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쁨 Jul 15. 2024

서울, 아름다운 그곳(5)

경복궁

경복궁 / 사직로

지난가을 박수현 님의 <궁>이라는 책을 읽고 궁을 찾아갔다. 전에도 몇 번이고 와 본 곳이지만 알고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더 다양한 이야기에 관심이 생긴다. 시대를 여행하듯 궁 한 바퀴를 돌고 나오면 영검한 기운이 따라붙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경복궁(景福宮)의 이름 자체가 '큰 복을 누리라'는 뜻이다. 잠시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복이 온다면 어찌 발길을 안 돌릴 수 있겠는가.

궁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을에 보는 궁을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궁을 둘러보기에 적정한 온도도 그렇거니와 오래된 나무향기와 색이 짙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계절보다 관광객들이 가장 적은 날 방문하는 것이 현명하겠지만. 

사실 아무리 관광객이 많아도 대부분 근정전 앞에서 사진을 찍고 흩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궁을 제대로 보려면 깊숙이 들어와 문에 문을 넘고 후원까지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한 폭의 그림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경복궁에는 수많은 문이 있다.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 예를 널리 편다는 의미의 <흥례문>, 깊이 생각하고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한다는 뜻의 <사정문>, 오복을 향한다는 <향오문>등 커다란 문도 있지만 신하들이 드나들던 쪽문도 많다. 작은 문을 통과할 때마다 어째 더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만 같다.

내 마음의 문은 크지도 않고 거창한 의미도 없지만 생각보다 굳건하여 좀처럼 열리지 않는 편이다. 문이 열려야 복도 들어오고 반가운 손님도 찾아올 텐데 말이다. 오늘은 옹졸한 내 마음의 문을 열어 세상을 향해 손짓을 해야겠다. 큰 복이여, 어서 오시라! 


by. 예쁨


<어느 왕의 일기>

오늘 아침 공부에는 중국 순임금의 치적을 다시 한번 읽으며 나라를 다스리는 생각을 했다.

점심과 저녁 공부는 고려말과 나라 초기의 건국이념에 관해서였다. 

나라를 바르게 하기 위해서 선대의 역사를 공부하는 일은 참 중요한 일이다.

오늘의 궁 출입 암호는 '약과와 수정과'다. 어제 생과방에서 보낸 약과가 참 맛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하루 일과가 끝나며 적는 이 일기가 내게는 참 좋은 벗이다. 사관들이 적는 일거수일투족이 아닌 내가 나를 바라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 궁 / 박수현 - 




작가의 이전글 서울, 아름다운 그곳(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