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론 (6) - '혼밥' 말고 '혼당' 은 어떠세요

혼밥이나 산책보다 재미있고 건강한 점심시간 활용법

by mpd 알멋 정기조


요즘 '혼밥' 족들이 꽤 생겼습니다. 그저 단순히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혼자 먹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혼자 먹는 사람들도 상당수 보입니다. 건강 식단을 유지하기 위해 맞춤형 도시락을 싸 와서 먹거나, 카페 등에서 샐러드나 브런치 정도로 때우기도 하고, 때로는 아예 점심 식사를 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도시락 쌀 여유도 없고 건강 식단으로 먹을 자신도 없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혼당' 입니다.




이제는 건강한 국민 스포츠, '당구'


제가 어렸을 때에만 해도 당구하면 약간 불량감자들이 하는 스포츠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흡연 규제가 없어서, 당구장 안에 들어가면 공기가 뿌열 정도로 담배 연기가 가득했습니다. 당연히 미성년자가 출입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공간이었습니다.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구에 푹 빠져 수업을 제끼고 당구장에서 몇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꽤 있었죠. 특정 당구장에 가면 어김없이 이 사람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나중에 PC방이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당구장이 이런 곳 역할을 했죠.


일명 '죽빵' 이라고 하는 내기 당구가 유행했던 것도 한몫했습니다. 한큐 칠 때마다 천 원짜리와 만 원짜리가 당구대 위를 오가는 광경을 보면 마치 도박과도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이상한 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릅니다. 이제 당구장에서 흡연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당구장에 출근 도장 찍고 주구장창 있는 사람들은 몇몇 단골 아저씨들 밖에는 없습니다. TV만 켜도 여러 개의 당구 채널들이 보이고 몇몇 인기 있는 당구 스타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요즘 당구장에 가 보면 정말로 순수하게 당구를 치려고 오는 고등학생들도 보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당구 하드웨어는 세계적 수준입니다. 당구가 국기(國技)라는 벨기에나, 그에 인접하여 역시 당구 인기가 대단한 덴마크에서도 우리나라의 당구 인프라를 부러워한다고 합니다. 도시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근거리에 있는 당구장을 찾아가는 게 전혀 어렵지 않을 정도이니까요.


비용도 저렴합니다. 비싼 도심 지역의 당구장도 이용료가 10분 당 2,500원 정도인데 1시간에 15,000원 정도인 셈입니다. 이 정도면 거의 통상적인 1인 밥값+커피값 정도 수준입니다. 제 개인적 견해로는 골프보다 훨씬 더 접근성이 좋고, 저렴하며, 두뇌 발달에도 좋고, 환경 친화적인 스포츠가 당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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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구 포인트 계산법 중 하나인 '파이브 앤 하프 시스템' 을 설명하는 그림. 수구의 위치 포인트 값에서 제3쿠션의 목표 포인트 값을 빼면 제1쿠션의 타깃 지점을 계산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서 보정을 해 주어야 합니다.)



상당한 두뇌 활동을 요하는 전략의 스포츠


요즘 크게 유행하고 있는 골프를 생각해 보면, (저는 쳐본 적이 없지만) 단순한 힘 조절만이 아니라 클럽의 선택과 백스핀이나 사이드 스핀의 적용, 퍼팅 라인 예측 등의 상당한 두뇌 활동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당구가 더욱더 정교한 '지능 스포츠'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소위 '당구 포인트 계산법' 이라고 부르는 트랙 읽기의 공식이 있습니다. '파이브 앤 하프 시스템', '플러스 투 시스템', '노 잉글리시 시스템'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라 스트로크의 강도와 팔로 스로(follow throw), 타격하는 당점의 위치, 목적구를 타격하는 두께, 당구대의 컨디션 및 개인 오차 등을 모두 감안하여 계산 및 보정이 들어갑니다. 모든 샷을 소위 '케바케' 로 디자인하여야 하는 상당한 지능 활동을 하게 됩니다.


*파이브 앤 하프 시스템(five & half system) : 당구에서 공이 3번의 쿠션을 거치는 동안의 예상 경로를 계산하는 방법 중 하나로, 긴방향 쿠션(장쿠션)인 3번째 쿠션의 목적 지점을 알 경우 역시 장쿠션인 1번째 쿠션의 목적 지점을 계산하는 방법.

*플러스 투 시스템(plus-2 system) : 역시 당구에서 공이 3번의 쿠션을 거치는 동안의 예상 경로를 계산하는 방법으로, 다만 1번째 쿠션 지점을 짧은방향 쿠션(단쿠션)으로 할 경우의 계산 방법.

*노 잉글리시 시스템(no-english system) : 무회전 스트로크 시의 공의 예상 경로를 계산하는 방법.


그리고 공의 배치에 따라 많이 적용할 수 있는 공식 같은 트랙 진행 방법이 있습니다. 소위 '앞돌려치기', '뒤돌려치기', '옆돌리기', '대회전(두번돌리기)' 같은 것들인데, 때에 따라서는 마땅히 적용할 만한 공식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본인의 스트로크 등을 감안하여 '일반적이지 않은' 트랙을 머릿속에 그려야 하는 경우도 꽤 많이 생깁니다.


좀 더 고수의 영역에 이르면 내가 공을 타격했을 때 3개의 공의 궤적을 예상해서 소위 '쫑(kiss)' 을 피한다거나, 내가 득점에 성공했을 때 3개의 공의 위치를 예상해서 다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모아치기' 를 위한 샷 조절을 하거나, 반대로 득점에 실패했을 때 역시 3개의 공의 위치를 예상해서 상대가 치기 어렵도록 하는 소위 '견제(safety)' 를 하는 수준에 이릅니다.


이렇게 당구는 단순히 주어진 공을 맞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바둑·장기와 같은 보드 게임처럼 상대와의 전략을 다투면서, 이에 더하여 당구대의 컨디션 같은 환경적 요인도 고려해야 하는 고도의 지능 스포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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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상당한 체력 소모까지 '일석이조'


다시 '혼당' 얘기로 돌아가 봅니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역시 대결입니다만, 당구는 상대가 없이 혼자서도 마치 대결하는 것처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당구가 보드 게임과 같은 '턴제' 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렇게 혼자서 한 시간 가까이 '큐질' 을 하다 보면 몸에서 땀이 날 정도가 됩니다.

(* 참고로 만보계로 재어 보면 별로 체크가 되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통상적인 걸음과는 다른 움직임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가능하면 누군가 1:1 대결을 펼치면 더 재미있겠지요. 하지만 미리 약속하지 않는 이상 점심때 특정인과 함께 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고, 1:1을 해서 패했을 때의 정신적인 데미지(?)도 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파트너의 끼니 걱정도 해야 하는지라 아무래도 당구장에서 자장면이라도 시켜먹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면 '혼당' 은 갑자기 결심해도 실행할 수 있고, 이기고 지고 하는데 연연할 필요가 없으며, 식사를 거르는 것에 걸림돌이 없는 나름의 장점이 있습니다. 부족한 식사는 간단한 샌드위치 등으로 때워도 되죠.


2:2 같은 팀 게임도 가능합니다만,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어느 정도 운동량도 내어 보겠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4턴마다 1번씩 하는 정도로는 1시간 안에 운동량을 내기 어려워서입니다.


가능하다면 동호회 같은 멤버를 만들어 저녁 시간에 대결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점심때 시간에 쫓겨 하기보다는 좀 더 여유를 갖고 할 수 있고, 아무래도 혼당보다는 배틀(?)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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