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지난 2021년 9월, 부산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우리나라 광역시 이상의 대도시 중 최초란다. 최초라지만, 그다지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뜻하는 초고령사회. 부산은 그 어떤 도시보다 빠르게 늙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부산의 고령인구 비율은 20.4%이다. 이는 부산 전체 인구 335만 380명 중 68만 1885명이 65세 이상 인구임을 나타낸다. 역시나 통계청에 따르면 매년 약 1만 명의청년층(20~39세)이 학업과 취업 등을 이유로 부산을 떠난다고 한다. 저출산 역시 지속되고 있기에 이 우울한 수치는 쉽게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뉴스는 공포와 불안감으로 먹고사는 것 아니겠는가. 부산이 초고령사회가 됐다는 기사와 함께 앞다퉈 도시의 암울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공포스러운 뉴스들을 보고 있자니 부산스러운 이곳이 적적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인구는 늘고, 아기들은 태어나지 않고, 청년들은 부산을 떠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오색찬란한 도시에 낭만을 그리는 젊은 창작자들이 있다. 그들이 자신의 브랜드와 삶을 이야기할 때, 내가 부산의 어두운 미래를 전하는 기사에서 느꼈던 불안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열정으로 밝게 빛나는 눈이 그 자리를 대신할 뿐이었다. 그들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더 의미 있는 오늘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꼼지락꼼지락.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는 모습에 왠지 모를 위안을 받았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재미있게 살아가는 모습에, 열정 가득한 모습에, 좋아하는 일을 하는 모습에, 그리고 부산에도 자신다움을 잃지 않은 크리에이터가 있다는 것에. 나는 타지인이다. 부산에는 일하기 위해 왔다. 워킹홀리데이라고 할까. 타지인의 시선으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기록하고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부산에 해운대, 광안리, 돼지국밥, 밀면만 있는 것이 아님을굳이 꼭 전하고 싶었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크지 않은 공간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서 매일같이 누군가는 포스터를 정리하고 있고, 커피를 내리고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작업실에 앉아 디자인 작업을 하며 꼼지락꼼지락 하루를 보낸다.
바지런한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으로 부산의풍경은 더욱 다채로운 낭만으로 물든다. 때문에 작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꾸준한 하루는 결코 작지 않다. 나와 인터뷰이는 공간을 핑계 삼아 실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창작자로서의 철학, 영감의 원천, 하루 일과, 앞으로의 계획, 부산에서 브랜드를 전개하는 이유, 최근의 고민까지. 대화 속에서 그들은 부산에 불안한 미래만 있지는 않다는 것을, 부산에는 이제 막 뿌리내리고 새로운 봉오리를 피우는 삶 또한 있음을 각자의 방식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결국 우리 역시 고령인구 통계에 한몫하는 날이 오겠지. 바람이 있다면, 지금 부산에서 살아가는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세월 속에 빛바래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한층 더 깊고 노련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길. 더 나아가 지금 전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길, 부산에서 쓰인 우리의 낭만이 새로운 세대에게 영감을 주고 감각적인 로컬 크리에이터의 탄생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그런 선순환을 감히 상상해 본다.
부산에서,
이건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