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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K Jan 01. 2022

불편하지만 따뜻한, 어느 편의점 이야기

[책 리뷰 1]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책은 출간되었을 때부터 관심 있게 살펴본 작품이다. 책의 제목부터 나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고, 가히 인생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감명 깊게 읽었다. 이 작품은 서울역에서 노숙 생활을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편의점 야간 알바가 된 '독고' 씨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독고' 씨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제시되어 있어, 더욱 흥미를 높이고 있었다.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위로를 받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좋아한다. 삭막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가끔위로를 받고 싶은 순간이 온다. 불편하지만 따뜻한, 어느 편의점의 이야기는 나에게 위로의 매개체가 되어주었다.


EP.1    산해진미 도시락 

 청파동에서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염영숙 여사. 기차 안에서 파우치가 없어졌다는 것을 안 그녀는 낯선 사내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바로 파우치를 가지고 있으니 돌려주겠다는 전화였다. 염 여사는 그가 노숙자임을 직감했고, 서울역에서 낯선 사내를 만나기로 한다. 우여곡절 끝에 염 여사는 파우치를 되찾을 수 있었다. 낯선 사내가 고마웠던 그녀는 자신이 운영하는 편의점에 그를 데려가서 '산해진미 도시락'을 먹인다. 염 여사는 그 뒤로도 '독고'라고 불리는 낯선 사내가 공짜로 도시락을 먹을 수 있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느 날, 편의점에 불량 학생들이 들어와서 염 여사를 위협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때 어디선가 등장한 '독고'씨의 활약으로 염 여사는 위기에서 벗어난다. 염 여사는 '독고' 씨에게 편의점 야간 알바를 제의하게 된다.


EP.2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공시생인 시현은 1년간 염영숙 여사의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오랜 알바 생활로 단련된 그녀에게도 편의점에 매번 찾아와서 괴롭히는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진상 중의 진상 손님이 있다. 동전 던지기 시전은 기본이고,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기까지 한다. 염 여사는 시현에게 '독고' 씨에게 직원 교육을 해 줄 것을 부탁한다. '독고' 씨는 시현이 가르쳐주는 내용을 숙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하필 '독고' 씨의 교육 시간에 그 진상이 들이닥쳤다. 진상 손님은 만만해 보이는 '독고' 씨에게 일부러 트집을 잡고 어려운 일을 시킨다. 하지만 '독고' 씨는 평온하게 대처했고, 오히려 진상 손님이 자존심 싸움에서 지고 말았다. 어느 날 '독고' 씨는 자신에게 잘 알려준 시현에게 '포스기 사용법'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볼 것을 제안했다. 시현은 용기 내서 동영상을 올렸는데, 그 영상을 본 한 편의점의 고용주는 그녀에게 점장 자리를 제안한다. 시현은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염 여사도 그녀의 이직을 진심으로 축하해준다.


EP.3    삼각김밥의 용도

 염 여사의 20년 지기 친구이자 교회 성도인 '오선숙'. 그녀는 남편과 아들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한때 그녀의 자랑이었던 아들은 이제는 집에서 게임만 하는 백수일 뿐이었다. 오선숙 여사는 최근에 새로 들어온 '독고' 씨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의 신념 중의 하나는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알바 업무를 보고 있던 오선숙 여사는 한 소년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2개를 훔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소년은 그녀의 얼굴에 삼각김밥을 던지고 줄행랑을 친다. 갑자기 '독고' 씨가 나타나더니 소년을 그녀 앞으로 데려온다. '독고' 씨는 그 소년을 '짜몽'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고 있었다. '독고' 씨에게 붙들려온 소년은 오선숙 여사에게 사과를 했다. 어느 날, 아들과 크게 싸운 오선숙 여사는 편의점에서 '독고' 씨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게 된다. 오선숙 여사의 사연을 듣고 있던 '독고' 씨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것을 제안한다. '독고' 씨는 아들에게 줄 삼각김밥을 대신 사주고, 오선숙 여사는 편지에 쓸 내용을 생각한다.


EP.4    원 플러스 원 

 평범한 회사원인 경만은 염 여사가 운영하는 편의점을 많이 찾는다. 그는 유일하게 야외 테이블이 있는 편의점에서 혼술을 즐긴다. 경만은 참이슬, 참치김밥, 참깨라면이라는 그만의 '참참참' 조합으로 혼술을 한다. 그러다 그는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는 사람이 '독고' 씨로 바뀌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경만은 '독고' 씨의 부담스러운 시선이 불편하게까지 느껴진다. 어느 날 편의점에 찾아온 경만에게 '독고' 씨는 옥수수수염차를 건네며 술을 끊을 것을 제안했다. 발끈한 경만은 다시는 이 편의점에 찾아오지 않기로 결심한다. 한동안 편의점에 찾아가지 않던 경만은 문득 그 편의점이 그리워졌다. 오랜만에 찾아온 경만에게 '독고' 씨는 따뜻한 열풍기를 틀어주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지난번처럼 '독고' 씨는 술을 끊고 옥수수수염차를 마실 것을 제안한다. 경만은 짜증 났지만 술을 줄이고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게 된다. 그는 두 쌍둥이 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가정의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어느 날, 편의점을 다시 찾은 경만에게 '독고' 씨는 로아커 초콜릿 이야기를 한다. 로아커 초콜릿을 좋아하던 두 쌍둥이 딸들은 원 플러스 원 행사가 끝나자 초콜릿 우유만 산다고 했다. 엄마가 아빠 힘들게 돈 버시니까 아껴 써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독고' 씨는 내일부터 원 플러스 원 행사를 다시 진행하니까 구매하러 오라고 말했다. 이를 알게 된 경만은 눈물을 흘리며 편의점을 나선다.


