴포트 부산을 운영하기 전부터 디자인 작업은 항상 밤 9시 이후부터 새벽 3시까지 하는 루틴이 있었어요. 카페를 오픈하면서도 저녁에 운영을 마치면 늘 하던 대로 밤 9시부터는 디자인을 하면 되겠다 싶었죠. 그런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카페 마감 후 컴퓨터 앞에 앉은 상태로 밤 11시, 12시가 되면 노곤해지며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기 시작해요. 지금까지 저희의 시간에 맞춰 유동적으로 디자인 작업을 해왔다 보니 제한된 시간에 디자인을 해내는 능력이 아직 부족해요. 앞으로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죠. 두 브랜드를 균형 있게 운영하며 작가로서 저희가 추구하는 커리어에 다다를 수 있도록 계속해서 테스트할 계획입니다. 

©Kunhee Lee

더 나아가 작가로서는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노동력 대비 부가가치가 큰 작업을 선보이고자 노력 중이에요. 해외 사례를 보면 아티스트는 디자인 작업만 하고 생산 주체는 따로 있는 POD(Print on Demand)나 NFT와 같은 새로운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죠. 이처럼 디지털 페인팅을 기반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플랫폼에 어떻게 진입할 수 있을지 아등바등하고 있어요. 


최근에 회사에서 독립해 나의 브랜드를 창업하고파 하는 친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디렉터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개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게 결코 쉬워 보이지 않네요. 직장 생활이 아닌 본인의 브랜드를 꾸리며 살아가는 삶의 질이라고 할까요? 그 만족도가 궁금하네요. 어떻게 이 일을 업으로 삼으셨는지도 알고 싶고요. 

저는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입니다. 예술, 디자인과는 다소 동떨어진 삶을 살았죠. (웃음) 일러스트레이션 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이전에는 국제학교 교직원, 대기업 엔지니어 인턴, 소셜벤처 팀장으로 일을 했죠. 일러스트레이션 스튜디오와 접점을 찾기 어려운 커리어인 만큼, 지금 제가 하는 일은 예술에 대한 개인적인 갈망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평소 좋아하는 것에 대한 매니악한 디깅 습관이 있었는데요. 이 덕분에 예술에 대한 갈망이 비즈니스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냉정하게 따져보았을 때, 아직 삶의 질 측면에서 직장인들보다 나은 부분이 많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워요. 삶의 질은 일과 휴식의 균형이 중요한데 지금은 일하는 만큼 쉬지 못하고 있어요. 일을 통해 성취감은 키울 수 있지만 그것이 휴식을 대체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들어요. 그래도 만족도는 상당히 큰 편이에요.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일할 때 느끼는 기쁨은 직장 생활에서는 경험하기 어렵잖아요. 내 브랜드를 운영하며 경험하는 일에서 오는 열정과 기쁨에는 삶을 더욱 활기차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죠. 결국 주체적인 삶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변화들이 이 일에 만족감을 더해주는 비결인 것 같네요. 

©Kunhee Lee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력이네요. (웃음) 자신의 브랜드를 꿈꾸는 디자이너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요? 

저희 스튜디오로 예를 들게요.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보다는 디자인을 위해 물리적인 시간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한번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한 지 4년 차가 되었는데요. 우리에게 들어온 작업이 있든 없든 1년이 12개월이면, 한 1개월 빼고는 매일 새벽까지 디자인 작업을 해요. “세계 최고가 되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스튜디오를 시작했거든요. 이 신(Scene)에서 디자이너들이 레퍼런스를 찾을 때 언제나 떠올릴 수 있는 스튜디오가 되고자 했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양적, 질적으로 작업 수준을 끌어올려야 했고, 이를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어요. 저희가 정말 성실하게 열심히 했을 때 대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같은 기회가 찾아왔고 이는 또 다른 기회로 이어졌죠. 질적인 부분이요? 중요하죠. 디자이너로서 당연히 수준 높은 작업을 선보여야 해요. 하지만 자신의 경력이 아직 10, 20년 쌓여 있지 않다면 물리적으로 작업에 투자하는 시간을 늘리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렇게 성실히 나아간다면 분명 좋은 기회가 올 거라 믿죠. 

©Kunhee Lee

공간을 통해 펼치고자 하는 다음 계획이 있다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계속해서 다양한 클럽들을 시도하고 만들 예정이에요. 호스트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전문 역량이 없더라도 의지만 있다면 자신의 소스를 테스트해 볼 수 있는 파일럿 공간이 될 수 있겠네요. 삶의 경험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을 로컬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 경험은 분명 저희한테 다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종종 저희와 프로그램을 이끈 분들이 다음에 찾아와 그때 해보니까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해 줘요. 저희에게 전해지는 그 에너지, 그런 부메랑들이 너무 좋은 거죠!

 

뉴포트 부산을 찾는 이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라세요? 

음악과 커뮤니티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 되길 바라죠. 누군가에게 큰 볼륨으로 플레이되는 공간의 음악은 그저 소음이거나, 서 있어야만 하는 스탠딩 테이블은 단순히 불편한 가구일 수도 있어요.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테이블도 없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콘셉트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뉴포트 부산에서의 시간이 소중하고 값진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네요.

©Kunhee Lee

WEBSITE | camelandoasis.com

INSTAGRAM | @camelandoasis @newport_busan

CATEGORY | 일러스트레이션 스튜디오 · 쇼룸,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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