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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Dec 16. 2022

귀하에게 사랑 올립니다 (2)

 두 번째 편지


 나의 귀하에게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고 있습니까? 어제는 흐린 하늘에 눈이 펑펑 내렸죠. 오늘은 구름 사이로 들이치는 햇빛이 변덕스럽고 예쁩니다. 나와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서도 다른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나의 안부를 전합니다. 나는 오늘도 안녕합니다. 당신에게 내 마음을 온전히 쏟을 수 있을 만큼 몸도 마음도 건강합니다. 오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근 아버지와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는 전부 당신에 관한 것 뿐이네요. 아버지의 사랑은 걱정의 옷을 입고 있어요. 단호한 당부 속에 나를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이 묻어나곤 합니다.

 두 사람의 만남에 오직 두 사람만 좋으면 그만이 아니라 축복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공공연하고 떳떳하게 사랑하자는, 나의 가치관에 발을 맞추며 같이 걸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당신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요구에도 '연인으로서 마땅한 일'이라며 웃음 짓는 그대를 위해 내가 하지 못할 일이 없군요.

 "너는 착한 아이니까. 여태까지 힘들었으니까. 더 이상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구나."라는 아버지의 따스한 조언에 눈물이 나왔습니다. 그는 삶을 돌아보면서 여태까지 내렸던 결정에 한 치의 후회도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내가 그의 딸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걸어왔던 길에 가치가 있노라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아버지에게 물려받고 배운 기질로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입장도 마찬가지이겠죠. 당신 역시 소중하고 안타까운 아들일테니, 우리는 앞으로도 그 사실을 잊지 말고 서로를 존중하며 아껴줍시다.


 상대방의 얼굴에서 차가운 겨울 바람에 눈이 시려워 고이는 눈물 조차도 아깝게 느껴지는 것이 사랑 아닐까요.


 우리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커다란 격변을 앞두고 있습니다. 예상하고 걱정했던 것보다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되겠죠. 다만 우리가 꿈꿔왔던 계획에는 차질이 없기를 바랍니다. 나는 애써 내색하지 않지만 당신 만큼 긴장하고 있습니다. 닥쳐오는 모든 감정을 당신 홀로 짊어지고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나는 언제나 당신 옆에 있을 거에요.

 언제나 솔직하게 진실된 당신의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기피하는 당신의 성정도 익히 들어 알고는 있지만, 애시당초 내가 그대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우리는 거짓이 필요하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요. 나의 편지를 읽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말하겠죠.

 그 순간이 언제가 되었든 불변하기를. 나의 문장이 퇴색되지 않기를. 오늘도 겨울 바람 한 줄기에 소원을 실어 보내겠습니다.


 미안하다는 말 보다도 고마운 하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나는 요즘 당신에게로 향하는 습관적인 사과를 줄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고마운 일을 앞에 두고 자꾸만 미안함을 운운하네요. 나만 그런 게 아닌 걸 보니까 당신도 나만큼 여린 마음을 가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미안한 관계 보다도 서로에게 감사한 관계로 나아갑시다. 당신을 사랑하는 동안 못해줘서 미안하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습니다. 매 순간에 후회없이 최선을 다 할겁니다.


 오늘도 많이 고마웠어요. 아무래도 앞으로도 고마울 일 투성이겠죠. 나는 그저, 당신이 나와 발 걸음 속도를 맞춰 함께 걸어주는 것도 고맙구요. 만나던 날에 들고 있던 가방도 바닥에 던져버리고서 나를 힘껏 안아줬던 것도 고마웠어요. 얼음보다 차가 나의 손을 스스럼 없이 잡아주는 것도.

 오늘은 있죠. 내 아버지에게 선뜻 먼저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해준 것도, 당신 부모님과 만날 기회를 주선해준 것도 고맙네요. 나의 수 많은 계획들에 매번 기껍게 응해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당신과 걸음을 맞추는 매 순간이 설레었고 눈을 맞추는 매 순간이 벅차도록 좋았습니다. 예전에는 욕심을 내본 적도 없는 '내 사람'이라는 타이틀도 마음에 드네요. 온전히 내 남자라고 부를 수 있는 당신이 있음을 상기할 때마다 나는 천진해져요.


 올해가 끝나기 전에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보입니다. 서툴고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지금과 같이 서로 의지하며 배려하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아무 탈도 없이 순항할 수 있을 거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눈 앞의 오늘에 집중하기로 합시다. 인생의 반려자를 고려하기엔 너무나 젋은 시절이지만, 그 좋은 시기에 하필이면 당신을 만나 다행입니다.


 당신은 나를 과거에만 가둬두지 않고, 또한 터무니 없는 미래를 꿈꾸게 만들지도 않고, 오늘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보낼 수 있게 만들어요.

그런 영향으로 나는 훨씬 의욕적이고 부지런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칭찬과 존경 어린 감탄이 나를 보채는 게 싫지 않습니다. 덕분에 나날이 보람찬 하루의 의미를 진정으로 배워가고 있습니다. 나 역시도 당신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길 바랍니다.


고마워요, 나의 삶에 들어와줘서. 당신의 일상에 나를 초대해줘서.


 나는 당신과 함께 그릴 앞날이 마냥 설레고 기대되며 즐겁기만 해요. 그럼, 또 편지할게요.


 2022년 12월 16일,

당신의 사랑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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