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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새난슬 Feb 22. 2022

내 몫의 우울

외로움의 사전적 정의는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다.



여자친구와 함께 살고 반려동물이 세 마리나 있어서 혼자가 되기도 까다로운데 가끔 외롭다. 물리적으로 곁에 누가 있든 상관없이 그렇다. 사람은 다 자기만의 치덕치덕한 감정을 갖고 살아가니까 어쩔 수 없구나 싶다가도 우울해진다. 내가 느끼는 것을 남들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위로가 되기도 하고 되레 좀 쓸쓸해지기도 한다.



결국 내 우울은 내 것이고 소화하는 것도 내 몫이다. 남들도 자기만의 전쟁터에서 사는 걸 아는 이상 남에게 위로를 구하기도 어렵다. 요구할 염치가 없다. 남들이 내게 힘든 점을 말했을 때의 피로감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외로움을 잘 견딜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십 대 때의 외로움과 이십 대인 지금의 외로움은 성질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나이를 조금 더 먹어야 달라질까. 나이는 관계없는 사항일 것이다. 삼십 대든 사십 대든 오십 대든 누구나 가끔은 마음이 진창인 하루를 보낼테니까. 그럴 때마다 어떻게든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여럿 알아두어야 한다.



어떤 우울증 환자는 메뉴얼을 정해두고 우울이 닥칠때마다 움직임을 하나씩 해나간다고 한다. 씻기, 외출하기, 밥 챙겨먹기는 기본적으로 리스트에 들어있는 것들이다. 알고는 있지만 실행하기 어렵다. 모든게 다 어려워지는 게 우울의 기본이라 쉽지 않다.



내가 지나온 시간은 좋든 싫든 다 경험이 되니까 어떻게든 오늘 하루를 잘 보내야겠다.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지난 날들을 어떻게든 무사히 넘긴 것처럼 오늘도 그냥 잘 보내야겠다. 지금 이 시간이 지나면 그땐 그랬다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순간은 반드시 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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