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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K Jul 16. 2023

마음의 얼룩을 지우면 행복이 찾아올까

[책 리뷰 3] 윤정은,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작가 첫 장편소설인 리골드 마음 세탁소. 요즘 가장 핫한 판타지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부푼 기대감을 안은 채 바로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평소에 판타지 소설을 그렇즐겨 읽지는 않았었는데,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신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그만큼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이런저런 사연들로 마음에 멍이 들고 얼룩이 져도 묵묵히 견디며 오늘날을 살아가는 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품의 주인공이자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녀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녀는 부모님과 함께 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다시 봄이 찾아오는 신비한 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러다 소녀는 자신이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치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위험한 능력으로 인해 한순간에 부모님을 잃고 만다. 소녀는 부모님을 되찾기 위해 계속해서 세기를 뛰어넘어 다시 태어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메리골드'라는 지명을 가진 바닷가 마을에 정착한다. 소녀는 우리 분식이라는 오래된 분식점에서 '지은'이라는 예쁜 이름도 새롭게 짓고,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여 마음의 주름을 다려주는 세탁소를 피어나게 한다.


 마음 세탁소가 생겨난 후로, 각자의 사연들로 마음에 멍이 지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마음 세탁소의 첫 번째 손님인 연희와 재하도 우연히 전단지를 보고 괴로운 마음을 지우기 위해 세탁소를 찾아온 것이었다. 세탁소 주인 '지은이'는 이들이 찾아오자 따뜻한 위로 차와 흰색 티셔츠를 건네며 지금 지우고 싶은 마음의 얼룩이나 주름진 부분을 떠올려보라고 한다. 그러면 여기 마음 세탁소에서 깨끗하게 얼룩을 빼주고, 구겨진 부분을 다려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재하는 영화감독으로서의 실패와 어머니와 단둘이 보냈던 유년 시절의 아팠던 기억으로 생긴 얼룩을 깨끗하게 지울 수 있었다. 한편, 연희는 사랑의 얼룩을 지우고 싶어 했다. 연희는 희재라는 남자와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희재가 자신과 멀어지더니 급기야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희재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연희는 마음의 멍이 들어 지금까지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연희는 재하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얼룩을 지우고 인생을 보다 행복하게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마음 세탁소에 두 번째로 찾아온 손님은 인플루언서 은별이었다. 은별은 어마어마한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로 유명세를 얻어 화려한 삶을 살아가지만, 현실에서는 마음을 나눌 친구 하나조차 없는 공허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녀는 우연히 방문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에서 지은을 만나 마음의 얼룩을 지운 뒤로, 인플루언서의 삶을 버리고 프리랜서 홈쇼핑 MD로 새 출발 하게 되었다. 이후로도 많은 손님들이 마음 세탁소를 찾았다. 재하와 연희의 절친인 해인,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대학교도 포기하고 일찍이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자신을 희생하기만 해 왔던 재하의 어머니 연자 씨, 어린 시절 당했던 끔찍한 학교폭력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택배기사 영희 삼촌까지. 각자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손님들이 마음 세탁소를 찾아와 '지은이'로부터 따뜻한 위로 차도 건네받고 힐링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의 얼룩을 빼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타인의 아픔을 진심을 다해 치유해 준 주인공 지은은 가족을 찾지 못했다는 슬픔과 자책으로 여전히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그러나 메리골드 마을에서 가족보다도 더욱 깊은 인연을 맺은 우리 분식 사장님, 재하와 연희 그리고 해인을 생각하며 이제라도 죄책감을 버리고 오늘을 제대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지은은 마음 세탁소를 운영하며 오늘이야말로 모두가 공평하게 받은 가장 특별한 선물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에 머무는 내내 과연 '마음의 얼룩을 지우면 행복이 찾아올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마음의 얼룩도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자양분이 될 수 있기에 지우지 않고 남겨두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다. 힘들었던 순간을 이겨냈던 기억을 떠올린다면,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도 분명히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마음의 얼룩을 지운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행복이 찾아오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작품 속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을 소개하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마음의 겨울을 지날 때 우리가 견딜 수 있는 이유는 이 계절이 지나갈 거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희망, 그것은 사람을 살게도 하고 죽게도 한다. 마음에 봄이 오고 때론 여름으로 불타고 그 뒤엔 서늘한 가을도 올 것이라는 희망이 사람을 살게 한다. 희망마저 없다면 우리는 이 삶을 어떻게 견뎌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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