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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하는 족제비 Dec 22. 2023

의도된 불편함

당신의 불편함은 의도되었다.


인트로

2주 전에 회고를 작성하면서 따로 분리한 아티클이다.

https://brunch.co.kr/@327roy/76


주위를 보면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주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서비스, 친환경적인 제품 같은 것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용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타인의 통제와 관리로부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제약을 걸고 통제하게 됨으로써 발생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고의적으로 '보편적인 편함'을 포기하고 불편함을 찾는 이유가 뭘까? 관련 사례와 함께 내용을 정리해 봤다.




불편함을 의도한다고?

'슬로우 라이프'라는 키워드가 트렌드일 때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제품 유형이 있다. 바로 고의적으로 불편함을 유도하는 제품들이다.


예를 들어 템플스테이, 귀농체험과 같이 현대 문명에서 잠깐 벗어나는 것들을 말할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 사람들은 현대 문명이 주는 편함을 내려놓고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찾으려고 할까?


이는 편함을 물리적 편안함, 심리적 편안함으로 구분하면 어느 정도 실마리가 보인다. 예를 들어 최신 스마트폰과 같은 기술을 활용하며 체감하는 물리적 편안함이 곧 심리적 편안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물리적 편안함이 심리적 편안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정보 과잉으로 인한 피로도

  -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얻는 것도 너무 쉬운 세상이 됐다.

  - 유튜브, 인스타 등 우리와 인접한 채널에서 수많은 정보가 흘러넘치고 있다.

  - 우리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보에 노출되고 습득할 수밖에 없다.


2. 결과를 향한 과정 속의 성취감 하락

  - 과거에는 결과를 얻기까지 많은 과정과 노력을 요구하던 것들이 아주 많이 자동화되었다.

  - 덕분에 우리는 클릭 몇 번으로 과거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빠르고 많이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 하지만 노력의 투입량이 적어진 만큼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이 하락할 수 있다.

  - 즉,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창구가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물리적 편안함을 내려놓을 때 편안함을 느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7년 전쯤부터 열리기 시작한 '멍 때리기 대회'가 그 사례다. 이 대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인터뷰에서 재밌는 어록들을 꽤 찾아볼 수 있는데, 공통적으로 '바쁘게 살아감'을 잠깐 내려놓는 것을 통해 심리적 편안함을 얻었다는 내용들이 많았다.



사례 공유

1. 폰 사용 금지, 오롯이 책에만 집중하세요. '욕망의 북 카페'

ⓒ 욕망의 북카페 인스타그램

최근에 인스타를 하다가 강남에 위치한 '욕망의 북카페'라는 카페의 바이럴 영상을 봤다. 테이블에 비치된 잠금 통에 폰을 넣어 두면 잠금 통에 설정한 시간만큼 폰을 사용할 수 없고, 이 때문에 강제로 독서에 집중해야 하는 형태의 카페다.


이 카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카페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많은 카페라고 한다. 이 인기는 판매되는 음식의 맛, 인테리어, 마케팅의 효과도 분명 한 몫했겠지만, 카페에서 제안하는 가치인 '독서'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더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p.s. 찾아보니 올해 국내 베스트셀러 '역행자'의 저자가 차린 카페였다.


https://www.instagram.com/yokmangbookcafe/


2. 폰과 잠깐 거리두기. 'One Sec' app

One Sec 앱 실행 화면(작가 편집) ⓒ 유튜버 '코햄'님
One Sec이 도와주는 것 ⓒ One Sec


One Sec 앱은 이 앱을 통하 설정한 특정 앱을 실행할 때, 실행한 앱을 즉시 사용하지 못하도록 사진처럼 별도의 스크린을 통해 사용자가 즉시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서비스다.


우리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휴리스틱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인스타에서 게시글을 보다 갤러리에 들어갔다가, 유튜브를 잠깐 확인하고 스포티파이에서 노래를 바꾸는 등, 많은 일들이 스마트폰 안에서 순식간에 일어나게 된다.


이럴 때 One sec은 우리가 현재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과정에 대해 문득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일종의 숨고르기를 도와주는 역할이다.


https://youtu.be/WX6uLGIxLQ0

https://one-sec.app/


3. 이케아, 레고 등 DIY 제품

DIY(Do It Yourself) 제품처럼 스스로 조립 혹은 제작하는 제품들이다. 정보를 차단하여 만족감을 얻는 것 보다는,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중심으로 만족감 얻는 것에 집중하는 부류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사례는 이케아 효과IKEA effect를 찾아보면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아래는 관련해서 읽었던 마케팅 아티클.


https://www.i-boss.co.kr/ab-qletter-724512




그래서?

나는 문명의 발전을 아주 잘 누리고 있는 사람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속도에 두려움을 느낄 때도 있지만, 발전하는 기술 자체를 최대한 즐기면서 사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덕분에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채널들이 시간이 지날 수록 하나, 둘 씩 더 생겨나고 있는데 이것도 아직까지는 즐기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문득 출퇴근을 하며, 혹은 가만히 있어도 여러 채널에서 쏟아지는 정보로 인해 피로함이 느껴질 때도 있다. 심지어는 바깥에서 숨만 쉬고 있어도 말이다. 그만큼 정보들이 내가 원하든 원치않든 쏟아지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


결국은 나도 이런 의도된 불편함을 적절히 즐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 327r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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