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론 (4) - 여행을 더 멋있게 하는 방법

나만의 여행 노트와 여행 미션을 만들어 보자

by mpd 알멋 정기조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가기 전에 여러 가지 정보를 찾습니다. 숙소는 어떤 곳이 좋고, 각 지역의 명소는 어디가 있고, 가서 밥 먹을 맛집은 이런 데가 있고 이런 정보를 미리 찾은 뒤에 여행을 떠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겠지요.


반면 여행을 다녀온 그다음에는 어떻습니까? 기껏해야 여행 가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조금 더 꼼꼼한 사람들은 여행에서 다녀온 곳들을 메모해 놓는 정도일 겁니다.


그런데 제가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여행을 잘 다니고 싶다면 평소에 버킷리스트를 잘 만들어 놓고 사후에도 복기해서 잘 정리해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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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를 줄이고 좀 더 멋있게 여행을 다녀오는 방법


보통 여행 전에 여기저기 가보고 그러겠다고 계획을 세웁니다만 100% 계획대로 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현장의 날씨라든지, 나와 동반인들의 건강 상태, 예상 못한 현지에서의 장벽 등으로 계획이 수정되곤 합니다.


뭐 여유가 많아서 다음번에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우리가 가진 시간과 자원은 한정적입니다. 거주지 주변이라면 같은 곳에 10번이라도 갈 수 있으니 별 준비 없이 가도 되겠습니다만, 어렵게 시간을 내고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여행을 갔는데 이래저래 꼬인다면 참 기분이 별로일 수밖에 없죠. 같이 데려간 가족이나 연인에게 면박도 한 바가지 당할 것이고요.


그래서 평소에 나만의 '여행 수첩' 같은 것을 관리해 두고 있다면 훨씬 더 여행의 질이 높아지게 됩니다. 여행 가기 전과 후, 아니면 평소에라도 정보를 모아두는 일종의 '요점 정리 노트' 인 셈입니다. 특히 웬만해서는 다시 가기 힘든 해외 여행지의 경우 더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뭐 노트 만드는 데 정답은 없으니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하면 되는데요, 여기에서는 일례로 '사회과부도' 같은 방식을 말씀 드려 보겠습니다. 해당 지역의 지도를 첨부해서 만드는 것이죠.

(* 만드는 방법은 여러가지입니다. 꼭 지도를 안 쓰셔도 됩니다.)


먼저 ①여행권 별로 지도를 캡처합니다. 위 그림을 예시로 들면 전북 동부인 무주·진안·장수·임실을 하나의 여행권으로 묶었습니다. 반면 같은 전북이라도 서쪽의 군산·익산·김제·부안은 동선 등을 고려할 때 따로 묶는 것이 좋고, 전주의 경우에는 두 경우에 모두 포함될 수 있으니 지도 상으로는 같이 캡처합니다. 전북 남부의 정읍·고창·순창·남원 등은 오히려 전남 북부와 여행권을 묶는 게 좋겠습니다.


그다음 ②여행 명소들을 찾아 지도에 점을 찍는 것입니다. 포토샵의 PSD 파일 포맷을 활용하면 추후에 추가·수정이 간편합니다. 위 그림을 예시로 들면 여행 명소는 빨간색, 숙박 명소는 파란색, 맛집은 초록색으로 달리해서 찍었습니다.


그다음에는 ③특별히 메모해 둘 만한 것을 부기해 둡니다. 예컨대 '라제통문' 의 경우 24km의 드라이브 코스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적이 있다, '금지마을 유채꽃밭' 은 4월이 절정이다, '덕유산 곤돌라' 는 설경이 유명하다, '진안 홍삼스파' 는 17시 전에 가야 입장이 가능하다 등을 적어둡니다.


그리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 여행을 갈 때 ④동선을 구상해 보는 것입니다. 위의 전북 동부를 예로 들면, 이 지역의 랜드마크는 덕유산 곤돌라와 마이산 탑사이니 이 둘을 핵심 일정으로 잡고, 숙소는 무주와 전주로 해서 20번과 35번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오가는 코스를 잡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동선에 따른 이동 시간을 고려한 타임 테이블을 짜면 됩니다.


평소에 이렇게 전국과 세계의 각 지역을 만들어 놓으면 가장 좋겠습니다만 사실 그러기는 쉽지 않죠. 그렇다면 한번 여행을 갈 때 만들어 두고, 갔다 온 이후의 느낌과 정보를 업데이트해둡니다. 그러면 다음에 이 지역을 다시 가게 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다녀와서 정리하면 다시 가볼 이유가 생긴다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도 정리를 잘해두어야 합니다. 전에 제가 백두산을 다녀왔던 것을 사례로 들어봅니다.


민족의 영산이라는 그곳, 세계적으로도 손꼽을 정도라는 천지의 장관, 정말 그것 하나 보겠다는 생각으로 갔던 백두산이었습니다. 장쩌민이 세 번이나 왔었음에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천지의 장관을 저는 다행히(?) 한 번에 잘 보고 왔습니다. 그때 찍었던 사진을 다시 보면서 당시의 감동을 다시 한번 생각하곤 합니다.


