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론 (7) - 게임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면...

어느 취미 활동보다 재미있고 저렴하며, 의외로 가정적이다

by mpd 알멋 정기조


앞선 글에서 과거 당구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이상으로 편견에 갇혀 있는 게 또 있습니다. 바로 게임입니다. 게임하면 바로 '게임 폐인' 이 떠오를 정도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하고 있죠.


공부를 뒷전으로 하고 게임만 하는 아이들, 취업은 나 몰라라 하고 게임만 하는 청년들, 집안일에 참여 안 하고 처박혀서 게임만 하는 기혼자들 등 게임에 몰입하면 일상생활을 망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청소년들은 아예 게임을 못 하게 하는 일명 '게임 셧다운제' 가 폐지된 것이 불과 7개월 전(2021.11)일 정도로 게임에 대한 편견의 수위는 상당합니다.


물론 게임 자체가 몰입도가 상당해서 사실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저는 이 글에서 게임은 최고의 유망 산업이고 미래 산업이며, 훌륭한 여가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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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와 NFT 등 미래의 유망 산업은 모두 게임에서부터 비롯됐다


최근에 크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메타버스''NFT' 를 보면, 저는 사석에서 '이미 나는 20년 전에 이보다 더 훌륭한 메타버스와 NFT를 경험했다.' 라고 말하곤 합니다.

*메타버스(metaverse) : 아바타 등을 통해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경제·문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3차원 공간 플랫폼.

*NFT(Non-Fungible Token) : '대체 불가능한 토큰' 이라는 뜻으로, 블록체인 기술 등을 활용하여 게임·예술품 등의 기존 자산을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으로 만든 것.


2000년대 초중반쯤에 저는 한 온라인게임의 작은 길드의 장(長)이었습니다. 많을 때에는 100명 가까이 되기도 하였는데, 당시 정기적 또는 부정기적으로 게임 안의 특정 지역에서 '길드 회의' 를 하곤 했습니다. 'OO일 △△시까지, □□성 창고지기 앞으로 모여라' 라고 공지를 하면 그 시간에 길드원들이 그곳으로 찾아와 모였습니다. 그리고 길드 채팅창을 통해 회의를 했고, 회의 후에는 단체로 팀을 짜서 소위 '혈사(혈맹 사냥)' 를 가기도 했습니다.


지금 내로라하는 회사들에서 하고 있는 '메타버스' 의 모습은 이보다도 더 초보적입니다. 딱 그래픽만 봐도 20년 전 당시보다 훨씬 더 열위입니다. 누군가는 '돈을 더 쓰면 얼마든지 좋게 만들 수 있다' 라고 하지만, 아직 메타버스 플랫폼에 그렇게 큰돈을 들이는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반면 이미 20여 년 전부터 게이머들은 일상적으로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메타버스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NFT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금 시세가 지금보다는 조금 쌌던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18K 반지를 25만 원 정도 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게임에서 월드 보스급 몬스터가 드롭하는 반지 아이템의 경우 현금으로 60만 원이 넘었습니다. 게임 반지 아이템이 진짜 금반지보다 2배 이상 비쌌던 것이죠. 서버에 하나 존재할까 말까 할 정도의 아이템은 현금으로 1,000만 원도 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당시에는 게임 아이템의 현금 거래를 금지해서 직접 대면이나 은행 입금을 통해 거래했습니다만, 만약 그때 이러한 거래 플랫폼을 게임 안에 구현했다면 그것이 바로 NFT 였습니다.


최근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핵심으로 꼽히는 '게이미피케이션' , 이미 진작부터 미래의 유망 산업으로 자리 잡은 '가상현실(VR)' 역시 게임에서부터 창안하여 확장 적용한 것입니다. 앞으로 이렇게 게임의 요소를 곳곳에 반영하는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요소나 메커니즘을 접목시키는 것.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 컴퓨터를 통해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에서 사람이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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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상점 시스템을 이용한 '간판' 을 내걸면 주변에 길드원들이 찾아와 같이 모여 앉았더랬습니다.)



'BTS' 와 '오징어게임' 을 능가하는 최고의 한류 문화 콘텐츠


게임은 현재도 한국 경제에서 대단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공헌도도 상당합니다. 2020년 문화콘텐츠 상품 수출액을 보면, 총수출액이 105억 6,700만 달러인데 이 중 78.5%인 83억 달러가 게임 수출입니다. 이는 소위 'K-POP' 이라고 하는 음악 수출액(5.48억 달러)의 15배, 'K-Drama' 등 방송 수출액(4.8억 달러)의 17배, 영화 수출액(0.25억 달러)의 332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사실상 한류 수출의 대부분은 게임이라는 얘기입니다.

*출처 : "2020 한류 파급효과 연구",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1.3).


무역수지 측면에서도 게임 산업은 효자 중의 효자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게임 산업 수출액은 81억 9,356만 달러(한화 약 9.67조 원) 였던 데 비해 수입액은 2억 7,079만 달러(한화 약 3,195억 원)에 그쳤습니다. 수입액의 30배, 순이익으로만 9조 원 이상을 수출로 벌어들였다는 얘기입니다.

*출처 :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 한국콘텐츠진흥원 (2021.12).

(* 두 자료의 수출액이 다른 이유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자료는 잠정치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게임은 단순히 시간 때우기용이 아니라 최고의 문화 콘텐츠 산업이면서 디지털화를 선도하는 최고의 유망 산업 중 하나입니다.