EP.5    불편한 편의점

 지난가을, 희극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인경은 박경리 토지문학관에서 생활했다. 그녀는 집필실에서 퇴실을 앞두고 있었는데, 인경과 친하게 지냈던 희수 샘은 대학생 딸의 청파동 자취방에서 겨울을 보내라고 하셨다. 대학생 딸은 본가인 광주로 내려간 터라, 인경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참이었다. 원래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했던 인경은 배우에서 은퇴한 이후에 희곡 작가로 등단하게 되었다. 그러나 점점 그녀가 설 자리는 없어졌다. 어느 날, 인경은 배를 채우기 위해 '독고' 씨가 일하는 편의점에 가게 된다. 그녀도 '독고' 씨가 있는 편의점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인경은 '독고' 씨가 경만에게 옥수수수염차를 건네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 모습에 흥미를 느낀 인경은 '독고' 씨를 찾아가 취조 아닌 취조를 시작한다. 인경은 '독고' 씨가 알코올성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은 노숙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경은 이를 소재로 극본을 다시 쓰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새해에 걸려온 예전 대표님으로부터 극본 제안을 받게 되고, 빠른 속도로 타이핑을 하기 시작한다.


EP 6.    네 캔에 만 원

 염 여사의 아들인 민식. 그는 큰돈을 벌었지만 사업에 실패하고, 청파동에 있는 염 여사의 집에서 얹혀살게 되었다. 그러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산으로 편의점을 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민식은 엄마와 크게 다투고 집에서 나오고 말았다. 어느 날, 민식은 친한 후배인 기용과 한 맥줏집을 찾게 된다. 기용은 그에게 특이한 에일 맥주를 건넸는데, 에일 맥주를 마신 민식은 맥주 맛에 감탄한다. 기용은 자기 매형 이야기를 하며 본격적으로 민식에게 사업 제안을 하게 되고, 민식은 엄마를 설득하기 위해 청파동 집을 찾기로 한다. 그전에 민식은 자기가 염 여사의 아들이라며 편의점을 방문하는데, '독고' 씨는 민식을 전혀 믿지 않는다. 그와 한바탕 하고 집으로 온 민식은 엄마와 처음으로 마주 앉아 맥주를 마신다. '독고' 씨에게 증거 사진을 보여주기 위해 엄마와 셀카도 찍었다. 그러다 민식은 '독고' 씨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흥신소 사장인 곽 씨에게 연락을 취한다.


EP.7    폐기 상품이지만 아직 괜찮아

 민식에게 '독고' 씨의 정체를 알아낼 것을 의뢰받은 흥신소 사장인 곽 씨는 '독고' 씨를 추적하고 있다. '독고' 씨는 계속해서 걷고만 있다. 그러다 '독고' 씨가 서울역 노숙자들 사이에서 파카를 깔고 앉은 것을 발견한다. '독고' 씨가 다시 길을 나서고, 곽은 노숙자들에게 가짜 경찰 공무원증을 보여주며 정체를 말하라고 했다. 그러나 곽은 아무 단서도 입수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곽은 '독고' 씨가 잠깐 머무른 성형외과로 향한다. 성형외과 원장에게 가짜 경찰 공무원증을 내보이며 '독고' 씨의 정체를 알아내려 하지만, 이내 눈치 빠른 원장에게 꼬리를 잡히고 만다. '독고' 씨와 아는 사이인 것으로 보이는 원장은 곽에게 '독고' 씨가 사는 곳을 알아내라며 협박을 한다. 곽은 도망치다시피 병원에서 나와 걷고 또 걸었다. 사실 곽은 경찰 출신이었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경찰을 그만두었고, 지금은 가족들과 뿔뿔이 헤어진 상황이다. 그러다 곽은 '독고' 씨가 일하는 편의점에 방문하는데, 자신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독고' 씨에게 모든 것을 말해준다. '독고' 씨는 곽에게 사람을 찾아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뒤늦게 야간 알바를 구한다는 공고를 본 곽은 알바에 지원하기로 결심한다.  


EP.8    ALWAYS

 마지막 이야기는 독고 씨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지난 에피소드에서 제시되었던 인물들을 독고 씨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었다. 원래 독고 씨는 의사 출신이었다. 어느 날 대리 수술 문제로 한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독고' 씨는 책임을 지고 병원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러다 딸과의 다툼이 발단이 되어, '독고' 씨는 아내를 밀어 다치게 한다. 사과를 하기 위해 시도했지만, 아내는 그를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병원에 복직한 그가 어느 날 집에 돌아왔을 때, 아내와 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 뒤로 아내와 딸이 대구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독고' 씨는 서울역으로 향하지만, 이내 충격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독고 씨는 그렇게 노숙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만약 그가 염 여사의 파우치를 찾아서 건네주지 않았더라면, 독고 씨는 알코올 중독자이자 노숙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독고' 씨는 염 여사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대구로 향한다.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겠다고 결심하면서. 


 우리 모두에게 편의점은 친숙한 소재로 다가온다. 누군가에게 편의점은 친구와 가볍게 캔맥주를 나누었던 추억의 공간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독고' 씨, 염영숙 여사, 시현, 오선숙 여사, 경만, 인경, 민식, 곽 씨. 모든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웃기도 했다. 2022년의 첫날, '불편한 편의점'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공기가 차가운 계절에도 마음만은 따뜻하다는 것이 바로 이런 느낌일까. 무심히 지나쳤던 편의점에 괜스레 눈길이 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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