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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nut Jan 02. 2022

대학생활 (2)

대학교 평균 등록금은 한 학기에 300만 원 정도인데 의대는 600만 원으로 2배나 비싸기도 하고 4년이 아니라 6년을 다니니 등록금이 부담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의대에는 여러 장학금이 있는데 대부분의 장학금은 졸업한 선배들을 포함하여 많은 분들이 학교에 기부한 금액으로 운영이 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된다.

머리가 좋은 학생들이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은 없어야겠지만 성적이 낮은데도 등록금을 전혀 내지 않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나도 장학금을 받아서 대학 등록금 부담을 덜고 싶었다.


물론 성적장학금도 있다.

1등은 등록금 전액, 2,3등은 등록금 절반을 면제해준다.

부모님 덕에 부족함 없이 자란 내게는 높은 성적만이 유일한 장학금 받는 길이였다.

그래서 나의 목표는 수석이 되었다.


참고로 나는 계획적인 스타일로 공부하는 걸 좋아하기에 루틴을 만들어 시행했다.

평일 수업은 오전 8시에 시작해서 오후 5시에 끝이 나는데 끝나고 나면 저녁을 먹고 독서실로 갔다.

그렇게 오후 5시 30분부터 밤 11시 30분까지 1시간 단위로 (55분 공부, 5분 휴식) 6타임을 공부하는 방식으로 그날 배운 것을 외우고 전날 외운 것을 다시 외워보았다.


주말은 조금 여유를 챙겼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점심, 저녁 1시간씩을 제외하고 1시간씩 10타임으로 1주일간 배운 것을 복습했다.

이렇게만 공부해도 시험 시간 전에 이미 나는 3번씩 반복해서 외운 것이었다.


점심시간에는 쉬었냐고? 당연히 아니다.

다행히 학교 앞에 시장이 있어서 국밥이나 돈가스를 저렴하고 빠르게 먹고 도서관으로 가서 미리 적어두었던 궁금증을 책을 보면서 해결했다.

이렇게 매일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다 보니 궁금해서 시간을 재봤다.

1학기에 1000시간을 넘게 도서관에서 공부했더라.


공부할 것이 많기는 하지만 결국 교수님이 강의한 곳에서 나올 수밖에 없기에 한 말씀도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앞자리에 앉았고 (맨 앞줄은 아니었다.) 농담으로 하는 말까지 외웠다.

눈을 감으면 강의 자료가 생생히 기억날 때까지 외웠다.

무슨 내용이 몇 번째 줄에 있는지까지 머릿속으로 셀 수 있었다.


이렇게 공부하는데 성적이 잘 안 나올 수가 없다.

이렇게 본과 2학년을 보내고 나니 1학기, 2학기 4.3 학점 만점에 4.27을 받았고 최우수 학생이 되어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1년 동안 고생했던 게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본과 3학년은 병원으로 실습을 나가게 된다.

사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다 처음으로 가운을 입고 병원으로 등교(?)를 하게 되니 굉장히 설레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 봐야 학생'인데 후배들은 가운 입은 선배들을 대선배처럼 여기게 된다.

실습은 6명씩 총 17개 조로 나눠져서 1년간 소화기내과, 순환기내과, 호흡기내과, 내분비내과, 신장내과, 혈액종양내과, 감염내과, 알레르기내과, 류마티즈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정신과, 영상의학과를 돌게 된다. (정말 많다.)

실습 첫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 환자가

"선생님 오늘 처음 나오셨나 봐요. 힘내세요."라고 하더라.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초짜 티가 많이 났나 보다.


실습생은 보통 레지던트와 교수님을 따라다니면서 외래 진료와 회진을 같이 돈다.

미리 본과 2학년 때 배운 지식을 복습하고 가서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것을 배우는 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매일 떡진 머리와 주름진 옷에 충혈된 눈. 맨날 교수님께 혼나는 레지던트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1개였다.

"내가 저런 삶을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밤 한번 새지 않고 규칙적으로 살아온 내게는 참 걱정이었다.


열심히 실습을 도는데 우편이 하나 도착했다.

각 과의 수석들과 가족들은 대학교 총장님이 초대한 것이다.

실습 기간이었지만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참석을 했다.

야외 정원에서 식사를 하고 상장을 받는 자리였다.

수석 하니까 장학금도 받고, 상도 받고, 뿌듯하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자리였다.


실습을 돌면서 평가를 해야 하니 보고서나 발표를 해서 조별로 성적을 주게 되는데 1년 동안 깨달았다. 조별과제가 얼마나 힘든지..

이번에도 전액 장학금을 받고 싶은 나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조원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중에서는 의사가 되어도 괜찮을지 걱정되는 친구 2명이 있었는데.. 지금은 달라졌길 바란다.)

그래서인지 1년 동안 많은 갈등이 있었다. 물론 그분들은 나름대로 내가 열심히 하니 힘들었을 거다.

그러나 혼자 준비하고 발표하고 과제해가면서 고군분투하여 조별 성적은 내가 멱살 잡고 끌어올렸고 실습 성적도 아주 훌륭하게 받았다.

그 덕인지 우리 조에서 유급생은 나오지 않았다.


한 곳 실습이 끝날 때마다 시험을 보면 각 조간에 형평성 문제가 있으니

1년간 실습을 전부 돌고 나서 12월에 필기시험을 몰아서 보는데 17과목을 3주간 보게 되는 지옥의 시험기간이다.

보통 대부분은 벼락치기로 밤을 새워서 공부하고 오전에 시험 치고 저녁까지 자고 나서 다시 밤을 새우는 것을 반복하니 수요일쯤 되면 체력이 방전되어 목금 시험을 망하게 된다.

그리고 주말에는 밀린 잠을 자니 다시 시험 전날에서야 벼락치기를 할 수밖에.


다행히 나는 시험 보는 것이 걱정되니 미리 준비를 했다.

12월이 아니라 11월에 시험을 보는 것처럼 마음을 먹고 준비해놨기에 전날에는 리마인드만 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11시에 매일 잤다.

그러니 시험을 오전에 보고 나서 잠을 잘 필요 없이 바로 공부를 하고 다시 오후 11시에 잘 수 있었고 주말에도 편히 공부했다.

그리고 다시 본과 3학년도 목표를 달성했다.

4.3 학점 만점에 4.16. 최우수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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