가상의 세계에서 '부캐' 의 삶을 산다


'왜 멋을 논하면서 산업 얘기만 하고 있느냐'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진짜 게임의 '멋' 을 논해 봅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가상현실(VR) 세계입니다. 시뮬레이션은 물론 롤 플레잉, 슈팅, 어드벤처, 스포츠, 액션 등 장르를 불문하고 대부분 '현실과 유사한' 환경이나 조건을 만들게 됩니다. 그것은 게임 속 캐릭터가 그냥 객체가 아니라 나 자신과 동일시되기 때문입니다.


이 가상의 세계가 현실과 같은 느낌이 들기 위해서는 현실과 동일성 수준이 높아야 됩니다. 다시 말해 실제 세계와 비슷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게임은 수십 년 동안 리얼리티의 수준을 높이는 데 노력해왔고 지금은 그 수준이 상당합니다. 이미 항공기 파일럿이나 철도 기관사들이 VR로 훈련한 지가 오래되었을 정도입니다. 그래픽, 사운드, 세계관, 경제 시스템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게임의 리얼리티 수준은 상당히 높습니다.


오히려 게임은 과장할 부분은 과장해서 현실보다 더 현실감 있는 세계를 만듭니다. 사운드의 경우 현실에서는 온갖 잡소리가 섞여 들리지만 게임에서는 필요한 사운드를 굉장한 하이 퀄리티로 재생합니다. 거기에 현장감을 높이기 위한 배경음악(BGM)에 전문 성우들의 목소리까지 듣고 있으면 일상생활보다 훨씬 더 몰입하게 됩니다.

(* 사실 몰입감 높이는 데 있어 사운드의 역할은 상당합니다. 이미 20년도 넘었지만 '디아블로2' 액트3 에서의 빗소리 연출이나, '삼국지5' 전장에서의 '화룡진군' 같은 BGM은 정말로 몰입감을 극강으로 끌어올려 주었던 사례로 꼽힙니다.)


그래픽의 경우에도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웬만한 모델 이상의 외모를 가진 캐릭터를 만들 수 있고, 현실에서는 결코 입을 수 없는 화려한 복장과 액세서리를 착용할 수 있습니다. 게임 속 세계관은 현실에서는 아예 경험조차 할 수 없는 드라마틱한 요소를 지니고 있죠.


이렇게 세팅된 게임 속 캐릭터는 가상 세계에서의 나입니다. 게임에 접속하는 순간 요즘 말로 소위 '부캐' 의 삶이 펼쳐지는 것이죠. 현실의 나는 그저 평범한 소시민이지만 게임 속의 '부캐' 는 서버 전체를 호령하는 히어로일 수도 있습니다. 처음 가 보는 필드나 던전을 탐험하는 그 느낌은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세계의 유명 여행지를 여행하는 느낌 그 이상입니다.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긴장감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집결하여 일사불란하게 월드 보스를 사냥하거나 성 하나를 놓고 상대 진영과 공성전을 벌일 때면 긴장감·몰입감은 물론 성취감도 극강이 됩니다.


<덧붙임>

최근 출시되는 게임들을 보면 이러한 재미가 점점 반감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최소한의 개발비로 최대한의 이익을 뽑겠다는 것인지 점점 게임들은 서로 유사해지고, '랜덤 박스' 식의 과금 유도에만 몰두하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수익성이 줄어들면 유지비를 줄이기 위해 게임 서비스를 종료시켜 버립니다. 이는 단기적 수익을 내고자 유저들을 게임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하는 '자해행위' 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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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을 여행하는 느낌을 받는 게임 속 화면의 예. 갑자기 사막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만듭니다.)



가성비 좋은 취미로도 손색없다


전 글에서 '멋' 에는 시간과 돈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타임 푸어(time poor)' 입장에서 뭔가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 그 기회비용이 존재할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가족과의 시간이죠. 혼자 밖으로 취미 활동 돌아다니면 소는, 아니 아이는 누가 키우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게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은 다른 취미에 비해 의외로 더 '가정적' 입니다. 너무 과몰입해서 가정을 나 몰라라 하는 수준만 아니라면 말이죠. 일단 적어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물론 방에 계속 들락날락은 하겠지만. 필드로 골프를 나가거나 동호회에서 축구·야구 또는 등산을 하거나 바다로 출조라도 나가는 경우라면 적어도 주말 중 하루 이상은 밖에 나가서 종일 들어올 생각을 안할 터인데, 게임은 공성전이든 결전이든 실시간으로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보통 길어야 2시간 정도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자동사냥 시스템도 일반화되어 있어서, 자동 걸어놓고 밖에서 일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비용 측면에서도 훨씬 저렴한 취미 생활이 됩니다. 밖에 나가면 다 돈입니다. 등산이든 낚시든 전국 각지를 다니려면 상당한 경비 지출을 하게 됩니다. 골프 필드라도 가면 인당 수십만 원은 기본입니다. 떡볶이도 3~4만 원에 판다는데 말 다했죠. 하지만 게임의 경우라면 일주일에 저 떡볶이 값만 써도 굉장히 풍요롭게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서버 최강을 원한다면 상당한 지출이 불가피하지만, 일반적인 유저 수준이라면 저 정도 투입으로도 엄청난 파워업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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