그런데 진짜 백두산 여행은 또 있었습니다. 갔다 온 이후에 여러 가지 정보를 찾고 나서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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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제가 여행 블로거를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갔다 온 이후에 여러 가지로 정보를 찾을 게 많았습니다. 근래에는 여행 후기가 사진 위주로 직관적으로 많이 작성되지만 저는 좀 고리타분해서인지 블로그에 여행지에 대한 여러 정보를 같이 올리곤 했어서입니다.


여행 당시 가이드를 통해 백두산에 오르는 코스가 4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갔던 '서파' 코스 말고도 '북파' '남파' 코스가 따로 있는데 각 코스마다 단절되어 있어서 각각의 코스를 따로 가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여기까지가 여행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입니다.

(* 파(坡)는 '언덕' 을 뜻합니다.)


하지만 각각의 코스에 무엇들이 있고 각 코스마다 장단점이 무엇인지는 여행을 다녀와서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됐습니다. 북한 영토인 '동파' 쪽으로 가면 백두산 제일 봉우리인 '장군봉(2,750m)' 을 눈앞에 볼 수 있고,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북한이 여기에 이미 케이블카를 설치한 상태이며, 케이블카 타고 올라와서 아래로 내려가면 백두산 천지물을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는 것(중국 쪽 코스는 천지물에 다가갈 수 없게 통제되어 있음)을 알게 된 것이죠. 또한 동파 쪽으로 오르는 길은 해발 2,000m가 넘는 개마고원 쪽인데 여기는 나무가 자랄 수 없어서 마치 평원과 같은 탁 트인 장관이 나온다고 하며, 7월 경에 야생화가 필 때면 속칭 '고상화원' 이라는 장관이 펼쳐진다는 것도 여행 후 알게 된 정보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보지 못한 북파와 남파 쪽을 가봐야겠다, 특히 통일이 되면 꼭 동파 코스를 가고 싶다, 이런 것들이 여행을 다녀와서 따로 정리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백두산 한번 봤으니 끝' 이 아니라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다녀왔던 것을 어떠한 결과물로 남겨 놓는다는 의미에서도 이런 습관은 굉장히 권장할 만합니다. 단순히 다녀온 것을 사진 몇장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여행 노트 외에도 블로그 포스팅, 에세이, 영상 등 여러 형태로 남겨 두면 나중에 훨씬 더 여행에 대한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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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은 천지에 올라가서 그 광경만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 보통입니다만(上), 저는 천지에 다다르기 약 2분 전부터 올라가는 과정을 영상으로 찍었습니다(下). 이걸 볼 때마다 진짜 천지에 다시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물론 애초에 이 영상을 찍겠다는 '미션' 을 생각해 두고 올라갔던 것입니다.)



미션을 정하면 더 재미있게 여행할 수 있다


최근에 울산광역시에서 소위 '영남 알프스' 완등 인증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실 전에도 이와 비슷하게 여러 여행지에서 '스탬프 인증' 등의 미션을 만들어 놓기는 하였지만, 이처럼 여행 미션이 크게 화제가 된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물론 완등 시 시가 6만원 대의 은화를 준다는 것 때문에 많은 관심을 끌었던 것이지만, 어쨌든 이 때문에 영남의 봉우리들이 많이 알려졌고 찾아오는 사람도 크게 늘은 것은 확실합니다.

*영남 알프스 : 울산, 경남 밀양·양산, 경북 청도·경주 등 태백산맥의 남쪽 끝에 위치한 1,000m급 봉우리 9개를 말하는 별칭. 최고봉은 가지산(1,241m)임.


이런 미션을 직접 만들어 보면 더 여행의 이유가 생기고 재미있어집니다. 예컨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산사 7곳 을 모두 가본다거나, 국보 1호부터 100호까지의 소재지를 가 보거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 TOP 10 을 모두 여행하는 등의 미션을 세우는 것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산사 7곳 : 경남 양산 통도사, 경북 영주 부석사, 경북 안동 봉정사, 충북 보은 법주사, 충남 공주 마곡사, 전남 순천 선암사, 전남 해남 대흥사.

*우리나라 섬 크기 TOP 10 : 제주도, 경남 거제도, 전남 진도, 경남 남해도, 경기 강화도, 충남 안면도, 전남 완도, 경북 울릉도, 전남 돌산도, 전남 거금도. (섬이 크게 변형이 된 인천 영종도는 제외)


사진 등 다른 취미를 매개로 한 미션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컨대 각 시·군을 대표할 수 있는 사진을 하나씩 찍어서 사진으로 지도를 만들어 보겠다, 30일간 해안선을 따라 국내 일주를 하면서 일기처럼 글을 써서 책을 출간하겠다, 빈 무지크페라인 같은 최고 공연장들 몇 곳을 선정해 실제 공연을 보고 오겠다, 낚시 게임에 나오는 낚시터에 모두 가서 인증샷을 찍겠다 등이 그 예입니다.

*빈 무지크페라인(Wiener Musikverein) :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꼽히는 빈 필하모닉의 상주 콘서트홀로, 매년 빈 필의 신년 음악회가 이곳에서 열림.


만약 인간 관계가 넓은 분들이라면 각 지역에 가서 누구를 만나고 오겠다는 미션을 세우는 것도 좋습니다. 실제로 정치인들 중에는 외국에 갔다 오면 그 곳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정보를 잘 정리해 두었다가 다음에 그곳에 갈때 다시 연락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인간 관계를 만드는 면에서도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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