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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을 위한 보고의 기술

이제 보고를 신경 써야 한다면.

by 기획하는 족제비



TL;DR

보고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위한 완결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좋은 보고는 이전 논의의 맥락, 실행 결과 분석, 그리고 다음 단계 제안이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어 있다.

듣는 사람이 즉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보고의 본질이다.




보고의 본질은 완결성이다

조직에는 보고가 필요할 때가 있다. 특히 시스템이 갖춰진 조직일수록 더 그렇다.


현재 나는 주간 보고, 정례회의, 프로젝트 리뷰. 최근 리딩 중인 프로젝트 등으로 인해, 실장님과 주간 보고를 가지고 있다. 보고를 직접 하거나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좋은 보고와 좋지 않은 보고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지난주에 A, B, C를 실행했습니다."


이런 말로 보고가 끝나는 것은 어떠할까? 이번 글은 필요성은 인지하지만 보고가 익숙치 않은 내가, ‘보고’의 의미에 대해 고찰하며 작성한 글이다.



정보를 늘어놓는 것이 보고인가?

보고를 준비하다 보면 자료를 모으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 시간을 쏟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을 놓칠 때가 많다. "이 자리에서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가?"


보고는 의사결정을 위해 존재한다. 복잡하거나 방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명확하게 전달하고, 필요한 근거나 분석을 제공하여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결국, 보고의 목적은 '프로젝트/사업의 진전'이라는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된다.


하지만 많은 보고 자료는 "무슨 일이 있었다"로 끝난다. 그러면 듣는 사람은 다시 질문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뭘 해야 하지?". 마치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드는 보고다. 이 질문이 나온다면 그 보고는 완결성을 잃은 것이다.


이런 보고는 의사결정권자의 시간을 빼앗고, 회의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보고는 목적과 목표에 맞는 말을 위주로 이루어져야 하며, 본론으로 들어가기까지 예열이 길면, 정작 결정해야 할 사안을 논의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을 잊지말자.



현업에서 관찰한 보고의 구조

최근 정례회의를 준비하거나, 다른 팀의 보고 자리에 참석하며 보고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러다 보니 효과적인 보고 자료가 가지고 있는 요소가 눈에 띄었다. 좋은 보고는 크게 두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


1. 이전 내용에 대한 복기

지난 회의에서 무엇을 논의했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간략하게 상기시킨다. 맥락 없이 새로운 정보를 던지면 듣는 사람은 머릿속에서 퍼즐을 맞춰야 한다. 이전 논의를 복기하는 한 단락은 그 퍼즐 맞추기를 생략하게 만든다.


2. 도출된 결과, 즉 액션 아이템을 실행한 후의 인사이트

"지난주에 A, B, C를 실행했습니다"로 끝나면 안 된다.


"A를 실행한 결과 전환율이 15퍼센트 상승했고, 이는 초기 목표치를 5퍼센트 상회하는 수치다. 다만 B 실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기술적 제약이 발견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C 방안을 추가로 검토 중이다."


결과와 함께 분석, 그리고 다음 단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한다.


이런 구조를 갖춘 보고 자료는 회의 시간을 눈에 띄게 단축시킨다. 의사결정권자는 자료를 읽고 바로 "그럼 이 부분은 이렇게 진행하고, 저 부분은 다음 주까지 검토해서 다시 보고하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부분이 명확해 지기 때문에 효율적인 소통이 가능해 진다. 좋은 보고는 듣는 사람의 생각을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수 있는 재료를 완결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image (1).png



아마존이 파워포인트를 금지한 이유

아마존은 회의 시작 전 참석자들이 6페이지 분량의 메모를 조용히 읽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메모는 파워포인트가 아니라 완전한 문장으로 구성된 내러티브다. 제프 베조스는 파워포인트가 생각을 단순화하고 논리의 비약을 감춘다고 비판했다. 반면 6페이지 메모는 작성자에게 완결된 스토리를 강제한다. 문제 정의, 배경 설명, 데이터 분석, 대안 검토, 그리고 제안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메모를 완성할 수 없다. 독자는 메모를 읽으며 맥락을 이해하고, 작성자의 논리를 따라가며, 최종 제안의 타당성을 스스로 판단한다.


