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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예쁨
Sep 14. 2024
구독과 좋아 연은 필수지.
하루야, 안녕?
나에게는 이제 갓 성인이 된 아들과 고2 딸이 있다.
오늘 아침, 딸이 슬쩍 카톡을 보낸다.
"엄마, 나 태워다 줄 수 있어-요?"
(그녀는 부탁할 일이 생기면 꼭 존댓말을 한다.)
아마도 학원까지 차로 데려다주는 일을 마땅치 않게 여기는 아빠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사실 그 거리쯤은 걸어가도 될 일이지만 나는 그 시간을 활용하고 싶다.
점점 바빠지는
아이와 잠시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이기 때문이다. 똥꼬 발랄함이 매력 포인트였던 그녀가 요즘 들어 심기가 불편한지 말수가 없어졌다.
어쩔 수 없이 푼수엄마를 자처하고 어제 있었던 일 중 불만스럽던 일까지 꺼내 주절주절 이야기하며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데 그녀가 궁서체로 훈계를 한다.
"엄마, 짜증 내봐야 좋을 거 하나도 없어. 짜증 나는 일이 생기면 생각부터 해봐."
응??
아들은 내가 느낄 만큼의 큰 사춘기 없이 자랐다. 딸도 그렇다 생각했는데, 요즘 딸아이는 종종 나에게 삐딱함을 표출한다.
어마무시한 사춘기는 아니어도
조금씩 예민
해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딸은 나에게 이런 식으로 훈계하듯 말하는 일이 잦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온몸과 마음으로 같이 놀았다.
젊은 엄마이기도 했거니와 뭔가를 하면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라 당시에 나는
육아를 정복해야 하는 산쯤으로 생각
했던 것 같다.
비가 오면 같이 우비를 쓰고 뛰쳐나가 놀았고, 학교에 잘 가있는 아이들을 몰래 꾀어내서(?) 놀이동산도 가고 불량식품도 사 먹었다.
매주 도서관을 끌고 다니며 책도 빌려 읽고 집에서 직접 학습지를 만들어 가르치기도 했다.
평소 밥, 간식은 손수 만들어 먹이고 친구들이 오면 무조건 잘 먹여 보냈기 때문에 우리 집은 동네에서도
참새들의 방앗간 같은 곳
이었다.
아들은 그런 일들에 큰 감흥이 없었지만, 딸은 그런 엄마를 잘 애용(?)하고 틈틈이 고마움을 표현해 줬다.
제법 크고 나서는 친구처럼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방학만 되면 딸과 단둘이 여행 다니는 일은 꽤나 자랑할 만한 일이 되기도 했으니까.
그녀는
특유의 밝은 에너지
로 항상 친구들이 많은 편이었고 특히 주변 어른들께 예쁨을 받았다.
어느 날엔가 놀이터에서 택배아저씨와 단둘이 이야기를 하고 왔다고 해서 얼마나 식겁했던가....
얼마 전 담임선생님께 상담을 갔을 때 선생님은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
라고 표현하셨다.
(결론은 그래서 공부에 집중을 못하는 것 같다는 말씀이셨지만)
어렸을 적에 엄마가 나에게 자주 했던 멘트 중 하나가 저 계집애는 물에 빠져 죽어도 입만 둥둥 떠다닐 거다라는 말이었다.
당시에는 그 말이 너무 끔찍하고 무서워서 친엄마가 맞나 의심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주의 주문도 잊지 않았는데, 꼭~~ 너와 똑~닮은 딸을 낳아 키워봤으면 좋겠다는 거다.
엄마들의 흔한 저주는 생각보다 잘 이루어지는 걸까?
나는 30년 전의 엄마처럼 딸에게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너는 정말 너랑 똑~ 닮은 딸을 낳아서 키워봐야 해!"
가만히 듣고 있던 딸이 0.1의 타격도 없이 대답한다.
"어머! 이렇게 사랑스러운 딸이 생긴다니! 벌써부터 행복한걸?!!"
응???????
이게 아닌데..........
딸아이의 실명은 조아연이다.
예쁠 아(娥), 널리 펼치다 연(演).
얼마 전 체육대회 때 반티를 맞춰 입고 자신의 티셔츠에 새긴 문구를 보여줬다.
구독 조아연
그래그래,
구독과 좋아-연은 필수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늘 억울하다.
비루한 성적에 굴하지 않고, 스카를 바꿔가며 공부 좀 하고 있다고 떵떵거리는 그
녀의 당당함을
...
거침없이 입바른 소리를 해대는 그녀의 주둥이를..
나는, 평생 구독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겠지?
아오 억울해!
*생각해 보니 나 조아연? 도 있었다.
by. 예쁨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내가 어떤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랐는지.
엄마는 조용한 눈길로 나를 응시했다.
“너 스스로를 믿고 사랑할 줄 아는 아이. 엄마는 그러지 못했거든.”
- 그림자 나비 / 최영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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