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과 전원주택 등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의외로 현실이 될 수 있다
어디 여행지에 가서 숙소를 정할 때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가 바로 '리버 뷰' 나 '오션 뷰' 입니다. '시티 뷰' 나 '마운틴 뷰' 는 영 성에 차지 않죠. 똑같은 숙소도 이놈의 '뷰' 때문에 값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속칭 '워터 프런트(수변)' 는 숙소 선택의 아주 중요한 기준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리버 뷰' 나 '오션 뷰' 가 나오는 내집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저도 이러한 생각으로 여러 가지 고민 끝에 부족하나마 '리버 뷰 마이 홈' 에 성공했었는데요, 그때의 노하우를 이 글에서 대방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태어난 고향집은 서울 마포였는데 나중에 재개발로 아파트가 되었습니다. 강변에서 멀지 않은 데다가 지대 자체가 주위보다 꽤 높아 소위 '한강 뷰' 가 나오는 곳이었습니다. 물론 저희는 좀 안 좋은 곳으로 당첨(?)을 받아 그 뷰가 제한적으로 보이기는 했어도 어쨌거나 '한강 뷰' 아파트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한강 뷰' 가 다 사라졌습니다. 왜냐하면 강변 좀 더 가까운 곳에 새로 지은 아파트들이 그 뷰를 다 막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죠. 강 쪽으로 더 이상 붙을 수 없는 데까지 붙어 있는 곳에 집이 있어야겠죠. 이런 곳을 속칭 '영구조망' 이라고 합니다. 가능하면 영구조망이 되는 곳으로 선택해야 되겠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생각이 다 똑같은지라, 도시에서는 영구조망이 나올만한 곳은 이미 다 집이나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그 매물은 좀처럼 나오지 않습니다. 영구조망+도시의 쌍 프리미엄을 누가 쉽게 포기하겠습니까.
새로 재건축이나 재개발되면 다수의 매물이 한꺼번에 나올 텐데요, 불행하게도 이런 집들은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좀처럼 나오지 않습니다. 기존에 조망을 누리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굳이 재건축이나 재개발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괜히 동의해줬다가 영구조망만 뺏기고 안쪽으로 쫓겨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정책적으로도 이런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좀 추진하기가 어렵습니다. 새집+워터뷰+도시의 트리플 프리미엄이 붙으면 가격이 어마무시하게 올라가서 주변 부동산 시세를 다 뒤집어놓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구조망이 되는 새집은 공급 자체도 잘 안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신축 아파트 구입을 포기하여야 합니다. 일단 수변 신축 아파트는 시세가 비싸서 사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설령 운 좋게 당첨됐다고 해도 내집이 영구조망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당첨된 동호수가 안쪽일 수도 있고 저층일 수도 있는 것이죠. 오히려 강변의 저층 아파트는 정말 최악입니다. 주로 고가 형태로 되어 있는 강변 간선도로 때문에 조망도 안 나오고 도로에서 나오는 먼지와 소음만 잔뜩 뒤집어쓸 것입니다.
(* 잠실 리센츠(구 주공 2단지, 左)와 주공 5단지(右).)
신축 아파트 매매를 포기하면 답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구축 아파트를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월세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일단 구축 아파트는 신축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쌉니다. 물론 재건축이 될 가능성이 있는 대단지 아파트는 가격이 대단하지만 그래도 신축보다는 낫습니다. 특히 소규모 구축 아파트 중에서는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매물들도 있습니다. 요즘은 리모델링하면 구축도 신축 못지않게 집을 멋지게 만들 수 있으므로 좋은 선택지가 됩니다.
(* 물론 재산적 가치 입장에서는 소규모 아파트들이 한계가 있다는 점은 고려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구축아파트는 완전 전면 조망도 가능합니다. 위 그림을 보면, 왼쪽의 잠실 리센츠(구 잠실주공 2단지)는 2008년에 준공된 아파트인데 아파트 배치가 이처럼 V 혹은 Y, X자로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지으면 강변 조망을 더 많은 세대가 누릴 수 있고 더 밀도 있는 건축이 가능해져 건설사 입장에서도 더 이익이 남게 됩니다.