물론 이런 방식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회의 전에 참석자 전원이 6페이지를 꼼꼼히 읽는 문화는 아마존이니까 가능한 것이고,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현실적이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배울 수 있는 핵심은 명확하다. 보고는 발표자의 말이 아니라 문서 그 자체로도 완결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재는 보고 성격을 가진 정례회의의 ‘템플릿’을 만들어 놨다. 단순한 양식이라기 보다는, 완결성을 강제하는 장치로써 사용하기 위함이다. 이전 논의 복기, 실행 결과 분석, 인사이트 도출, 다음 액션 제안. 자연스럽게 완결된 보고를 목표로 이 네 가지가 빠짐없이 들어가도록 구조를 잡고 있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두세 번 시뮬레이션하기

보고 준비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30분짜리 회의를 위해 몇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과할 수도 있지만, 참여자의 수와 보고의 중요성에 따라 응당 합리적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나는 보통 2~4시간을 투자하는 걸 목표로 삼는데, 준비는 틈틈이 하되, 위 시간의 대부분은 자료를 만드는 데가 아니라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검증하는 데 사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 문장을 읽은 의사결정권자가 무엇을 궁금해할까?" "이 데이터만으로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까?" "내가 제안한 다음 단계가 실행 가능한 수준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불필요한 내용을 덜어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시뮬레이션이다. 보고 자료를 완성한 후,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가정하고 천천히 읽어본다. 어느 지점에서 맥락이 끊기는가? 어느 문장에서 "그래서 뭐?"라는 질문이 떠오르는가? 그 지점을 찾아 보완한다. 그리고 다시 읽는다. 이 과정을 두세 번 반복하면, 자료는 이전보다 확실히 명확해진다. 회의 중 재질문과 재설명으로 낭비될 시간을 미리 투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모두의 시간을 아낀다.



완결성의 세 가지 조건

그렇다면 완결성 있는 보고는 무엇을 갖춰야 하는가? 나는 이걸 세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고 본다.


1. 맥락: 이 보고가 어떤 흐름 속에 있는지, 이전에 무엇을 논의했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간략하게 상기시킨다. 맥락 없는 정보는 듣는 사람에게 부담이다.


2. 분석: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한다. 데이터가 있다면 그 데이터가 시사하는 바를 설명하고,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을 분석한다.


3. 제안: "그래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있어야 한다. 여러 대안이 있다면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작성자의 의견을 밝힌다. 의사결정권자는 최종 판단을 내리지만, 그 판단을 위한 재료는 보고 자료에 모두 담겨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보고는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가 된다. 시작(맥락)이 있고, 중간(분석)이 있으며, 끝(제안)이 있다. 듣는 사람은 그 스토리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결론에 도달한다. 추가 질문이 필요 없고, 재설명이 필요 없다. 그것이 좋은 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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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는 스토리다.

보고를 잘한다는 것은 말을 잘한다는 뜻이 아니다. (말만 잘하면 큰일난다 진짜) 듣는 사람이 즉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재료를 완결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전 논의를 복기하고, 실행 결과를 분석하며, 다음 단계를 제안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 그리고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두세 번 검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보고를 잘 하는 사람을 보고 느낀 생각이다.


나같은 실무자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정리했다:

보고 자료를 완성한 후 처음 보는 사람이라 가정하고 읽어보기. 맥락이 끊기는 지점, "그래서 뭐?"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지점을 찾아 보완하자.

필요시 템플릿을 만들기. 이전 논의 복기, 실행 결과 분석, 인사이트 도출, 다음 액션 제안. 이 네 가지 섹션을 고정하고, 매번 같은 구조로 작성하며 보강하자.

준비 시간을 꼭 가지기. 30분짜리 회의를 위해 2~4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과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시간은 회의 중 낭비될 시간을 미리 투자하는 것이다. 완결성 있는 보고는 모두의 시간을 아낀다. 심지어 내 시간도 아낀다.



참고문서

[브런치] 상대의 마음을 훔치는 보고의 기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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