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며
마침내, 20화
과연 10화나 채울 수 있을까?
사실 시작부터 자신이 없었다.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감히 시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웠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어떻게든 되겠지, 약간의 무모함으로 1화 발행버튼을 눌렀다.
일주일이란 유예기간에 쫓기듯 쓰기도 했고,
쓸 주제가 떠오르지 않아 '시'라는 단어를 검색하다 '시(詩)시(詩)하다'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https://brunch.co.kr/@0e76dcb1975249f/75
이렇게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걱정으로 시작했던 연재가 마침내 20화가 되었다.
시는 나를 향해 불어온다
'나'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의 감정이나 상처, 혹은 어떤 존재가 더 이상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시가 불어왔다.
그러므로 시는 아주 사적인 감정의 기록이며, 스스로에게 외치는 조용한 독백인셈이다.
시를 읽으면서 또는 쓰면서 내면에 거울을 비추듯 감정이 투영된다.
그 감정의 기록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그렇게 나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시'라는 장르를 선택했다.
아무튼 사는 건 참 시 같다.
https://brunch.co.kr/@0e76dcb1975249f/61
시는 타인을 향해 내린다
시는 시인이 쓰지만 결국 읽는 사람들 가슴 위로 내린다.
이 말인즉슨, 쓰는 사람뿐 아니라 독자들도 '자기 것'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시는 늘 우리 주변에 맴돌며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멜로디와 함께 노래로 스며들기도 하고,
https://brunch.co.kr/@0e76dcb1975249f/73
찰나의 순간 렌즈에 담기기도 하며,
https://brunch.co.kr/@0e76dcb1975249f/83
때로는 그림과 마주 보는 시를 만나기도 한다.
https://brunch.co.kr/@0e76dcb1975249f/81
이렇듯 자연스럽게 만나는 시는 시인의 마음과 맞닿아 공감의 물결을 탄다.
하나의 시가 여러 사람에게 다양한 의미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다.
해석은 독자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더욱 확장되는데,
그 다양함은 시를 더 풍성하고 가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준다.
시는 누군가에게 닿기 위해 존재하는 메세지인 것이다.
나는 왜 시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까?
결국 시가 어떻게든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는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더 멀리-
생각보다 더 깊이-
여전히 나는 시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시를 더 사랑하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나는 20년째 주부의 이름으로 살아왔으며 장애인 활동지원사다.
그리고 시인이며 작가다.
더 이상 머뭇거리며 나를 밝히지 않을 것이다.
당당히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자신감은 내가 왜 시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내가 시에 대해 쓰고 있던 것이 아니라 시가 나를 쓰고 있었던 게 아닐는지.
그렇게 나는 시가 되었다.
by. 예쁨
혹여나,
시가 되지 못했다고 슬퍼하지 말자.
여전히 시가 어렵다고 말해도 괜찮다.
아래 시 읽는 법을 참고하시라.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시를 읽으면 글쓰기에 도움이 되나요? 중에서)
*시 읽는 법
1번.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는 시는 읽고서 넘어간다.
2번. ‘이러다가 한 편도 이해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 싶어도 넘어간다.
3번. 어쩌다 하나 얻어걸리는 시구가 있으면 밑줄을 긋는다.
4번. 맨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일독한 후 해제까지 읽는다.
5번. 다시 시집 맨 앞으로 가서 그나마 읽을 만했던 시 위주로 골라서 소리 내어 읽는다.
6번. 세상에는 원래 이해 안 되는 말이 많다는 것, 내가 모르는 게 많다는 엄정한 사실을 받아들인다.
7번. 1~7번을 체력과 시간이 허락할 때까지 반복한다.
-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은유 -
마지막으로,
<시가 불어와 시가 내린다> 연재를 하는 내내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글을 쓰는 기쁨을 누렸다.
쓰는 사람으로서 부족한 부분도 깨우쳤다.
시작은 무모했을지언정 20화라는 여정을 마무리 짓고 나니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하다.
함께 해줘서
고마웠어요!
*사진출처 : unsplash