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켓 스튜디오 Beesket Studio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사소한 순간, 행복한 시간을 기록하고 이를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브랜드 비스켓 스튜디오. 2021년 5월, 온라인을 중심으로 디자인 활동을 전개해 온 스튜디오의 쇼룸이 부산의 한적한 동네에 둥지를 틀었다. 쇼룸에선 브랜드를 운영하는 최자민 디자이너의 따스한 시선이 그대로 묻어난다. 아무리 작고 가벼운 엽서 한 장에도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진정성 있게 그려내고자 하는 디자이너의 마음이 느껴지는 곳. 비스켓 스튜디오만의 톤앤매너가 입혀진 제품들은 이미 부산을 넘어 많은 지역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최자민 디자이너의 작업을 소개하는 전국 각지의 셀렉 스토어 수는 이를 증명한다.
한편, 스튜디오에서 소개하는 제품들을 보면 단순히 감성적인 것을 넘어 소재와 사용성도 세심히 고려하는 감각과 디테일이 돋보인다. 이는 질 좋은 종이를 찾기 위해 온갖 인쇄소 문을 두드리며 발로 뛴 디자이너의 결실이다. 이렇듯 비스켓 스튜디오의 제품은 아늑하고 서정적이며 오래 사용해도 좋은 사용감을 선사한다. 자극적이고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지금,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다운 제품을 만드는 최자민 디자이너의 작업에 더욱 눈이 가는 이유다.
비스켓 스튜디오 대표
2021년 8월 10일 화요일
안녕하세요 디자이너님. 비스켓 스튜디오를 소개해 주세요.
비스켓 스튜디오는 직접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예요. ‘작은 시간이 모여서 우리의 삶이된다’는 모토를 가지고, 우리 인생에 나타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기록하고 공유하죠.
비스켓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어릴 때 과자 한 조각을 먹으며 느끼던 작은 행복을 떠올리며 비스켓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어요. 아주 사소한 일로 즐거워하던 그때처럼, 사용자분들이 저희 제품으로 잠시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길 바라면서요.
디자이너님은 인하우스 디자이너였죠. 퇴사 후 지난 2016년 비스켓 스튜디오를 선보였고요. 개인 스튜디오를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비스켓 스튜디오의 시작은 엽서 한 장이었어요. 2016년 다녀온 유럽 배낭여행에서 남겨진 사진을 조금 더 특별하게 보관하고자 엽서로 제작했어요. 이를 블로그로 무료 나눔했는데요. 그게 반응이 좋았죠. 좋은 피드백과 함께 감사 인사를 보내주셨는데 짜릿하더라고요. 회사의 일원으로서 해낸 일이아닌, 스스로 만들어낸 콘텐츠를 제삼자가 좋아해 준다는 사실이 행복했죠. 그래서 그 뒤로는 본격적으로 직접 제품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어요. 엽서를 시작으로 달력, 메모지, 스티커같이 작은 것들부터요. 처음엔 인쇄소를 죄다 직접 찾아다녔어요. 정보가 없으니 일단 몸으로 부딪혔죠. 눈에 보이는 아무 인쇄소에 무작정 들어가서 견적을 물어보고, 지류 가게에 들어가서 온갖 종이를 만져보다 가게 사장님에게 꾸중도 듣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무모했던 거 같아요. 무슨 용기였을까요? (웃음) 그렇게 헤쳐 나가다 보니 5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스튜디오에서는 어떤 제품들을 소개하나요?
작은 물건이라도 이야기가 있는 제품을 소개하려고 노력해요. 이야기가 있는 물건은 살아 움직이는 거 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비스켓 제품을 설명하는 글을 적을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요. 제품에 사용된 사진은 언제 어떻게 찍었는지, 사진을 찍을 때 작가는 어떤 생각이었는지, 그 생각을 제품에 어떻게 접목했는지,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꼭 필요에 의해 구매하는 물건이 아닌, 제품의 이야기에 끌려서, 이것을 가짐으로써 나도 이 이야기의 한 줄이 된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대표적인 제품이 있다면요?
비스켓 스튜디오를 가장 성장하게 해준 ‘시즌노트 시리즈’를 소개하고 싶어요. 시즌노트는 제 습관을 바탕으로 만든 제품이라 조금 더 특별한데요. 저는 다이어리를 쓸 때 ‘주간’페이지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그래서 과감하게 주간 페이지를 없애고 월간과 프리 페이지로만 구성을 잡았어요. 처음엔 보편적이지 않은 구성이라 걱정을 했는데, 저랑 같은 패턴을 가진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그런 분들에게 환영을 받았죠. 그 뒤로는 제품을 만들 때 저의 경험을 과감하게 적용하고 있어요. 똑같은 부분에서 갈증을 느꼈던 분들은 분명히 계시고, 그분들이 저희 제품에 공감을 많이 해주시죠.
