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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 Jul 03. 2024

13인의 아티스트가 재해석한 알바 알토의 Stool60

<ONE CHAIR IS ENOUGH>展

핀란드 지폐와 우표에 새겨진 건축가이자, 산업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Alvar Aalto, 1989~1976는 국내에 북유럽 디자인이 소개된 이후로 가장 널리 알려진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건축과 가구 디자인을 넘어 조명과 소품에까지 자신의 재능을 쏟았던 알바 알토는 나무를 주재료로 자유로운 곡면의 형태를 즐기며, 동시대 진보적인 디자인 언어를 구축해 나간 바우하우스 디자이너와는 또 다른 자신만의 확고한 디자인 세계를 표현했다. 알바 알토는 작고했지만, 그의 디자인 유산은 여전히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ONE CHAIR IS ENOUGH> | ©Kunhee Lee
 <ONE CHAIR IS ENOUGH> | ©Kunhee Lee

지난 7월 11일부터 오는 8월 31일까지 갤러리 이알디에서 열리는 <ONE CHAIR IS ENOUGH> 전시는 동시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는 알바 알토의 가구 디자인을 재조명한다. 전시는 크게 두 섹션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섹션 ‘ONE CHAIR IS ENOUGH’에서는 알바 알토의 대표적인 디자인이자, 20세기 디자인 아이콘이기도 한 ‘Stool 60’을 국내외 13인의 아티스트가 재해석해 선보인다. ‘ONE CHAIR IS ENOUGH’는 Stool 60의 패키지 전면에 적혀 있는 문구로, 작가들이 본 스툴 패키지를 전달받으면서 전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두 번째 섹션은 오유미 작가가 연출한 ‘알토 하우스’로 작가는 자신의 오드미Oddme 도자기 시리즈와 1930~70년대에 생산된 알토의 빈티지 가구를 조화로이 배치해 공간을 채운다. 

참여 아티스트와 Stool 60 패키지 | ©갤러리 이알디

첫 번째 섹션 ‘ONE CHAIR IS ENOUGH’에는 이광호, 남궁호, 275C, 김참새, 김건주, 스팍스 에디션, 이규태, 주재범, 티보에렘, 김충재, 권철화, 김재훈, 나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동시에 현재 가장 주목받는 국내외 아티스트 13인이 Stool 60과 콜라보 작업으로 자신의 세계를 전개한다. 

이광호 디자이너의 Stool 60 | ©갤러리 이알디
이광호 디자이너의 Stool 60 | ©갤러리 이알디
남궁호 | ©갤러리 이알디
남궁호 작가의 Stool 60 | ©갤러리 이알디

PVC 튜브를 꼬고, 묶고, 구부려 만든 <집착 시리즈 Obsession Series>로 잘 알려진 이광호 디자이너는 이번 전시에서 깊은 의미가 담긴 메시지를 전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전통 기법인 ‘칠보'를 알토 스툴에 입혀 한국의 멋을 전한다. 그리고 익살스러운 캐릭터를 활용해 사회를 풍자하는 그림을 그려온 남궁호 작가는 Stool 60을 보는 사람들이 편안한 감정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유쾌한 일러스트를 상판에 새겼다.

티보 에렘 | ©갤러리 이알디
티보 에렘의 Stool 60 | ©갤러리 이알디

아날로그 방식으로 긴 시간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 태생 작가 티보 에렘Thibaud Herem은 자신의 가치관을 Stool 60에 드러낸다. 기본 배색은 물감으로, 물고기는 펜으로, 마지막 눈은 수정액으로 위트있게 표현하며 작가는 말한다. “자연과 함께 하루를 나눈다는 생각으로 사물을 바라봅니다. 저는 도시 생활을 하면서도 아련한 향수병이 있었어요. 시골에서 태어난 저는 고향의 풍경을 매우 그리워했습니다. 도시 속에 파묻힌 건축물은 왜 죽어있어야만 하죠? 저는 건물이 살아있다 생각했고 그에 대한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제 가치관에서는 나무와 건물은 하나에요.” 

김충재 | ©갤러리 이알디
김충재 작가의 Stool 60 | ©갤러리 이알디
나난 | ©갤러리 이알디
나난 작가의 Stool 60 | ©갤러리 이알디

김충재 작가는 시각적으로는 불편하지만 실제로 앉으면 편안하고 안정적인, 즉 역설적인 이미지를 알토의 스툴로 표현한다. 한편, 나난 작가는 자신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작품을 앉는 용도가 아닌 감상의 오브제로 전환한다. 유기적이고 친환경적인 특징을 가진 Stool 60이 나난의 ‘롱롱타임플라워’ 사이에 자연스럽게 놓인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 외에도 다양한 아티스트가 유쾌하거나 때로는 진지하게 자신의 세계를 알토 스툴에 녹여낸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유미 작가가 연출한 ‘알토 하우스’ 섹션 | ©갤러리 이알디
오유미 작가의 오드미 도자기 시리즈 | ©갤러리 이알디

두 번째 섹션에서 펼쳐지는 ‘알토 하우스’에서는 알바 알토의 디자인 언어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전시장에는 Stool 60 외에도 또 하나의 20세기 디자인 아이콘으로 손꼽히는 ‘파이미오Paimio 암체어’, ‘티 트롤리’ 등 알바 알토의 레전드 디자인으로 가득하다. 

Wall Shelf 112_1940s | ©Kunhee Lee
Aalto Screen_1940s | ©Kunhee Lee
Stool 60_1930s-1970s | ©Kunhee Lee

특히 공간을 연출한 오유미 작가의 오드미 도자기 시리즈가 알바 알토의 빈티지 가구와 조화를 이루면서 만들어내는 느긋한 풍경은 감상의 재미가 쏠쏠하다. 비정형적인 형태의 위트 있는 도자가 기능적이면서도 따뜻한 감성을 갖는 알토의 가구와 만나면서 누군가의 편안한 삶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전시 전경 | ©갤러리 이알디

이처럼 본 전시에 참여한 13인의 아티스트는 알바 알토의 디자인 세계에 자신의 색깔을 더하면서 그의 가구 디자인을 더욱 빛나게 한다. 전설적인 디자이너와 동시대 디자이너의 유쾌한 컬래버레이션을 지금 전시장에서 만나보자. 


<ONE CHAIR IS ENOUGH>

전시 기간: 2019년 7월 11일- 8월 31일

참여 작가: 275c, 권철화, 김건주, 김재훈, 김참새, 김충재, 나난, 남궁호, 주재범, 스팍스 에디션, 오유미, 이규태, 이광호, 티보에렘 Thibaud Herem

장소: 갤러리 이알디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13가길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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