반면 오른쪽의 잠실주공 5단지는 1978년에 준공되어 아직 재건축되지 못하고 있는데, 강변 쪽 조망을 일(一) 자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냥 이렇게 단순하게 지었던 것이죠. 이렇게 전면 조망이 나오면 아무래도 강변 조망을 옆으로 보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면과 측면으로 동시에 파노라마로 볼 수 있게 지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 2000년대 초까지는 이렇게 일자로 되어 있는 강변 아파트를 지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조망 등의 조건을 미리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신축아파트 당첨은 어디가 어떻게 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데 비해, 구축의 경우에는 매물을 직접 정확하게 살펴보고 고를 수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지금 기준으로 절대 건축허가도 나오지 못할 곳에 앉아 있는 구축 아파트도 있습니다. 강변에는 수변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여러 이유로 개발제한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과거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규제를 뚫고(!) 지은 집들이 있는 것이죠.
위에서 언급했지만 이런 구축 워터 뷰 아파트도 매물은 거의 안 나옵니다. 그래서 전월세도 좋은 방법이 됩니다. 수변 아파트는 나중에 재산가치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여 집주인들이 팔 생각이 전혀 없는 게 보통입니다만, 그래도 타지 거주나 자금 융통 등 여러 이유로 전월세로는 내놓을 의향이 있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수변 아파트들의 전월세는 매매에 비해 훨씬 많이 풀려 있고 가격도 매매보다 훨씬 다운되어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잠깐 검색해 보니, 매매 시세 20억 원짜리 서울 강변 아파트가 전세로는 5~7억까지 나와 있을 정도입니다.
(*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시세에 거의 육박하는 전세 매물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강변과 해안가 대신 천(川) 변이나 호숫가의 집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무래도 천변이나 호숫가는 강변이나 해안에 비해 규제가 덜 하여 상당히 많은 선택지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 넓은 마당과 정원, 프라이빗 테라스, 복층과 계단,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문제는 그 반대급부가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 출처 : Pixabay / psk1919.
최근에 예쁘게 지어진 전원주택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있어서 전원주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습니다. 저 역시 최초에는 전원주택을 지을 생각부터 시작했었는데요, 결론은 단호히 '노(NO)' 입니다.
먼저 전원주택은 ①돈은 많이 들고 나중에 돈값은 못합니다. 다시 말해 투자 가치가 영 꽝입니다. 일단 짓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구체적인 견적은 다르겠지만 3층 정도 하는 작은 전원주택을 좀 예쁘게 짓고 싶다면 건축비가 3억 이상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땅값이 추가되는데, 녹지지역이나 관리지역, 농림지역은 건폐율이 20%이기 때문에 바닥면적의 5배의 땅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예컨대 바닥면적이 30평이라면 전체 땅은 150평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평당 100만 원 잡으면 땅값만 1.5억 인 셈입니다. 게다가 누가 땅을 그렇게 150평으로 곱게 잘라서 내놓겠습니까. 수백 평 이상의 땅을 구입해야 하는데 워터프런트라고 하는 곳들은 이미 땅값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입니다. 땅 사는 데에만 몇 억이 들어갈 것입니다.
*건폐율(建蔽率) : 건축면적의 대지면적에 대한 비율. 주거지역은 50~60%, 상·공업지역은 70~90%, 녹지·관리·농림지역 등은 20%임.
반면 나중에 되팔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아무리 예쁘게 지어진 전원주택이라도 그 멀리 있는 곳에 누가 6~7억 주고 집을 사겠습니까. 원가 보장은커녕 반값 받기도 힘들 수 있습니다. 또 최근에 전원주택 붐으로 여러 곳에 지어놓은 터라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미 전원주택은 부동산으로 투자 가치가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급매로 싸게 내놓아도 안 팔리고 한참 기다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또 전원주택은 ②생각보다 조망이 좋은 곳이 극히 드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강 주변에는 수변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이 설정되어 있고, 도시 외곽에는 그린벨트가 있으며, 해안가나 일부 강변(한강 하류 등)에는 군사시설보호구역까지 걸려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디 전망 좋은 곳을 찾아서 땅을 샀다고 하더라도 그 땅에 새로 집을 건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수변구역 : 환경부가 상수원 수질 보전을 위해 「한강수계법」 등에 따라 지정·고시한 지역.
