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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새난슬 Feb 24. 2022

남에 대해 말하기

나는 남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까? 알아가는 건 끝이 없는 일 중 하나라 괴롭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특정한 주제에 신경이 몰려있는 애들끼리 책상에 둘러앉아 얘기할 때는 얘네에 대한 사소한 것까지 다 알고 싶다가도 자리가 마무리되면 또 다 잊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된다.



에세이 메일링을 운영하면서 남에 대해 잘 쓰고 싶은 욕망이 들었지만 번번이 좌절했다. 쓰면 쓸수록 현실의 걔와 글 속의 걔 사이의 괴리감이 묘했기 때문이다. 사실은 내가 쓰는 나도 현실의 나와는 거리가 있을 텐데... 어떻게 쓰든 난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을 다 묘사할 수 없을 것이다. 키가 어떻다거나 성격이 어떻다고 존재하는 단어들을 빌려와서 쓸 순 있겠지만 백 퍼센트 들어맞는 말을 찾을 순 없을 것이다. 원래 생동감이 넘치는 것들은 단어 몇 개 문장 몇 마디로 잡아두기 어려우니까.



그치만 예전에 썼던 것들을 읽으면서 그때의 나와 걔를 떠올리면 그냥 상상할 때보다 머릿속에서 더 뚜렷해진다. 실제의 걔랑 완전 일치하지는 않아도 어울리는 단어와 문장을 찾는 건 재미있다. 나와 남에 대해 쓸 때는 꼭 대상을 더 살피게 되니까 애정을 담아서 하는 일인 것이다. 애정이 담긴 건 뭐든 서투른 법이니까 너무 전전긍긍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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