주로 온라인을 통해 브랜드 활동을 이어 오다 지난 5월 부산에 오프라인 쇼룸을 열었습니다. 비스켓 스튜디오가 소개하는 제품들처럼 편안함이 느껴져요.
오래전부터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그 이유 중 하나는 가장 좋은 형태로 제품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었죠. 엽서 한 장이라도 가볍게 보이기 싫어 대부분의 집기를 제품에 어울리도록 제작했어요. 이 때 온갖 공구란 공구는 다 접해보지 않았나 싶어요. 태어나서 톱질도 처음 해봤죠. 손님이 이곳에 들어왔을 때 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인 동시에 주인장의 취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거든요. 노력을 많이 했어요.저는 손님들과 제품 그리고 이 공간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요. 우리 제품을 구매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의견을 나누는 일은 정말 귀한 경험이잖아요. 오프라인 공간을 만든 이후, 온라인으로만 활동할 때보다 입체적인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나요. 그래서 참 좋고요.
비스켓 스튜디오의 많은 제품이 유럽의 풍경을 담아냅니다. 하지만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여행이 많이 어려워졌죠.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영감을 얻고 새로운 디자인 제품을 만들고 계시나요?
요즘은 여행이 어려운 시국이다 보니 주 키워드인 ‘여행’ 대신 비스켓을 표현할 수 있는 서브 키워드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해요. 그 첫 번째는 ‘소재’예요. 저희 브랜드 대부분의 제품을 종이로 만드는 만큼, 종이라는 소재에 집중하고 있어요. 종이 종류도 정말 어마어마하잖아요. 같은 흰색 종이도 종류에 따라 다른 느낌의 제품이 탄생하는 게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또 저는 시장조사를 할 때 문구점보다는 서점을 방문해요. 서점에 들어가면 마치 바깥 세상과는 단절된 듯한 고요한 느낌이 너무 좋잖아요. 거기서 책 냄새를 맡거나 표지에 쓰인 종이 종류, 후가공 같은 책의 요소를 살피며 영감을 얻고 공부하죠. 참 신기하게도 새로운 종이만 봐도 만들고 싶은제품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냥 종이 한 장일 뿐인데도요. 나중에 사람들이 비스켓 제품을 둘러볼 때 ‘여기는 항상 멋진 종이를 사용하더라.’ 그런 말을 듣고 싶어요.
퇴사 후 홀로 비스켓 스튜디오를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여정은 어땠나요?
디자이너 출신인 저는 디자인 업무 외 다른 일은 모두 생소하고 힘들었어요. 특히 세무 부분과 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이 어려웠죠. 그래서 브랜드 운영 초기엔 디자이너 모임에 나가거나 클래스를 들으면서 모르는 영역을 배워 나갔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숙달되어 업무 자체가 어렵지는 않은데, 혼자 해내야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순간이 찾아와요. 시간과의 싸움이죠.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제 나름 오래전부터 들인 습관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매일 업무 전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거예요. 오늘 할 일을 쭉 적어놓고 하나씩 처리할 때마다 체크해요. 별일 아닌 듯 보이지만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해 주고, 체크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에 일의 만족도까지 올라가더라고요.
체크리스트. 간단하지만 정말 좋은 팁이네요. 5년째 꾸준하게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님의 시선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꿈꾸는 많은 이에게 팁이 될만한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면요?
식상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깨닫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처럼 디자이너라면 트렌드를 놓칠 수 없겠죠. 하지만 그 안에서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확고하게 성립해 나간다면 내 브랜드를 만드는 단단한 밑거름이 될 수 있어요. 처음 시작할 땐 수입이 없으니 자신감도 떨어질 거예요. 이게 잘하고 있는 건지, 다시 취업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저도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했어요. 그때 처음 다져 둔 밑거름이 탄탄하다면 꾸준히 이어 나갈 힘이 생기죠. 그 꾸준함이 쌓이고 쌓이면 누군가의 눈에는 띄게 되어 있어요.
짧지 않은 시간 본인의 브랜드를 잘 이끌고 계시죠. 그다음 목표도 있을까요?
엽서를 만들 때부터 간직한 오래된 꿈이 하나 있어요. 파리의 풍경을 담은 엽서를 파리에서, 런던의 시간을 간직한 노트를 런던에서 판매해 보는 것. 제가 촬영한 사진 속 장소에 다시 찾아가 비스켓 스튜디오 제품을 소개하고 싶어요. 그 도시의 사람들은 이런 사진, 제품을 어떻게 생각할까. 오랫동안 궁금했거든요. 물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제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올 거라 믿어요.
비스켓 스튜디오 Beesket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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