*상수원보호구역 : 환경부가 상수원의 확보와 수질 보전을 위해 「수도법」 등에 따라 지정·고시한 지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 도시의 경관을 정비하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설정된 녹지지대.
*군사시설보호구역 : 군사목적 시설을 보호하고 군 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국방부가 설정하는 구역.
신축이 어려우니 이미 있는 전원주택을 사서 그대로 거주하거나 아니면 그 집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수밖에 없는데, 기존 집터를 가 보면 영 전망이 꽝입니다. 입지 조건이 크게 다를 게 없어서입니다. 막상 가 보면 워터 뷰는 산 밑으로 저 멀리 보일 뿐이고 주변에는 풀과 나무들만 보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또 기존 전원주택을 사서 들어가는 경우는 ③대부분 본인의 기호와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러 어려움에도 굳이 전원주택에 살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히 조용한 시골에서 살고 싶어서는 아닐 것입니다. 마치 맞춤옷 같이 본인이 원하는 바를 건축으로 구현하여 이를 누리면서 살기 위함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기존 전원주택을 구입하면 그 장점이 대부분 사라집니다. 다른 사람의 맞춤옷을 어쩔 수 없이 그냥 입는다랄까요?
그리고 전원주택 자체가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여러 것들을 모두 포기하는 것이기에 ④나중에 다시 도시를 그리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부분의 전원주택에는 실내 주차장이 없어 여름에는 불판 같이 달궈진 차를, 겨울에는 눈으로 덮인 냉장고 같은 차를 타야 할 수 있습니다. 창문만 조금 열어도 온갖 날벌레들이 날아들 것이며 바닥에는 또 다른 벌레들이 수시로 출몰합니다. 밤에 집에 돌아오는 길은 가로등 하나 없어 무서울 것이고, 눈이라도 좀 내리면 올라오는 길이 눈길 또는 빙판이 되어 운행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어디 간단한 거라도 뭘 사러 가려면 수 km는 운전하고 나와야 할 것이고, 아이들 등하굣길이 멀고 험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집 주변을 꾸준히 관리해주지 않으면 마당은 엉망이 될 것이고 집 모서리에는 거미줄들만 가득할 것입니다.
이렇듯 전원주택을 선택하려면 상당히 굳은 의지가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워터 뷰 마이 홈' 을 부러워합니다만 반면 '만날 보면 질린다' 면서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저는 그렇게 말합니다. '가치가 다르다'...
한강 뷰만 놓고 봅니다. 천만 도시 서울에 한강 뷰가 바로 보이는 집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특히 이 중에서 부분조망이 아니라 영구조망, 전면조망으로 가면 더 그 수가 줄어듭니다. 경기권으로 넓혀도 (서울 생활권 내에서는) 이를 만족하는 곳은 동쪽으로는 하남과 남양주, 서쪽으로는 김포의 일부 정도입니다.
(* 고양과 파주는 군사 문제 때문에 극히 일부만 가능합니다.)
물론 직접 조망을 좀 포기하고 안쪽으로 조금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한강 공원 등은 얼마든지 도보로 이용할 수 있죠. 하지만 안쪽보다 앞쪽이 집값이 비싼 이유가 뭐겠습니까. 바로 희소성 때문입니다.
최근에 부동산 논란이 있으면서 '똘똘한 한 채' 얘기가 나옵니다. 주로 서울 강남권 등을 가리키는 말인데, 저는 이를 한강 뷰 또는 부산 해운대 등의 오션 뷰로 얘기하고 싶습니다. 굳이 새집이 아니라도 집만 깔끔하게 리모델링할 수 있다면, 올수리+수변+도시, 그리고 가능하면 대형 평수까지 쿼드러플 프리미엄이 붙은 이 집이야말로 똘똘한 한 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누가 그걸 모르나, 그림의 떡이라 그렇지.' 이렇게 얘기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 도심 한가운데와 새집을 고수하는 이상 리버 뷰나 오션 뷰는 환상이 됩니다. 수십 억은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멀리 출퇴근하더라도 오래된 구축 아파트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의외로 도심 지역 아파트 값 정도로 가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